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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rahms의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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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Dec 03. 2020

수능시험 볼 때 들을 수밖에 없는 음악

보케리니 현악 5중주 마장조 3악장

Boccherini String Quintet
in E Major - 3rd. 'Minuet'
보케리니 현악 5중주
마장조 3악장

https://youtu.be/-tEyTwOKQ7M?t=66

매년 한국의 11월 둘째 혹은 셋째 주 목요일은 대학 수학능력 시험이 치러집니다. 학생들이 12년 동안 공부한 모든 것들을 쏟아붓는 이 중요한 날에는 늘 ‘수능 한파’가 귀신같이 찾아오죠. 영하의 날씨를 대비해 학생들은 얇은 옷을 여러 겹 걸쳐 입고,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장으로 향합니다. 온 나라는 학생들의 노력을 함께 응원해주고, 이들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내줍니다. 또한 국가는 수능 영어영역의 듣기 평가를 위해 비행기의 이착륙을 막아 시험에 방해되는 소음을 차단하죠. 듣기 평가 방송이 진행되는 35분 동안, 비행기들은 공항 주변의 상공에서 뱅글뱅글 맴도는 재밌는 상황이 매년 나타납니다.

2019년 11월 14일 목요일 '2020년 대학 수학능력 시험'의 영어 듣기 평가 시간에 인천의 상공을 날고 있는 비행기들

수능 영어영역의 듣기 평가가 시작되기 전, 경쾌하고 우아한 바이올린 선율로 시작되는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곧이어 스피커의 음량 테스트와 답안 작성을 위한 안내방송이 나오고, 듣기 평가는 시작되죠. 이때 흘러나오는 익숙한 음악은 이탈리아 첼리스트이자 작곡가인 ‘보케리니’의 현악 5중주 마장조의 3악장 미뉴엣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mkOHzmorCk

마리스 얀손스 지휘,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연주

https://youtu.be/gFFh-HRNP48?t=12

현악 5중주 연주

1743년 보케리니는 첼로와 더블베이스 연주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첼로를 곁에 두고 자란 보케리니는 ‘첼로 신동’이라는 이름으로 로마에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보케리니는 당시 단순한 반주 악기로만 사용되었던 첼로의 활용성을 극대화시켰습니다. 그는 두 대의 첼로를 사용하는 현악 5중주와 첼로 협주곡을 작곡하여 독주 악기로써의 첼로 위치를 견고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또한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곡들을 음역을 조절해 첼로로 종종 연주하기도 하였죠. 보케리니의 첼로 연주와 작곡 재능은 멀리 스페인의 마드리드까지 소문이 났습니다. 스페인 왕 ‘카를로스 3세’의 동생인 ‘루이스 안토니오’의 궁정악사로 취임하게 된 보케리니는 화려한 활동을 펼쳤지만 후원자의 사망으로 가난 속에서 힘겨운 생을 마감했습니다.

Luigi Rodolfo Boccherini 루이지 루돌프 보케리니, 1743 - 1805

‘미뉴엣 Minuet’은 ‘작다’라는 뜻을 가진 ‘menu'에서 유래되어, '우아한 걸음걸이'를 뜻하는 표현을 갖고 있습니다. 3/4박자의 우아한 리듬을 갖고 있는 이 춤곡은 16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된 춤곡으로, 17세기 루이 14세의 궁정 무도회에 큰 인기를 얻고 전 유럽으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보케리니는 현악 4중주와 두 대의 첼로를 사용하는 현악 5중주의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중 현악 5중주 마장조의 5번의 3악장 미뉴엣은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곡으로 궁정의 우아하고 경쾌한 궁정음악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그의 음악을 하이든의 음악과 비교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피치카토의 반주 위로 당김 음을 사용한 선율은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나타납니다. 셈여림과 조성의 대비를 이용해 음악은 단순하고 우아한 분위기로 표현됩니다.

2017년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된 이후, 2020년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던 이유로 수능이 연기되었습니다. 악화되는 코로나 속에서 올해는 다른 때보다 더욱 무거운 분위기로 시험이 치러집니다. 어느 때보다 좋은 에너지가 수험생들에게 한 가득 닿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