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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보 May 15. 2017

시금치와 얼린 어묵 사이의 신문지

세심한 마켓 계산대의 종업원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번씩 집 앞에 있는 '오리엔탈 마켓'이라는 식료품 가게에서 아시아 음식을 장보기 위해 들른다. 갈 때마다 느낀 것이지만, 카운터에 계신 4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 분이 손님들의 물건을 잘 꾸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다른 상점에 가면 물건이 무거운 것인지 가벼운 것인지 상관없이 물건을 종이 가방이나 플라스틱 봉지에 빨리 담아 주기 일쑤다. 집에 돌아와 식료품 점에서 사 온 음식을 정리할 때면, 찌그러진 식료품을 보게 된다. 


반면에, 오리엔탈 마켓 계산대의 종업원 분은 레고 블록을 플라스틱 봉지에 쌓으시는 것처럼, 무거운 것은 아래에 쌓고, 가벼운 것이나 야채는 위에 올려 쌓으시는데, 그  속도도 아주 빠르다. 


하지만, 여느 때와 다르게 그분은 2초 정도 카운터 주위를 서성이시더니 신문지를 찾아 봉지 안에 쌓아 올리신 식료품 위를 덮으시더니 그 위에 시금치를 올려놓으신다. 


궁금증이 일어나, 나는 그분에게 여쭈었다. '실례지만, 신문지를 봉지 안에 넣으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분은 말씀하셨다. "예? 얼지 말라고요~~"


집에 와서 식료품 가게에서 사 온 음식을 정리하다 보니, 내가 구입한 어묵은 얼린 어묵이었고, '얼린 어묵 때문에 시금치가 상하지 않을까' 생각하신 식료품 점 종업원 분은 어묵과 시금치 사이에 신문지를 접어 넣었던 것이다.  


그분께서 식료품, 혹은 식료품을 먹을 사람을 생각하셔서,  혹은 식료품과 그 식료품을 먹을 것을 생각하셔서 그리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사 온 식료품을 정리하는 동안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일어났다. 

시금치 아래에 신문지를 깔아 얼린 어묵으로부터 시금치를 보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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