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은 매일매일 공부하자.

사춘기님의 스스로 학습법

by 이보람

이것만은 매일매일 공부하자.


가정학습을 하다 보면 정해진 교육 커리큘럼이나 ‘이번 달 학습 계획’ 같은 세부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개인이 주도적으로 만든 스터디 플래너에 적힌 계획에 따라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상황에 의해 그 계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예를 들어 가족끼리 외식을 하다가 늦게 귀가하는 바람에 오늘 공부할 양을 전부 소화하지 못하기도 하고, 친척이 우리 집에 놀러 와서 같이 시간을 보내다가 그날의 공부 양을 놓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 대비해 독서실이나 스터디카페로 ‘피신’하여 학습을 진행한다면 상관없지만, 아직 고3 수험생이 아닌 이상 그렇게까지 공부를 하는 학생은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가정, 우리 집’이라는 공간이 나를 무한의 편안함으로 이끌어 주고, 이 편안함에 취해 자칫 긴장을 놓는 순간 오늘의 계획은 내일의 계획이 되고, 이달의 계획은 다음 달로 미뤄지게 되는 것이 가정학습이다. 근데 가정학습만 그런 것은 아니다. 개인의 사정에 따라 학원을 결석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과외를 미루게 되는 경우도 당연히 있으니 가정학습의 취약점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은 학원, 과외와는 차별된 것이기 때문에 그 편안함을 누림과 동시에 적어도 내가 정한 학습 시간에서만큼은 긴장의 끈을 꽉 조이고 매진해야 할 것이다.


가정에서의 자기주도학습 스케줄에 매일 들어가야 하는 과목이 하나 있다. 영어 단어 외우기, 독서활동 등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가정학습 N년차인 나의 의견을 묻는다면 무조건 수학 공부이다.

우리 집 공부에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과목은 수학이다. 문제집도 항상 2권 이상을 가지고 하고, 공부하는 단원도 다르게 진행한다. 오늘이 ‘쎈수학’ 문제집으로 도형을 공부하는 날이라면 ‘개념원리’ 문제집으로는 확률을 공부하는 것이다. 중학교 2학년 2학기인 지금, 학교 진도에 맞추어 학교에서 삼각형을 나가면 집에서도 삼각형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진도에 맞게 복습을 하되, 그 전 단원도, 그 뒷 단원도 함께 조금씩 매일매일 공부하도록 하고 있다. 굳이 번거롭게 이렇게 하는 이유는 수학은 공부를 안 하면 안 할수록 기억 속 깊은 곳에 개념을 넣어두고 꺼내 쓰려고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구구단 같은 쉬운 것은 매일 무의식적으로라도 사용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잠결에도 툭 치고 ‘9×8은?’하고 물으면 바로 ‘72’라고 답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도형의 부피나 넓이, 닮음비, 소금물의 농도 등을 구하는 문제는 자주 하지 않으면 헷갈리거나 심지어 아예 망각되어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수학의 다양한 부분들이 모여 수능의 수리탐구로 이어지기 때문에 매일 2~3단원의 개념들을 조금씩이라도 다루면 뇌의 회로에서 깊은 곳에 묻혀 망각되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쉬운 문제를 풀더라도 꼭 2~3개 단원의 개념 정도는 ‘두뇌의 운동 삼아’ 매일 공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근육도 갑자기 쓰면 근육통이 와서 아프다. 매일매일 꾸준히 다양한 근육을 쓰고 운동해야 근육 짱짱한 건강하고 예쁜 몸매를 만들 수 있듯이, 공부도 다양한 과목을 매일매일 해줘야 나중에 벼락치기로 탈이 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다른 과목에 비해 가장 많은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하는 과목도 바로 수학이다. 수학은 선행학습도 많이 하고, 선행이 많은 만큼 수학을 일찌감치 포기해버리는 학생도 굉장히 많다. 고등학교 1학년 쯤 되면 수학 공부를 하는 학생과 수학을 포기한 학생으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수포자’가 정말 많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들은 수학에 정말 많은 돈을 투자한다. 매달 수학 한 과목에 100만 원 이상이 들어가는 고액 과외도 고민 없이 시킨다. 하지만 투자 대비 아웃풋도 그만큼 떨어지는 과목이 수학이다. 고액 과외 열심히 받은 학생도 어느 순간이 오면 수포자가 되어 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은 비단 현재만의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나도 수학을 보면 회의감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다. ‘삼각함수 배워서 어디에 써먹나, 근의 공식 알아서 뭐 하나.’ 하지만 수학을 잘 하면 이과 학생들에게는 당연히 유리하고, 문과와 예체능 학생들에게도 굉장히 유리하다. 수학을 잘 하면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의 레벨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수학은 힘든 길인 것을 알면서도 힘겹게 한 발자국씩 끌고 가야 하는 과목인 것이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로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과 대화를 한 적이 있다. 그 선생님께 오답 풀이의 방법에 대해 여쭤봤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요즘 학원가는 학교 시험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출 문제를 수집해서 나눠줘요. 그게 다 정보 싸움이거든요. 학교 선생님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 선생님들은 조금이라도 학원 선생님이 모아 놓은 데이터를 빠져나가 보려고 꼼수를 쓰죠. 킬링 문제도 내고, 동일한 유형의 문제라도 조건을 다양하게 주기도 하구요. 그래서 오답을 풀 때 이렇게 하면 좋아요.

오답을 두 번 풀어보고, 세 번 풀어도 안 되는 문제들을 단원별로 모아서 문제집을 오린 다음에 유형 별로 공책에 붙여요. 그리고 그 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고 같은 유형이지만 문제마다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 비교해 보세요. 그렇게 문제를 비교하고, 문제에서 주는 힌트와 조건을 비교해 보면 선생님의 입장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 와요.
그리고 공책에 문제를 붙이고, 다음 문제를 붙일 때 문제와 문제 사이에 꼭 여백을 남겨 두세요. 그 여백에는 내가 지금 푼 방법 말고, 다른 방법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서 적어보는 거예요.

수학 선생님이 대단한 사람이 아니예요. 학생들도 선생님의 입장으로 문제를 보면 도형만 봐도 매직아이처럼 이 문제가 어떤 문제인지, 어떻게 푸는 문제인지 떠오르게 되어 있어요. 이렇게 하면 심화 문제도 금방 풀 수 있어요. 이런 게 바로 자기주도학습인데, 부모님들은 학원이랑 과외만 믿고 보내죠. 근데 학원이랑 과외 선생님들은 그렇게 안 가르쳐요. 왜냐하면 그렇게 가르치면 본인들 일거리가 줄어버리거든요.


요즘 아이가 새롭게 공부하게 된 확률, 통계가 너무 어려워서 밤마다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함께 문제를 푸느라 열을 올리고 있었는데, 개념 정리가 끝나면 선생님께 들은 방법대로 유형별로 정리하고 문제와 조건 비교해보는 방법을 꼭 해봐야겠다고 다짐하며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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