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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어 학습 일대기 (3)

영어 독학자의 기쁨

엄마가 라디오를 압수할 정도로 내도록 라디오만 듣던 시절이 있었다. 살면서 내가 엄마한테 깊은 부당함(?)을 느낀 일이 두 번쯤 있었는데, 한 번이 이때고 다른 한 번은 이십 대 중반에 엄마한테 "네가 그렇게 음악이 하고 싶었으면 그때 고집 부려서 하지 그랬어?" 하는 말을 들었을 때다. 그 말을 마음에 깊이 새겨서 이후로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다가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아무튼 그때를 기점으로 라디오를 많이 들었다. 내 첫 라디오 방송은 〈영스트리트〉였는데, 그냥 107.7MHz가 제일 주파수가 깨끗하게 잡혔던 게 이유였다. 당시에는 내가 접할 수 없는 미디어가 매우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라디오가 내 세상이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리고 '영스트리트(Young Street)'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 지금은 좀 다른 의미로 이 말의 뜻을 잘 모르겠긴 하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음악가가 되겠다는 꿈을 그려 가던 시절, 심야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팝도 종종 들었다. 그중 특히 내가 좋아했던 건 음반 광고였는데, 실예 네가드의 〈Be Still My Heart〉 광고가 나올 때마다 가슴 뛰었던 기억이 아직도 제법 선명하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이젠 듀오링고로 그의 모국어인 노르웨이어도 간편하게 배울 수 있게 됐다니 세상이 참 좋아진 것 같다(?).


이때만 해도 팝을 들어도 멜로디를 들을 뿐이지 가사가 들리진 않았다. 설령 들린다고 해도 뜻을 모르기도 했고. 내가 꽤 오래 H.O.T.를 좋아했는데, 한 공연에서 멤버 한 사람이 부른 리처드 맥스의 〈Right Here Waiting For You〉를 실황 앨범으로 듣고 선생님에게 'Right'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던 기억이 언뜻 난다. 심지어 노래 제목을 다 말해 줬는데도 선생님이 해석해 주지 않아서 꽤 오랫동안 궁금해하느라 지금도 이 기억이 남아 있다(내 발음 때문에 선생님이 못 알아들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이제 와 든다). 혹시 그때의 나처럼 이 제목의 뜻이 궁금하실 분이 계실까 봐 부연하자면, "바로 여기서 당신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여기서 'Right'은 '바로'의 의미라고 보면 되는데 이게 또 뉘앙스가 "바로 여기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뭐 이런 느낌이라기에는 동명사형으로 'Waiting(기다림)'을 써서 어미를 좀 다르게 처리해 줘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이후로 고등학생 때까지 딱히 영어와 친하지도 않았고, 영어를 잘하지도 않았고, 다만 위안이라면 영어가 싫어질 만큼 못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건 좀 시시한 우연이지만, 학창 시절 내내 나는 딱히 선생님 눈에 띄거나 예쁨을 받는 학생은 전혀 아니었는데, 그나마 내가 혼자 내적 친밀감을 쌓은 선생님은 대부분 영어 선생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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