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공부가 사춘기 정서에 미치는 영향

사춘기님의 스스로 학습법

by 이보람

집공부가 사춘기 정서에 미치는 영향


우리 집 만 14세,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가 되면 누구보다도 간절히 선물을 바라는 마냥 어린이인데, 음식점에 가거나 비행기를 타게 되면 성인 요금을 내라고 한다. 도대체 만 14세는 어린이인가, 성인인가. 엄마인 나도 내 아들이 어린이인지, 성인인지 왔다 갔다 하는데, 만 14세 본인도 헷갈리는 모양이다. 어른인 척을 했다가 불리하면 어린이가 되었다가, 다시 불리하면 어른인 척을 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사춘기가 맞는 것 같다. 동생인 만 11세도 슬슬 입질이 오는 것 같은데,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어찌 해야 할지 늘 고민만 할 뿐이다.

‘사춘기는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신념과 가치관, 성격 등과 관련된 자기 인식을 정립해가는 과정으로 이 시기에 자아정체성을 성공적으로 확립하면 자신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갖게 되고, 실패할 경우 역할 혼미에 빠져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스러워하게 된다.’고 심리학자 에릭슨이 ‘자아정체성 대 역할 혼미’의 발달 단계를 통해 설명했다.


신체적으로는 키의 성장과 2차 성징, 정신적으로는 질풍노도, 자아정체감 형성 등으로 혼란한 사춘기님의 하루.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오락가락 하는 사춘기님의 ‘성질머리’를 엄마는 ‘사춘기의 성장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다. 엄마도 사람이기에, 그리고 엄마도 나이가 들어가며 인생의 변화와 신체의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에, 내 힘든 상황 가운데 자식의 사춘기를 함께 감당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엄마의 갱년기가 자녀의 사춘기를 이긴다는 말도 있다. 엄마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자녀가 집 밖에서 어떤 일을 겪었든 우리 집, 우리 가족만큼은 꼭 자녀를 안아줄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고. 엄마, 아빠는 항상 네 편이라고. 자녀가 밖에서 돌아오고 싶은 곳이 집이어야 한다고. 나에게 찾아 온 귀한 손님을, 인격체가 인격체를 대하는 무조건적 환대로 자녀를 대하라고.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대형 학원 화장실에 가보면(작은 학원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수업 시작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핸드폰 게임을 즐기는 학생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학원 건물 복도의 계단에도 유튜브 삼매경에 빠져서 수업을 잊은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밤 10시, 학원이 끝나고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면 바로 셔틀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삼삼오오 모여 몰래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길거리에 침 뱉고 욕하며 알아들을 수 없는 은어들로 자기들만의 대화를 주고받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학생들도 많다. 이 학생들의 일탈 행동 원인은 무엇일까? 단순히 ‘사춘기’만의 이유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사춘기’라는 이유를 소거해도, 즉 사춘기 이전의 초등 저학년도 학원 복도 계단이나 화장실에서 시간을 때우며 조금이라도 수업에 늦게 들어가려는 마음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초등 저학년이 담배를 피우거나 길거리에 침 뱉고 온갖 비속어를 쏟아내며 큰소리로 대화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밖에서 학원비 버느라 고생하며, 학원에서 1분이라도 더 듣고 공부하고 오길 바라는 부모님만 발 동동 구를 뿐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마음을 알 리가 없다. 그리고 부모 또한 아이들의 마음을 전부는 알지 못한다. 난 이런 학원가의 모습들을 보며 가정학습, 자기주도학습이 사춘기 아이들에게 얼마나 필요하고, 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자기주도학습은 학습자 스스로가 학습에 대한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학습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내 시간의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를 조절하고 통제하는 활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일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을 사춘기 학생들에게 자기주도학습이 주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학습 시간을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자기 결정력과 책임감을 갖게 해주고, 질풍노도 시기의 감정 변화를 긍정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외부로부터 오는 압력으로 억지로 공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을 주도하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력과 집중력이 발달하고, 정해진 풀이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응용력 또한 생길 수 있다. 게다가 방과 후의 모든 시간이 본인의 소유이기 때문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이 생기고, 학원과 과외에 쫓기는 친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시간에 운동이나 독서, 심지어 게임 같은 취미 생활을 즐길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의 자기주도학습은 사춘기 아이가 방과 후의 저녁 시간을 외부가 아닌 집에 머무르게 해줌으로써 부모와 공유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외부에서의 일탈 행동을 자연스럽게 차단해주고, 오히려 부모와 많은 대화를 하게 함으로써 정서적 안정감을 높여준다.


이쯤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부모의 역할이다.

자녀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데, 부모만 어린 자녀 시절의 부모 모습에 멈춰 있으면 안 된다. 부모 역시 사춘기 자녀의 심리 변화를 존중하며 함께 변화해야 하는 법, 일단 화를 가라앉히고 화법부터 바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문제집 많이 틀렸다고 책상을 ‘탁’ 치는 순간, 자녀와의 오붓한 시간은 포기하는 것이 맞다. 옆에서 이끌어주는 선생님 없이 혼자 학습을 이끌어나가는 자녀의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기특하고 감사한 시간인지 인정하게 되면 앞으로 다가오는 모든 폭풍 같은 감정 변화와 학교 성적들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


“빨리 들어가서 공부해.”

“오늘은 사회 30페이지부터 40페이지까지 풀어라.”

“그렇게 집중 못하니까 그 점수가 나오지!”


이런 말은 안 하는 것이 좋다. 사춘기 자녀에게 이런 말을 해봤자 얻을 수 있는 것은 절대 없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듯이, 죽마고우도 말 한 마디에 갈라진다는데, 같은 말이라도 기분 좋게 해주면 당연히 서로가 기분 좋지 않겠는가.


“오늘 공부할 과목은 어떤 거야?” 같은 질문은 부모가 정해주는 학습량을 자녀에게 ‘오더’내리는 기분이 아닌, 자녀의 주도적인 면을 일으키는 질문이기 때문에 굉장히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들으면 아무리 무계획한 자녀라도 자신의 계획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또한 이런 질문은 관찰자가 아닌 ‘학습의 동반자’로서의 엄마와 자녀 사이의 관계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학습적인 질문 외에도, “오늘 체육시간에 배구 어땠어?”, “플라잉디스크 날리면 뛰어가서 주어오니?”처럼 자녀의 학교생활과 관련된 질문도 시도하면서 대화의 창을 늘 열어 놓는 것이 좋다. 특히 “체육시간에 배구 잘 했니?”처럼 yes or no 로 대답을 끝내버릴 수 있는 단답형 질문보다는 “어땠니?”, “얼마나 했니?”처럼 구체적인 대답이 필요한 개방형 질문으로 핑퐁 가능한 대화를 시도해보길 바란다. 질문을 자주하고 진심으로 반응하다 보면 자녀와의 대화가 길어지고, 대화가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자녀의 학교생활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부모가 자녀의 학교생활을 공유하는 것은 자녀의 정서적 안정, 학업 성취, 올바른 사회적 관계 형성과 사회적 성숙 등의 측면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질풍노도 사춘기 자녀가 밖에서 방황하지 않고 가정 내에서 안정된 정서로 성장할 수 있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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