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ahms Aug 14. 2020

시골에 도착해서 깨닫는 즐거운 감정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L. V. Beethoven Symphony
No. 6 'Pastoral' In F Major, Op. 68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자신의 청력에 문제가 생긴 것에 대해 베토벤은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청력은 사람들이 알아차릴 만큼 심각해졌죠. 베토벤은 친구 '베겔러'에게 자신의 청력에 대해 처음으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의 병이 계속 진행된다면 자신을 위해 시골의 집 한 채를 빌려 달라고 제안했습니다.

나를 위해 아름다운 시골에 집을 한 채 빌린다면, 여섯 달 동안 내가 농부처럼 살고 싶네. 아마도 그러면 좀 나아지겠지. 체념은 얼마나 비참한 피난처인가!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게 전부라네.



베토벤이 여름마다 거주했던 바덴과 하일리겐슈타트


 베토벤은 작품 활동을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도 매우 규칙적으로 산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작곡에 몰입하기 위해 자주 도시를 벗어나 외각의 한적한 곳에서 머물기도 하였죠. 베토벤은 자연을 굉장히 사랑했습니다. 특히 시골 생활에 대한 경험을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마음이 가득했죠. 베토벤의 이런 마음은 1803년 '전원'교향곡에 대한 스케치로 시작되었습니다.

 베토벤이 한 때 사랑했던 여인 테레제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그가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얼마나 위안과 해방감을 얻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편지의 내용을 축약하여 교향곡 6번이 출판되었을 때, 첫 악장의 제목 ‘시골에 도착해서 깨닫는 즐거운 감정’으로 사용하였죠. 

 ‘당신이 하루빨리 시골로 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린아이 같은 흥분으로 그날을 기대하겠소. 나무와 풀과 바위 사이를 돌아다니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오. 나만큼 시골을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거요. 확실히 숲과 나무와 바위는 인간이 듣고자 하는 메아리를 돌려주니까 말이오.’  

 

스케치된 전원교향곡의 한 부분 / 출처. wikipedia


 1808년에 완성된 이 작품은 5번 '운명'교향곡과 함께 음악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은 통상적인 4악장이 아닌 5악장으로 구성이 되어있으며, 3, 4, 5악장은 중단 없이 계속 연주됩니다. ‘전원’이라는 제목은 베토벤이 자신의 작품에 직접 제목을 지었으며, 각 악장에도 제목을 남겼습니다. 

1악장 - ‘시골에 도착해서 깨닫는 즐거운 감정’
2악장 - ‘시냇가 풍경’
3악장 - ‘시골 사람들의 즐거운 모임’
4악장 - ‘폭풍우’
5악장 - ‘목동의 노래,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기쁨과 감사’


 베토벤은 제목이 있는 음악은 음악에 회화적인 인상을 주어 지나치게 묘사를 밀어붙인다는 이유로 표제 음악을 경멸했습니다. 하지만 베토벤은 6번 교향곡에서 ‘전원’이라는 제목과 함께 전 악장에 제목을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2악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새들의 이름을 직접 기보 하여 자연 속에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표현하기도 했죠. 그는 플루트로 나이팅게일을, 오보에는 메추라기, 2대의 클라리넷은 뻐꾸기의 소리를 묘사하였습니다.

프란츠 헤기의 판화 '전원 속에서 작곡을 하는 베토벤' / 출처. wikipedia


 
 베토벤은 각 악장의 제목들에 대해 그림 같은 회화적인 풍경 묘사가 아닌 ‘느낌의 표현’이라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 곡에 대해 ‘상황을 발견하는 것은 감상자의 몫이다. 이 곡에서 전원생활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사람은 굳이 작곡가의 의도를 나타내는 제목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작품의 의미는 제목이 아닌 감상자의 몫이라고 말을 남겼죠.   


 마스크 없이는 자유롭게 자연을 마주할 수 없는 요즘입니다. 베토벤이 시골에 도착한 그 행복한 순간을 느낌으로 표현한 ‘전원교향곡’을 감상해보시면서,  잠시 잊고 있던 편안한 자연의 느낌을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https://youtu.be/kCI5altL1yM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https://youtu.be/aW-7CqxhnAQ

다니엘 바렌보임지휘, 서동시집 관현악단 연주

https://youtu.be/9ORsinmqm0M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매거진의 이전글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