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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보 Sep 12. 2021

코로나 시대 버스 타고 인도 여행길

힌두 템프 Siddhivinayak Temple 가는 길-제2밀린 일기

10.09.2021 일기를 11.09.2021에 쓰다. 

커피를 마신 음식점에서 나와 동료를 따라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직도 적응이 안 되었지만 이제 지나다니는 버스, 자동차, 오토바이를 비롯하여, 오토 릭샤를 빗 사이를 헤쳐가듯 지나갈 수 있다.  여기서 살아야 한다는 몸의 인지 때문이지, 위험한 걸 두뇌는 인지를 하면서도 몸은 이미 그 물체들을 피하여 재빠르게 길을 횡단하고 있었다. 가히 인간의 적응력은 뛰어나다.

기차역에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두 개의 큰 탑 같은 것이 세워져 있었다. 탑에 새겨진 무늬를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코로나 때문인지 가까이 갈 수 없었다. 그 후에 비가 갑자기 쏟아져 몸을 피하기 위해 재빨리 버스 정류장으로 향해야 했다. 

버스 정류장은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같이 간 동료는 사람들이 중간에 새치기를 해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 와중에 카운터 바로 앞에 양옆으로 끼어들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나는 그들에게 겁 없이 다가가, "이 보세요, 바야 (아저씨), 끼어들지 마시고 일렬로 줄을 서세요... 줄을.."이라고 말을 했다. 그랬더니 정말 줄을 스셨다. 그랬더니, 같이 간 동료는, "네가 저분들을 교육시켜 봐"라고 말하며 히쭉히쭉 웃었다. 아무래도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무례할 수 있는 것을 나를 시키면서 히쭉히쭉 웃는 듯하다. 마냥 버스표를 기다리는 것이 지루했던 나는, 동료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기로 했다. 그래서 큰 소리로, "여러분, 끼어들면 안 돼요! 줄을 서세요! 일렬로 이렇게 쭈욱! 아셨죠?" 그리고, "거기, 바야 (아저씨)! 줄을 서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다른 분과는 다르게 이 바야께서는 자신 원래 줄이 여긴데 잠시 어디를 다녀왔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그분의 앞 뒤에 있는 분들께, "이분, 여기 서 계신 것 맞아요?"여쭈어 보았더니, 앞 뒤에 있는 사람이 맞다고 했다. 줄을 정리하고 버스 정류장을 한 바뀌 돌아보았다. 아직도 약간의 보슬비가 내기고 있었다.

줄 세운 후 기념 촬영

동료의 줄이 가까워 지자, 갑자기 동료는 자신이 기다리고 있던 3번이 아닌 5번에 가서 나에게 줄을 서서 예약할 수 있는 종이를 받아오라고 했다. 그 동료에 의하면 기차를 타기 위해 옆 창구에서 예약 종이를 받아 작성을 한 후 그 작성된 종이를 5번 창구에서 주면서 기차표를 사는 것이라고 앞 뒤에 있는 다른 인도인들이 말했다는 것이다. 서둘러 5번 출구에 자리를 잡고 예약 지를 받아와 동료에게 내밀었다. 동료의 줄은 3번 출구 바로 앞이었다. 서둘러 작성을 해서 창구 직원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동료는 힌디어로 몇 분을 창구 직원과 이야기를 하더니,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목적지 버스를 탄 후 그 버스 안에서 요금을 지불해야 한대요"라고 말했다. 

서둘러 다시 버스 정류장을 벋어 나서 버스가 줄지어 서 있는 곳을 향해 많은 인파들을 사이를 가로질렀다. 내가 본 버스의 상태는 허름하고 먼지를 듬뿍 묻혀있는 상태였다. 과연 이런 버스를 타도 안전할 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인지 부조화를 무시했다. 

사실인즉슨, 아침에 허탕 친 것 때문인지 어쩐지 너무 피곤하여 이 허름한 버스가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벗어나는 동안 꿀잠을 잤다는 것이다. 나 자신이 대견하고 놀라웠다. 정말 사람의 적응 능력은 놀랍다. 낡은 버스가 고마웠다. 코로나의 걱정도 없었다. 1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에서 30분 간 숙면을 이 버스 안에서 잤다는 것이 놀라웠을 뿐이다. 

끌 잠 잔 인도 버스 안 내부

나를 태우고 온 허름한 버스를 보내고 도착 한 곳의 버스 정류장을 한 번 훑어보았다. 한국의 과거에 살고 있는 현재의 인도인 것 같다. 

버스에 내려 다시 한번 오토릭샤의 흥정에 들어갔다. 이 오토 릭샤는 그냥 오토 릭샤가 아니고 공유하는 오토 릭샤로서 일반 릭샤보다 가격이 저렴하나 다른 이와 따닥따닥 붙어서 먼 장거리를 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인원을 꾸역꾸역 공유 릭샤에 채워 넣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다.

어차피 오늘은 공유일이고, 인도에서 처음 맞이하는 경험이 다 새로웠기 때문에 여유를 부리며 그러자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시장 구경을 겸사겸사 할 생각이었다. 물론 공유하는 오토 릭샤에 앉아서 내가 타고 갈 자리를 사수하면서...

화려하게 사리를 차려입은 여인들이 특히나 눈에 띄었다. 색상과 무늬 그리고 그녀들만의 패션 감각이 드러나는 옷차림이 인상적이었다. 패션 화보지 보그 보다도 더 보그스러웠다. 보그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3디로 눈앞에 펼쳐진 듯했다. 단색과 무늬가 있는 기본 옷에 패턴이 들어가 있는 스카프 같은 것으로 엑센트를 주는 것이 트렌드인 것 같았다. 그녀들의 얼굴 표정에서 인생의 희로애락 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 즉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욕심을 인간의 일곱 가지 인, 칠정이 동시에 느껴지는 듯한 환상이 있었다. 

실컷 여성들의 사리 패션과 그녀들의 얼굴을 관찰하던 중, 아뿔싸, 너무 방심을 했는지 그 사이 오토릭샤 드라이버는 또 다른 손님을 비 좁은 내 앞과 옆에 손님을 태우려고 그들과 흥정을 끝낸 상태였다. 황망하여, 나는 잽싸게 안 된다고 하였다. 그들이 웃으며 슬슬 다른 손님을 내 옆에 태우려고 할 때, 그들이 낫씽 (nothing)을 말할 때 사용하는 손 핸드 제스처를 격하게 보이며 가까스로 내 뒷자리를 사수할 수 있었다.

공유하는 오토 릭샤 드라이버와 흥정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

오토릭샤 드라이버는 더 이상 나를 설득할 수 없다고 생각하자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고 했다. 좁은 공유 릭샤는 만원이 되어버렸다. 같은 릭샤 안에서도 이들은 내가 이기적이게? 하나의 의자를 사수한 것에 대해 불평하거나 이이의 제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외국인이 자신의 의자를 사수하기 위해 발악하는 모습을 흥미롭고 재미있게 구경하는 듯했다. 이 오토 릭샤 안에도 분명한 빈부 격차가 존재한다.

공유 릭샤 안의 만원 된 자리의 모습

뒷 좌석에 앉아서 나는 뒤따라 오는 오토바이, 자동차, 용달차, 그리고 풍경들을 만끽할 수 있었다. 공유되는 릭샤보다 더 큰 용달차에 여러 사람들의 이동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바로 그 용달차 앞에 편하게 자동차를 모는 젊은 이들의 차가 보여 이 두 상반된 모습이 인도의 사회상의 핵심을 반영하는 것 같아 바쁘게 스마트 폰의 셔터를 눌러대었다. 

이번 공유 릭샤의 최고의 파트는 바로 한 가족, 남아, 아빠, 그리고 엄마로 보이는 이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스쳐 지난 것이다.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참 따뜻하고 훈훈하게 느껴졌다. 순수한 아이의 모습의 매력에 순간 흠뿍 빠져 버렸다. 

아이는 외국인이 내가 신기했는지 끝까지 나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나도 물론 그 아이의 아버지가 오토바이를 내가 타고 있는 오토릭샤를 가로지르기 전까지 그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눈빛이 따뜻한 아이이다. 잘 성장해서 인도의 그리고 세계의 큰 일꾼이 되길 잠시 기도했다. 이렇게 써 댔는데 아직도 힌두 템플에 도착을 못 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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