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지가 중요할까?

사춘기님의 스스로 학습법

by 이보람

학군지가 중요할까?


이 질문은 반대의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학군에 살면 공부를 잘 할까?


소위 말하는 좋은 학군이라는 것은 전반적으로 면학 분위기가 동네에 형성되어 있고, 유해시설보다는 사교육 인프라가 풍부해서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구비되어 있는 곳을 말한다. 흔히들 알고 있는 강남, 서초, 송파구 일대 또는 목동이나 중계동 은행사거리가 이에 포함된다. 아파트가 20년 이상 된 구축이라도 교육 인프라가 잘 되어 있으면 아무리 새아파트를 좋아하는 한국인이라 해도 교육을 이길 수는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학군지에 산다고 공부를 잘 하게 되는 것일까? 정답은 당연히 아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환경이 좋아도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가 부족하면 효과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요즘은 독서논술 학원, 스피치 학원은 물론이거니와 과학 실험학원, 영어뮤지컬 학원 등 정말 다양한 학원들이 생겨나고 없어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얼마나 수요가 많길래 저렇게 많은 학원들이 상가에 가득한지 궁금할 정도이다. 학원가에 가면 수업 한 타임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많은 학생들이 쏟아져 나와서 각종 카페인 음료와 길거리 음식들을 먹고 있다. 슬픈 현실이다. 한창 영양분을 섭취하고 쑥쑥 커야 할 시기에 하루의 3분의 1을 학원에서 보내고, 카페인 음료와 길거리 음식으로 배를 채우다니......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기를 그렇게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저 안타깝다.


아이가 예술중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주변의 엄마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는 어떻게 공부했어요?”


사실 ‘어떻게’라는 의문사로 질문을 했지만, 그 안에는 ‘어느 학원’ 또는 ‘어느 과외 선생님’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 이후에는 거의 대화가 단절되기 때문이다.


“저희 ○○이는 집에서 저랑 같이 공부했어요. 자기주도학습 하고 있어요.”

“아, 네......”


아마도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했을 뿐더러, ‘저랑(엄마랑) 같이’라는 말이 주는 중압감이 대화를 더 이상 이어나가지 못하게 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여기에서 대화가 더 이어진다면 우리 집의 가정학습과 자기주도학습에 관심이 있는 것이고, 대화가 끊긴다면 거의 대부분이 학원 정보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물어본 것이리라. 실제로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대치동이나 잠실 쪽으로 거주지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정말로 대단하다. 미국 사람이라고, 중국 사람이라고 교육열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교육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교육열이 뜨거운 곳이다. 교육 인프라에 따라 집값이 천차만별이고, 서울대에 학생을 많이 입학시키는 고등학교가 명문 고등학교이며, 소위 금수저 집안의 아이들은 머리가 좋지 않아도 돈으로 ‘될 때까지 교육시켜서’ 좋은 학벌을 세팅해줄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예체능에 재능이 없는 아이이지만 예체능의 기술적인 면을 기계처럼 훈련시켜서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게 만든 후, 경영 또는 경제학을 복수 전공하게 함으로써 가업을 물려준다는 집도 있다.


아이의 욕심과 목표로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에 부모의 재력이 뒷받침 되어 준다면 금상첨화이다. 하지만 이 둘이 바뀌었을 때가 문제이다. 부모의 재력으로 공부에 전혀 뜻이 없는 아이를 좋은 대학교에 보내기 위해 강제적인 공부로 무장시켜가는 것, 이것이 아이의 인생에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한 번 더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다.


몇 년 전, 우리 가족이 성동구에 거주했을 때 동네 엄마들이 아이의 하교를 기다리며 무언가를 주고받았다. 궁금해서 나도 하나 달라며 관심을 가졌는데, 바로 잠실 ‘엘리트’ 아파트의 부동산 명함이었다.


“○○엄마는 이사 계획 없어요? 1반 누구도 잠실로 이사 갔고, 우리 반 누구도 이사 간대요. 근데 이 부동산이 그렇게 일을 잘 한 대요. 관심 있으면 한 번 가 봐요.”


아이의 재활에 모든 시간을 쓰느라 교육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그 당시의 나는 잠실 ‘엘리트’ 아파트가 뭔가 했다. 솔직히 부동산 이름이 ‘엘리트 부동산’인 줄 알았을 만큼 학군지와 부동산에 무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잘 안다.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잠실의 메인 학원가에 위치한 ‘엘리트’ 아파트이다. 성동구에서 저학년을 보내다가 4학년쯤 되면 잠실로 이사를 가고, 중학교나 고등학교 입학에 맞추어 대치동으로 가는 것이 그 동네 엄마들의 로망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대표적 학군지인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는 교육열 높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강남3구에 위치한 학교는 교사들의 마인드부터 남다르다.


“이 동네 어머님들 학구열이 엄청 높은 거 아시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대부분 선행학습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학교에서는 5학년 1학기 수업을 하지만, 학원 숙제라고 들고 오는 문제집을 보면 전부 중학교 교재예요.”


얼마 전 둘째 아이의 담임 선생님과 상담했을 때 담임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이 동네에 이사 와서 두 분의 담임 선생님을 만났는데, 담임 선생님들과 상담을 해보면 기본적으로 ‘이 동네는 학구열이 높은 동네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공부를 많이 하고 학교에 왔다.’ 또는 ‘학생들이 이미 선행학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현행학습이 학생들에게 너무 쉽다.’같은 생각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 둘째 아이는 선행 학습을 전혀 하지 않는데, 옆 친구들이 가져오는 수학 문제집이 숫자보다 영어가 많다며 그게 뭐냐고 묻길래, 혹시나 해서 선생님께 여쭤봤다. 오호라, 5학년이 숫자로 연산이나 도형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ax+by+c=0 미지수가 나오는 중학교 과정을 공부하는구나......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겁부터 났다. 학구열 높은 동네에서 5학년 아이들이 이미 5학년 1학기 내용을 마스터하고, 중학교 과정을 선행학습 한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실 정도이니, 그렇다면 선생님은 ‘아이들이 이미 다 알고 있겠지?’하는 마음으로 대충 가르치시는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다. 다행히 정말 감사하게도 훌륭하신 담임선생님을 만나서 내가 우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사실 이건 학군지의 문제가 아니라 높은 학구열이 만들어낸 분위기로 인한 문제로 담임 선생님도 오히려 높은 학구열의 피해자(?)가 되신 것이 아닐까 싶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학군지에 살면 공부를 잘 할까?

답은 당연히 아니다. 단순히 내가 살고 있는 현 거주지의 주소, 지역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대로 된 면학 분위기와 스스로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의 콜라보가 성적을 올려준다고 말하고 싶다. 유명한 학원이 즐비한 학원가에서 군것질의 유혹, 친구의 유혹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것보다, 조용한 내 방에서, 단 1시간을 공부하더라도 스스로 학습 동기를 만들고, 목표에 맞게 본인의 학습을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는 힘이 결국 대한민국의 학군지 강남3구를 이기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자기주도학습을 하면 학군지이든 비학군지이든 전혀 상관이 없다. 어차피 공부하는 곳은 내 방이기 때문에 학군지의 다양한 학원 같은 외부의 환경보다는 스스로 주도해나가는 학습의 힘이 장기적으로 성공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학군지에서 부모의 과한 간섭과 사교육에 시달린 학생은 학업을 마치기도 전에 지쳐서 나가떨어질 수 있지만, 스스로의 동기와 목표를 붙잡고 학업을 성취하고 있는 학생은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기쁨을 만끽하고, 더 높은 목표를 위해 정진하는 것이 동기가 되어 매일 새로운 힘으로 공부할 수 있다. 개인의 학업 성취도가 더 높은 목표를 만들고, 학습을 주도하게 해주는 힘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학군지와 성적의 상관관계는 생각보다 낮다고 말할 수 있다.


학군지는 동네의 면학 분위기나 다양한 학원으로의 접근성 면에서 유리하다. 그리고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 덕에 교사들의 역량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똑같은 학군지의 학생이라고 해도 1등이 있고 꼴찌가 있는 이유는 개인의 학습 능력과 동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본인의 학습을 끌고 갈 수 있는 역량이 있는 학생만이 꾸준히 성장할 뿐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비싸고 좋은 학군지라도 그 인프라와 혜택들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채 학창시절을 보내게 될 것이다. 비학군지에서도, 심지어 학원 하나 없는 시골에서도 좋은 대학 가겠다고, 나는 의료인이나 법조인이 반드시 되겠노라고 목표를 가지고 성실하게 노력한 사람은 대부분 꿈을 이룬다. 학군지와 성적은 크게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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