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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Jan 18. 2021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Bach Cello Suite No. 1 In G major

Bach Cello Suite No. 1 In G major, BWV 1007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요한 세반스티안 바흐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는 음악가 집안에서 출생했습니다. 1577년경에 사망한 ‘파이트 바흐 Veit Bach’를 시작으로 바흐 집안의 후손들은 수세대에 걸쳐 오르간 연주자나 궁정음악가 등 음악과 관계되는 일을 해왔죠. 집안의 영향으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음악과 함께 생활을 하였습니다.

 바흐는 1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의고 맏형의 집에서 자라게 되었습니다. 다른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음악가의 삶을 살아갔던 형의 집에는 수많은 옛 악보들이 있었습니다. 어린 바흐는 그 악보들을 친구 삼아 악보를 읽고 필사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17세기 이탈리아의 유명한 작곡가 ‘프레스코발디’와 독일 최고의 오르가니스트이자 오르간 작곡가였던 ‘북스테후데’, 프랑스의 옛 작곡가들의 악보 등 수많은 음악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죠. 이렇게 바흐는 필사를 통해 여러 나라의 다양한 작곡가들의 음악적 아이디어와 작곡 기법을 관찰하고 연구하며 독학으로 음악을 배워나갔습니다.
 

음악가 가문이었던 바흐의 집안 가계도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모음곡 혹은 조곡(Suite)


 바흐가 남긴 수많은 작품들 중 첼로 무반주 모음곡 1번의 프렐류드는 가장 사랑받는 바흐의 음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장 유명한 프렐류드(Prelude)를 포함해 이 모음곡은 알라망드(Allemande), 사라방드(Sarabande) 등 여러 나라에서 영향을 받은 춤곡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바로크 모음곡이라 부릅니다.

 모음곡 혹은 조곡이라 불리는 이 형식은 춤곡으로 구성된 여러 개의 곡들이 같은 조성으로 이루어져 하나의 곡으로 묶인 음악을 지칭합니다. 예를 들어 5개의 다른 형태의 춤곡이 하나로 묶여있는 모음곡을 상상해보겠습니다. 이 모음곡은 '솔, 라, 시, 도, 레, 미, 파#, 솔'의 음계, 즉 사장조라 불리는 조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5개의 춤곡들은 모두 이 사장조의 조성을 사용하여 작곡되는 거죠. 또한 다양한 빠르기의 춤곡과 2박자, 3박자 등 다른 박자의 춤곡 등을 배치하여 한 곡 안에서 여러 분위기의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같은 조성을 사용하는 여러 개의 춤곡들을 하나의 곡으로 묶어 그 안에서 다양한 분위기와 형태를 살펴볼 수 있는 형식을 모음곡 혹은 조곡이라 부릅니다.  


바로크 모음곡의 기본 형식

 중세 말기부터 춤을 추기 위해 반주로 연주되었던 모음곡은 16세기 이후, 춤을 뺀 독립적인 음악 양식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점차 커져버린 음악의 아름다움은 더 이상 춤에게 묶여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배꼽이 커지다 못해 배에서 탈출한 셈이죠.

 모음곡은 17세기 독일의 작곡가 '요한 야콥 프로베르거 Johann Jakob Froberger'에 의해 모음곡의 틀로 정형화되었습니다. 그는 궁정에서 사랑받았던 춤곡을 위주로 모음곡을 구성하였죠. 2박자 계열의 보통 빠르기를 갖는 알라망드(Allemande)와 3박자의 빠른 템포의 쿠랑트(Courante), 느리고 우아한 사라방드(Sarabande)에 이어 빠른 춤곡인 지그(Gigue)가 모음곡 형태에 포함되었고, 이 4개의 악장은 바로크 모음곡의 기본적인 틀로 굳혀졌습니다. 이후, 헨델과 바흐 등 바로크 작곡가들은 프로베르거의 양식을 따르며 수많은 모음곡을 작곡하였죠.

알라망드 Allemand
쿠랑트 Courante
사라방드 Sarabande
지그 Gigue


 바로크 모음곡의 기본형식은 위와 같습니다. 모음곡 앞에는 전주곡(Prelude)이나 서곡(Overture)이 오기도 하고, 사라방드와 지그 사이에 미뉴엣(Minuet), 부레(Bourrée), 가보트(Gavotte), 폴로네이즈(Polonaise) 등 다른 춤곡 악장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또한 춤곡이 아닌 에어 Air(혹은 아리아라 불리는) 악장을 추가하기도 하였죠.

 바흐는 6개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첫 악장에 자유롭고 즉흥적인 요소의 전주곡을 삽입시켰습니다. 그중 모음곡 1번의 전주곡은 바흐의 음악 중 가장 유명한 곡이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첼로 무반주 모음곡은 어떤 악기를 위한 곡이었을까.

 바로크 시대의 첼로는 어깨에 메고 연주하는 첼로와 기타처럼 안고 연주하는 첼로, 다리에 껴서 연주하는 첼로 등 다양한 첼로 형태의 모습이 존재했습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악보에는 정확히 어떤 악기를 위한 것인지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서, 이 곡이 첼로를 위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바흐가 이 음악을 작곡할 당시 바로크 시대의 첼로는 단지 제일 낮은음을 반주하는 정도의 악기로 사용되었기에 바흐가 과연 첼로를 위해 작곡한 것이 맞느냐는 의문도 있었죠. 이에 프랑스의 비올리스트 ‘제라르 코제 Gérard Caussé’는 ‘이 곡은 비올라는 위한 것이다.’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어깨 첼로라 불리는 비올론 첼로 다 스펠라(연주자 지기스발트 쿠이켄)과 다리 사이에 넣고 연주하는 비올라 다 감바(연주자 조르디 사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숨을 불어넣은 '파블로 카잘스'

 한 기자가 95세의 노장 첼리스트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선생님, 왜 아직도 매일 6시간씩 연습을 하시나요?" 이에 첼리스트는 대답을 합니다. "왜냐면 저는 지금도 조금씩 발전하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음악 앞에서 발전과 열정을 삶의 끝까지 함께한 이 첼리스트의 이름은 '파블로 카잘스 Pablo Casals'입니다.

 스페인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전곡을 최초로 연주하고 녹음한 연주자로 알려집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재능이 많았던 13살의 어린 카잘스는 악보 상점에서 색이 바랜 오래된 악보 묶음을 발견했습니다. 그 악보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전곡이었죠. 악보를 들고 집으로 돌아온 카잘스는 악보에 그려진 음표를 하나하나 풀어가며 이 음악에 대해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악보에 적혀있지 않은 음악의 빠르기와 운지법, 활의 사용법 등을 다양하게 연습해보며, 어떻게 하면 이 음악이 첼로를 통해 더 아름답게 들릴 수 있을지 고민과 연구를 거듭하였죠.

 이 곡에 대한 카잘스의 연구와 연습은 12년에 걸쳐졌고, 청년이 된 25세의 카잘스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무대 위에서 연주하였습니다. 이 연주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대해 획기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30여 년 뒤, 60세의 카잘스는 최초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의 음반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 음반은 무려 3년에 걸쳐 녹음이 되었죠. 바흐의 첼로 모음곡에 숨을 불어넣은 카잘스를 뒤따라 로스트로 포비치, 미샤 마이스키, 요요마 등 뛰어난 첼리스트들도 바흐의 첼로 모음곡의 녹음을 남겼습니다.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1. 프렐류드(전주곡)
2. 알라망드
3. 쿠랑트
4. 사라방드
5. 미뉴엣 I & II
6. 지그


 첼로를 생각하면 바로 머릿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의 프렐류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우아함 속에서도 굳건한 힘과 깊은 울림이 특징인 이 곡은 바흐의 작품 중 가장 사랑받는 음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익숙한 전주곡과 뒤이어 나오는 음악들을 들어보시며 아무 방해 없는 온전한 첼로의 소리와 깊은 호흡을 나눠보시길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X1YtvFZOj0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https://www.youtube.com/watch?v=p9_hAw8HOMs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

https://www.youtube.com/watch?v=mGQLXRTl3Z0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https://www.youtube.com/watch?v=rGgG-0lOJjk

첼리스트 요요마

https://www.youtube.com/watch?v=HhYHdc4gUtA

첼리스트 문태국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중 프렐류드


-사진출처

비올라 다 감바 (조르디 사발)
https://www.wqxr.org/story/thursday-jordi-savall-and-le-concert-des-nations?tab=summary

옆으로 켜는 첼로(연주자 이름 : 시기스발트 쿠이켄 / (Sigiswald Kuijken))

https://oae.co.uk/introducing-the-violincello-da-spalla/ 
파블로 카잘스

Spanish musician and composer Pablo Casals, playing the cello in 1936.

Fox Photos/Getty Images



@인스타그램 no.5_adagietto
https://instagram.com/no.5_adagie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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