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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 새로운 특기: 친한 척하기

우리 강쥐 사진이 전부 다 옛날 것뿐이다. 더는 업데이트할 수 없이 멈춰진 시공간의 문을 이따금 여닫을 때마다 내 맘대로 지어낸 가짜 추억과 감정이 점점 더 짙어져서 좀 아쉽기도 하다. 차라리 이대로 영원히 문을 열지 않으면 전부 고이 간직될 수 있을까?


어릴 때부터 나는 애착 형성 문제가 있었다. 여러 가지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그 원인을 반듯한 하나로 규명하기란 어렵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나는 인간종을 아주 깊이까지는 좋아할 수 없는 인간 개체로 자라났다. 어떠한 조건 없이 아주 깊이 좋아하는 마음이란 게 존재할 수 있다는 것도 고작 3년 전쯤 강아지들과 함께 살면서 난생 처음 배웠으니까 갈 길이 아직 구만 리다. 죽기 전에 한 번쯤은 강아지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엇비슷한 감정을 인간에게도 느껴 보고 싶은 제법 야심만만한 꿈이 있다.


아무튼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인간 관계는 마치 드라마에서만 보던 단기 기억 상실증(진짜 있기는 한 증상일까, 매번 궁금해지는 병명)에 걸린 사람처럼 금세 휘발되었고 지속성이 0으로 수렴했다. 특히 여기에 로맨틱한 어쩌고까지 개입되면 더 엉망진창이 되었다. 졸업반 때 같이 미술 수업을 듣다 친해진 신입생이 있었는데, 좀 친해졌다 싶다가도 내가 그다음 주면 다시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하는 게 너무 진절머리 난다는 식으로 얘기했던 기억이 어쩐지 강렬하게 남아 있다(어휘 구사가 문학적이었던 신입생…).


, 일단 그때나 지금이나 연애에는 뜻이 없기도 했고, 애초에 나는 우리 강쥐처럼 상대를 먼저 깊게 좋아할  있어야 연애,   비슷한 거라도 시도해   있는 구조의 인간 관계 구조가 탑재된 인간이었기 때문에(로맨스는 의외로 매우 고등한 감정이다), 이제  생각해 봐도 그때  잘해 줄걸, 하는 종류의 후회는 없다. 다만 당시 이거 하나만은 톡톡히 배웠던  같다. ‘, 내가 친한 척을 진짜 겁나게 못하는구나.’


지금은 다행히 강쥐들의 사랑을 듬뿍 먹고 나도 단단한 코어가 생겼다. 여전히 인간종을 강아지만큼 좋아하는 일은 어렵지만, 그래도 오래 전 신입생이 내게 준 귀중한 가르침을 마음에 잘 새긴 덕분에, 요즘은 제법(?) 같잖게도 친한 척을 할 줄 알게 되었다. 멀리 갈 것 없이 그냥 친구도 뭣도 없던 어린 시절 내 마음을 투영해 사람들을 대하는 건데, 의외로 친한 척하는 걸 반겨 주는 분들이 적지 않다. 나부터도 적당히 친한 척해 주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게다가 친한 척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진짜 친해지며 친구가 되는 인연도 종종 생긴다. 올해는 덕분에 재밌고 귀여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특히 지난 달에는 ‘인천사람 구출작전’ 들으러 다니면서 동네 친구가 많아졌다. 다음주에는 거기서 사귄 귀여운 친구랑 같이 멋있고 재밌는 우리 동네 에스프레소바에 가기로 했다.


그러고 보면, 가끔 사람들에게 스치듯 느끼는 귀엽고 재밌는 감정이, 내가 우리 강쥐들에게 느끼는 사랑과 그나마 가장 맞닿아 있는 마음인 것 같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진짜 죽기 전에  번쯤은 나도 사람들을 마음으로 사랑할  있을  같은 희망이 몽글몽글 자라는  같기도 고, 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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