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 교향곡 8번 <미완성>
Schubert - Symphony No 8 in B minor, D 759
슈베르트 - 교향곡 8번 <미완성>
자유로운 표현과 개성이 가득한 낭만주의 음악이 구조적인 형식을 기반으로 하는 교향곡으로 표현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에 리스트는 교향시를, 바그너는 음악극을 창안하기도 하였죠. 슈베르트는 낭만주의 작곡가로 분류됩니다. 거장 베토벤과 동시대에 살아갔던 슈베르트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사이 과도기에 걸린 작곡가로 분류하기도 하죠.
슈베르트는 9개의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음악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절대 음악’적인 모습과 고전 형식에 맞춰 작곡된 그의 교향곡은 흔히 ‘고전주의적’이라고 평가됩니다. 하지만, 천재적인 선율적 표현과 풍부하고 매혹적인 화성, 능숙한 전조의 사용 등 그의 음악이 '낭만적'이라는 사실에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맙니다.
24살의 슈베르트는 오스트리아의 ‘그라츠 음악 소사이어티’의 명예 회원으로 추대되었습니다. 이에 슈베르트는 소사이어티에 교향곡 하나를 헌정하였죠. 슈베르트는 협회의 회원으로 활동했던 ‘안젤름 휘텐브레너’에게 협회에 악보를 건네 달라며 이 교향곡의 자필 악보를 맡겼습니다. 하지만 슈베르트의 이 교향곡은 슈베르트가 죽은 후, 약 40년 뒤에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죠.
이 곡에는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표준적인 교향곡들은 4악장으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슈베르트의 이 교향곡은 단지 1악장과 2악장만이 전해졌을 뿐이죠. 1865년, 당시 이 곡의 초연을 맞았던 지휘자 ‘요한 폰 헤어베크’는 슈베르트의 교향곡 3번의 4악장을 가져다 이 교향곡의 피날레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음악은 전혀 어울리는 맛이 아니었죠. 결국 이 교향곡은 1악장과 2악장으로만 연주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두 악장밖에 없는 이 교향곡을 <미완성> 교향곡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미완성> 교향곡은 왜 2악장밖에 없을까? 슈베르트가 죽고 난 후, 8번 교향곡이 발견되었기에 그 누구도 이 질문의 답을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단지 여러 가설만이 존재할 뿐이죠. 악보 표지에는 ‘1822년 10월 30일, 빈’이라는 날짜가 적혀있습니다. 슈베르트가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지만, 이 작품에서 슈베르트의 추가적인 손길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단지 3악장 ‘스케르초’ 악장의 스케치만 남겨져있을 뿐이었죠.
이에 대해 사람들은 ‘휘텐브레너에게 먼저 두 악장을 건네준 후, 나머지 두 악장을 전해주려고 했을 것이다’라는 주장과 ‘휘텐브레너가 나머지 두 악장을 잃어버렸다’라는 가설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또한 ‘성미가 급한 슈베르트가 이 곡을 완성하기 전에, 다른 곡을 작곡하느라 이 곡의 존재를 잊었을 것이다’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였죠. 많은 이들은 ‘1악장과 2악장에 모든 걸 쏟아부었기에 슈베르트는 이렇게 교향곡을 완성했을 것이다’라는 주장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수면 아래에서 깊은 울림이 울리듯 첼로와 더블 베이스의 선율로 음악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바이올린과 현악기들의 긴장과 불안한 떨림 위로, 오보에와 클라리넷의 애수 넘치는 멜로디가 흘러나오죠. 뒤이어 '가곡의 왕'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서정적인 선율이 첼로의 목소리를 통해 나오게 됩니다. 이 선율은 <미완성> 교향곡의 대표되는 선율이기도 하죠.
베토벤 이후, 대부분의 교향곡은 마지막 악장을 작품 전체의 클라이맥스처럼 만드는 ‘피날레 교향곡’의 전형으로 작곡되었습니다. 마지막 악장에 곡의 에너지와 중요도가 몰려있는 경우가 많죠. 반면, <미완성>이라 불리는 슈베르트의 8번 교향곡은 3악장도, 피날레 악장도 없습니다. 그래도 그의 음악의 에너지와 깊이는 충분합니다. 그의 미완성은 그 자체로 우리의 마음속에 완성으로 남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