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 - 꿈
Debussy - Rêverie L.68
드뷔시 - 꿈
19세기 말, 프랑스에서는 새로운 예술 사조가 등장했습니다. 화가들은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묘사 대신, 한순간의 인상과 느낌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네’와 ‘세잔’, ‘부댕’, ‘르누아르’ 등 당대 프랑스의 화가들은 여러 가지 색을 바르고 덧발라 혼합된 색채와 분명치 않은 선을 이용해 빛과 그림자의 효과를 강조하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죠. 1874년 전시회에 출품된 ‘모네’의 그림 <인상 : 해돋이>를 본 평론가 ‘르루아’가 ‘인상주의자들’이라고 글을 쓰면서 이들의 그림은 ‘인상주의’라 불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문학가들 사이에서도 구체적인 묘사 대신, 상징적인 단어들을 사용하여 함축적이고 모호한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상징주의’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변화의 분위기는 음악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죠. 프랑스의 음악가들은 고정된 형식의 독일 낭만주의 음악에 저항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심엔 ‘클로드 드뷔시’가 있습니다.
1862년, 드뷔시는 파리 근교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10살 때부터 파리 국립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작곡법을 공부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기존의 화성법을 무시하기 일쑤였습니다. 이에 교수는 드뷔시에게 ‘도대체 자네는 어떤 규칙을 따르는가?’라고 묻게 되었고, 이에 드뷔시는 ‘오로지 나 자신의 즐거움만 따를 뿐입니다.’라는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그리곤 드뷔시는 들리는 대로 자유롭게 음악을 표현하였죠.
드뷔시는 소나타와 교향곡 등 독일권 음악은 프랑스 음악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드뷔시는 프랑스의 음악적 표현에 집중하기 시작하였죠. 사람들은 그의 음악이 한 폭의 인상주의 그림 같다고 생각해 드뷔시의 음악을 '인상주의'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드뷔시는 자신의 음악이 인상주의라 불리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죠.
19세기 수많은 피아노 작품으로 피아노 역사에 획을 그은 작곡가가 쇼팽이라면, 20세기에는 드뷔시를 언급할 수 있습니다. 드뷔시는 많은 곡의 피아노 작품을 남겼을 뿐 아니라, 섬세한 피아노 표현과 다양한 빛이 나는 음색으로 피아노 음악에 발전을 도모하였죠. 드뷔시는 전통적인 화음과 조성 관계를 무시하며 음악의 색채적인 기능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불협화음을 계속해서 사용하기도 하고 페달을 이용해 음향을 혼합하여, 다양하면서도 모호한 색채를 만들어 내었죠. 그래서 그의 음악에서 도착지를 잃고 그 자리에 둥둥 떠있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드뷔시의 작품 중 <꿈>은 1890년에 작곡된 그의 초기 피아노 작품입니다. 다양하고 혁신적인 면모가 나타나는 후기 작품에 비해 화성감이 느껴지는 곡이기도 하죠. 왼손의 고요한 선율로 시작한 음악은 몽환적인 분위기로 점점 빠져들게 만듭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드뷔시 음악에 몸을 맡겨 보세요. 희미한 안개처럼 느껴지는 음악 속에서 기분 좋은 꿈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