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속엔 뭐가 있을까?

만두와 제사 그리고 의식

by 소박

제법 계절의 티가 나는 날씨다.

참 신기하게도 10월 언저리를 지나면 바람의 냄새가 달라진다. 코끝에 맴도는 찬기운에 정신이

번쩍든다는 생각이 들라하면 어느새 팔뚝 속으로 쑥 바람이 파고든다. 어찌나 사납고 촘촘하게

들어오는지 조금이라도 품이 넓은 옷을 입었다간 옷과 나 사이에 한 겹의 바람옷을 걸칠 수도 있다.

이런날엔 만두 생각이 간절해진다.


아니 정확하게는 만두국이다. 고기만두가 들어가고 뽀얀 사골국물로 맛을 낸 만두국.

뽀얀 사골국물 속에 동동 띄워져 있는 만두를 하나 꺼내 숟가락으로 반을 숭덩 갈라내면 보이는

내용물위에 간장 살짝 뿌려 한입먹으면 모질게도 굴었던 바람따위는 두려워지지 않는 몸이 된다.

이쯤 되어 생각해보면 만두라는 음식은 정말 신기하다.


만두는 속을 열기 전까지는 그 내용물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수없지만 그

동그랗고 꽉차있는 모양새란 그 누가 보아도 먹음직스럽다는 느낌이 절로 날 것 이다.


이런 만두의 유래는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 승상 제갈량이 남만 정벌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강에

부는 폭풍우를 잠재우려 만든 것이다. 이 폭풍우는 죽은 병사들의 한이라며 처음엔 사람의 머리

마흔아홉개를 올려 제를 지내야했지만 지혜로운 제갈량은 살생을 하지않고도 그 억울한 넋들을

달래주었다. 머리가 아닌 만두로. 머리모양이라고 할 수도 없는 덩어리에 한이 풀어진 병사들을 보면

병사들이 가져온 폭풍우는 복수가 아닌 이해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따뜻하게 데워진 촉촉한 마음 말이다.


어디를 가도 만두를 주식으로 먹는 곳은 좀 처럼 없다(어딘가에 있긴 하겠지만 일단 우리집은 아니다).

식사에 곁들여 혹은 누군가와 나눠먹기 위해 존재하는 부수적인 존재. 조금 아쉬운 저녁을 먹을때 나는

어김없이 만두를 먹는다 이건 허한 속을 달래는 나만의 작은 제사일지도 모르겠다.


어김없이 저녁식사 시간이 온다. 난 오늘 만두국을 먹을 예정이다. 부대낄정도로 든든하고 속이 꽉찬

만두를 집어 들어 목구멍 너머로 넘길 것이다. 한입 베어 물때마다 부드럽게 뭉게지는 내용물들을

음미하고 뒤섞긴 맛을 느끼며 오늘도 잘 버티고 있었구나 위로의 말을 속으로 넌지시 건네는 의식을

치를 것이다.


아주 거창하고 커다랗지 않아도 오늘 어딘가에서 생활기스가 난 마음을, 몸을 편안하게 해주는 만두

속에 있는 이 위로와 온기를 넘기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