최근에 민트리 님이 텀블벅에서 새 프로젝트를 런칭한다는 소식을 듣고, 운 좋게 곧 오픈될 프로젝트 페이지를 미리 구경했다.
https://brunch.co.kr/@brunch8m3s/182
〈할 수 있는 건 뭐든지〉라는 제목이 왠지 마음에 들어서, 혹시 패러디 느낌으로 〈하고 싶은 건 뭐든지〉시리즈로 글을 써 보면 어떨까 막연히 생각해 보다가 망상으로만 그치지 말고 실행에 옮겨 봐도 재밌을 것 같아 허락부터 구했다.
그렇게 시작은 그냥 재미 삼아 해 보려던 거였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은 정식으로 크레디트(?)를 얻어서 이 프로젝트 리워드인 전자책 원고 편집에 참여하게 되었다(기술적인 제작은 만능인 저자가 알아서 다 하고 나는 그냥 피드백만 말로/글로 전하는 역할).
일단 애매하게 이해 관계가 얽히게 되어 내막부터 솔직하게 밝히고, 앞으로 올라올 이야기는 〈츄라이 츄라이 민츄라이〉프로젝트와 완전히 따로 노는 순도 100% 내 사담이다.
계획이나 주제는 대강 잡았는데, 급한 마감 핑계로 계속 미루다가 이대로 가다간 펀딩 마감 때까지 시작도 못 할 것 같아, 일단 프롤로그부터 냅다 올려 볼까 한다.
나는 지금 엄마 집에 얹혀 사는 처지인데, 이번 주에 역대급 비수처럼 꽂힌 발언 BEST 3위에 오를 법한 얘기를 오랜만에 갱신해서 잠시 맥을 못 추고 있다가, 불현듯 성황리(?)에 페미니즘을 전파하며 여자들을 널리 이롭게 한 프로젝트 '와일드 블랭크'의 슬로건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Go Wild Speak Loud Think Hard)"처럼(당시 한 남자 연예인이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는 여자가 싫다"고 했던 발언에서 착안한 문구) 나도 엄마가 내게 생각 없이 하는 말들에 애먼 상처나 받을 게 아니라 좀 생산적인 방향으로 써 먹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엄마의 평생 유행어(?) 1위가, "허송세월 좀 그만 보내라"는 거였다면, 이번에 새롭게 2위 자리를 차지한 발언은 "내가 너 영국 못 가게 안 막은 게 아주 후회막심이야"다(좀 길군). 그리고 원래 2위였다가 3위로 밀려난 말은 "그때 그렇게 하고 싶었으면 하지 그랬냐?".
하지만 정말 모순적이게도 나는 엄마의 이 세 가지 말을 통해, 오히려 내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즐겁게 사는 30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무도 딱히 궁금해하지 않을 것 같은 이 이야기를 앞으로 사부작사부작 풀어 볼까 한다. 그런데 〈츄라이 츄라이 민츄라이〉 이론에 따르면, 이렇게 혼자 아무렇게나 떠들다 보면 어느 새 주변에 들어 주는 사람이 자연 발생한다고 하던데, 이게 진짜 맞는 말인지 제가 한번 직접 실험해 보겠습니다….
https://link.tumblbug.com/Sc0gaEmyHqb
P.S. 영국에서 한국 집으로 들어온 지 이제 2년이 훌쩍 넘어서 영국 얘기할 때마다 너무 울궈먹는 느낌이라 좀 머쓱한데, 그래도 가진 레퍼토리가 이것뿐이라 앞으로도 묵은 얘기와 묵은 사진이 심심찮게 등장할 예정이다. 위 사진의 스타벅스는, 영국(잉글랜드) 런던 내에서도 우편번호에 사방(동서남북)이 들어가지 않을 만큼 외곽에 자리한 킹스턴의 한 지점이다(우리 집도 우편번호에 사방이 안 들어갔음). 영어권 스타벅스에서 주문할 때 이름을 묻고 컵에 써서 불러 준다는 문화는 이제 제법 유명해졌는데, 나름대로 고심해 지어서 영국문화원 어학원 다닐 때 써먹은 영어 이름(Elliot--엘리엇)을 머쓱하게 입밖으로 내자 직원이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엘리엇 = 성별, 인종 전부 통념적으로 나와 미스매치인 백인 남자 이름) “이름 알아서 뭐 하겠니(Whatever)?"하면서 대충 주문이 유야무야 끝나서 이후로 한동안 스타벅스 울렁증에 시달렸던 기억이 있다. 이 영어 이름은 나중에 영국 체류를 마감한 뒤 사연 있는 교포(?)처럼 내 한국어 번역 자막 크레디트로 잠시 쓰였다.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변명처럼 덧붙이자면 딱히 내 의지는 아니었고 우연한 사고였는데, 사고 치고는 제법 재밌는 해프닝이어서 언젠가 누가 진심으로 궁금해하며 물어보면 그때 대답하려고 말을 아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