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산에 우뚝 서서 중심을 지키는 강인한 나무

사춘기님의 스스로 학습법

by 이보람

높은 산에 우뚝 서서 중심을 지키는 강인한 나무


집에서 자기주도학습을 하고 있는 우리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준비물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교과서이다. 가능하다면 기술/가정, 도덕, 미술, 음악 등의 과목들까지 모두 구입하기를 추천한다. 금액도 생각보다 저렴하다. 과목당 5~8000원 정도 하는 것 같다. 시험을 보는 모든 과목 교과서를 구입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힘들다면 주요 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역사)만이라도 꼭 구입하도록 해보자. 교과서는 대충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책이 아니다. 초등 5학년이면 5학년, 중등 2학년이면 2학년, 그 시기 어린이들이 알아야 할 새로운 어휘들을 사용해서, 그 시기에 꼭 알아야 할 개념 속에 적절히 본문 안에 녹여내어, 전문가들의 끝없는 연구와 노고 끝에 만들어진 책이다. 특히 요즘 교과서는 우리 엄마들이 학창 시절에 사용했던 교과서의 빼곡했던 글자 대신 컬러풀한 그림과 사진자료 등이 훨씬 많아져서 가독성도 올라간 느낌이다. 사실 거꾸로 말하면 그림과 사진 자료가 풍부한 만큼 글자 수가 줄어든 점도 없지 않다. 솔직히 중요한 개념이 너무 간단하게 몇 문장으로 표현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때도 있다. 그래서 우리 집은 교과서를 읽기에 앞서 교육방송 강의로 개념을 먼저 학습한 후 교과서를 읽으면서 새로 접하게 되는 어휘까지 체크하며 공부하는 편이기는 하다. 교과서는 적게는 3회독, 많게는 10회독도 상관없다. 사실 10회독을 한다고 해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도 아니다. 입으로 소리를 내서 읽는 것도 아주 좋다. 오히려 청각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함으로써 학습자의 뇌에 더 진한 자극을 줄 수 있다.


아이들에게 교과서를 읽으라고 하면 대부분 국어나 사회(역사) 교과서, 기껏해야 과학 교과서 정도 읽어본다. 과학도 엄청 양보해서 교과서를 잠깐 구경하는 정도일 뿐, 제대로 읽으려 하지 않는다. 수학 교과서는 더 심하다. 왜 다들 수학 교과서는 개념을 안 읽고 간간히 나오는 연습문제만 겨우 풀고 지나가는 것일까. 사실 이건 아이들의 문제라기보다는 교과서의 특징라고 보는 편이 더 맞는 말일 수 있다. 왜냐하면 설명 자체가 너무 간단하고 글 수가 적다. 오히려 자습서의 빼곡한 글자를 아이들이 더 읽으려고 한다. 하지만 핵심은 교과서에 있다. 수능 만점 받은 학생이 “집에서 교과서로만 공부했어요.”라고 하는 말은 괜히 교육부 편을 들어 사교육을 줄여보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정말로 교과서가 핵심을 담고 있기에 하는 말인데, 사실 문제집의 개념편이나 자습서의 빼곡한 글자들에 비하면 교과서의 글밥이 현저하게 적기 때문에 학생들이 간과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는 하다. 그렇다고 교과서를 글자로 빼곡하게 채워 만든다면? 그때는 아마도 학생들이 ‘글자가 너무 많아서’ 교과서를 보지 않을 것이다.


교과서는 교과의 핵심 내용이 가장 체계적으로 구성된 책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의 자기주도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로 쓰이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교과서를 정독하라고 했을 때 교과서의 글밥이 너무 적어서, 또는 그림만 많고 설명이 부족해서, 이 밖에도 갖가지 이유를 대며 정독을 회피하려는 학생들에게 교과서만이 가진 매력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

자기주도학습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선택한 학습의 방법으로 공부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교과서는 학습을 이끌어 줄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데, 교과서의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참고서를 구입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만의 방법으로 교과서의 내용을 요약해보고, 표로 정리도 해보고, 교과서에서 제공하는 설명 방법 외에 다른 설명 방법은 없는지 자신만의 글로 표현해보는 연습을 해보자. 이는 자기주도학습에서 스스로 학습 내용을 조직하고 재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과서가 가진 체계적이면서도 사고를 요하는 문장에 푹 빠져들어 3회독, 5회독 이어나가다 보면 참고서를 구입하러 서점에 가기도 전에 교과서만으로도 개념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심화 학습으로도 응용이 가능해질 수 있다.


들에는 풀처럼 키가 작고 줄기가 가는 식물이 많아서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마치 초록 파도를 보는 듯한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산은 어떨까? 산에도 들처럼 키가 작고 줄기가 가는 식물들이 많아서 바람에 따라 이리 저리 흔들린다면? 아마도 그 산은 풀을 받치고 있는 흙의 기반이 약해서 산사태가 일어나고 곧 무너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산에서 자라는 나무는 광합성을 하며 영양분을 만들어 내고, 낮 동안 증산작용을 하느라 부족해진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뿌리에서부터 줄기, 잎을 거쳐 중력을 역행하는 방향으로의 물을 이동시킴으로써 나무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생장하는 나무들은 강한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높은 산 위에서도 덤덤하게 그 삶을 살아낸다. 특히 산에서 자라는 나무는 뿌리를 깊게 내려 흙을 강하게 붙잡고 있기 때문에 평지보다 비탈지고 땅이 메말라도 토양이 쉽게 흘러내리지 않도록 해준다.

우리 아이들의 자기주도학습도 마찬가지이다. 자기주도학습은 높은 산의 비탈진 땅에 굳게 뿌리를 내리고 거센 바람과 추위에도 넘어지지 않으며 생명을 이어나가는 나무와 같다. 나무의 뿌리는 옆의 나무가 대신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나무 스스로의 힘으로 주어진 상황에 알맞게 내려가는 것이다. 자기주도학습도 스스로 주어진 학습의 상황들과 상호작용 하면서 학습의 뿌리를 내리며 성장하면 킬링 문항을 만나도 ‘쫄지 않고’ 이겨내며 올바른 지적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전 25화암기 시험과 사고력 시험 - 기억의 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