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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May 08. 2021

내가 왜 이런 곡을 작곡했는지 모르겠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Rachmaninoff - Piano Concerto No. 3 in D Minor, Op. 30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20세기 음악의 흐름은 인상주의 음악이나, 매우 불안정안 화음을 사용하거나, 조성이 없는 음악을 작곡하는 등 혁신적인 화성과 조성 어법을 이용해 근대적인 음악을 추구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라흐마니노프는 다른 20세기 작곡가와는 달리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의 흐름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래서 당시 활동했던 음악가들은 그의 음악을 ‘구식’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였죠. 하지만 그의 낭만성 때문에 그의 음악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작곡가이자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자신의 피아노 연주를 위해 피아노 작품을 작곡하기도 하였죠. 라흐마니노프는 총 4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습니다. 그중,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미국에서 열릴 연주를 위해 작곡한 곡이었습니다.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세상에 발표되고 난 후, 6년 만에 작곡을 시작한 피아노 협주곡 3번은 2년에 걸쳐 작곡이 되었습니다.

 피아노 협주곡 3번이 완성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라흐마니노프는 미국의 연주를 위해 배를 타고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러시아에서 바쁘게 시간을 보냈던 라흐마니노프는 약음 키보드로 이 곡을 연습하며 바다를 가로질러 미국에 도착하였죠. 뉴욕 심포니와의 초연은 큰 성공을 이뤘습니다. 언론은 이 작품에 대해 “최근 들어서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다.”, “품위와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최고의 곡이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는 라흐마니노프 / 출처. wikipedia, pinterest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굉장히 어려운 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큰 스케일의 음악은 화려한 음악과 현란한 테크닉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190cm가 넘는 거구의 라흐마니노프의 거대한 손에 맞춰서 작곡된 이 곡은 넓은 음역의 화음을 사용하여 보통 사람의 손으로는 연주하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음악은 매우 작게 연주되는 피아니시모부터 매우 매우 강하게 연주되는 포르티시시모까지 폭넓은 강약의 표현과, 옥타브 이상의 도약 진행, 다양한 리듬의 사용, 넓은 음역을 아우르는 분산 화음, 빠른 장식적 음형 등 피아노의 화려한 기교들이 가득합니다.


 라흐마니노프는 미국에서 활동했던 폴란드 피아니스트인 ‘요제프 호프만’에게 이곡을 헌정했습니다. 하지만 손이 작았던 호프만은 “나를 위한 곡이 아니다.”라며 평생 이 곡을 연주하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또한 이 곡을 듣게 된 피아니스트 ‘루빈슈타인’은 이 어렵고 스케일이 큰 곡에 대해 `코끼리 협주곡'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라흐마니노프 본인도 초연이 끝난 후, “내가 왜 이런 곡을 작곡했는지 모르겠다.”라는 재밌는 이야기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라흐마니노프(왼쪽)와 월트 디즈니(가운데) 그리고 호로비츠(오른쪽)의 모습 / 출처. Getty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떠올리면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바로 떠오르듯,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에서는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러시아 혁명 이후, 미국으로 망명을 하게 된 라흐마니노프는 스타인웨이 피아노 전시장에서 우연히 25세의 젊은 피아니스트 호로비츠를 만났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미국에서 연주를 앞둔 호로비츠는 라흐마니노프 앞에서 이 곡을 연주했습니다. 라흐마니노프는 호르비치의 연주에 대해 “호로비츠는 이 작품을 통째로 삼켜버렸네!”, “이 협주곡에 대해 내가 늘 꿈꾸어 온 이상향적인 연주”라 극찬하였죠. 당시 라흐마니노프와의 만남에 대해 호로비츠는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나는 라흐마니노프의 요청으로 그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고 그는 내가 연주하는 동안 피아노로 다가와 함께 연주해주었습니다. 나는 이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나의 우상이자 가장 존경하는 라흐마니노프와 함께 앉아서 연주를 하다니! 이미 난 최고의 성공을 이룬 듯 꿈만 같았습니다. 이때부터 우리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음악은 러시아적 서정적인 선율로 시작합니다. 점점 힘을 얻고 스케일이 커진 음악에서는 다양한 화성과 화려한 기교를 통해 짙은 애수의 감정을 표현하죠. 음악은 폭넓은 강약을 표현하며, 응축된 감정을 넓게 뻗어 나가 폭발하듯 점차 감정이 증폭됩니다. 모든 걸 다 쏟아붓듯, 3악장에서는 화려하고 정교한 기교를 통해 연주자의 뛰어난 연주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화려한 기교와 다양한 색감을 표현하는 화성을 발판 삼아,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율은 클라이맥스까지 웅장한 감동을 이끌어 갑니다. 인상적이고 매혹적인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에 한 번 깊게 취해보시길 바랍니다.

 라흐마니노프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협주곡을 듣고 자신이 꿈꿔온 이상적인 연주라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출처. Lebrecht Music & Arts, getty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주빈 메타 지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전악장)

https://www.youtube.com/watch?v=D5mxU_7BTRA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75세), 주빈 메타 지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피아니스트 손열음
https://youtu.be/dXRo9AKp4_g

피아니스트 손열음 연주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실황)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https://youtu.be/MOOfoW5_2iE?t=20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연주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https://www.youtube.com/watch?v=wBca3z7bAtE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피아니스트 조성진

https://www.youtube.com/watch?v=meKSDUnS7xg

피아니스트 조성진 연주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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