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코와 차이코프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The Variations on a Rococo Theme Op. 33, for cello and orchestra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19세기 말, 당시 러시아에서는 러시아 고유 음악에 대한 확립과 발전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 5인조’라고 불리는 음악가들은 독일을 중심으로 하는 서유럽 음악을 배척하며 러시아 음악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었죠. 반면 차이코프스키는 서유럽의 전통음악을 기본으로 러시아의 민족성을 녹여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서는 차이코프스키만의 뚜렷한 음악적 색감을 느낄 수 있죠. 무엇보다 그의 멜로디들은 굉장히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은 매혹적인 그의 음악에 빠져들곤 합니다.
표트르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 5. 7. - 1893. 11. 6.) /출처. wikipedia1876년, 모스크바 음악원의 교수로 재직 중이었던 차이코프스키는 첼로를 위한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 1월, 완성된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란 작품을 음악원의 동료 교수인 독일 태생의 첼리스트 ‘빌헬름 피첸하겐’에게 헌정하였죠. 하지만 피첸하겐은 곡이 너무 어려워서 연주를 못하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피첸하겐은 차이코프스키에서 권한을 위임받았다며, 출판사에 이 곡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습니다. 원래 8개로 구성된 변주를 7개로 줄이기도 하고, 변주의 순서를 이리저리 옮기기도 하였죠. 또한 연주에 용이하게 음들을 편곡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럽으로 연주 여행 중이었던 차이코프스키는 이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죠. 출판 직전 이 사실을 알게 된 차이코프스키는 크게 역정을 냈습니다.
‘빌어먹을! 악마가 곡을 가져갔다!’
하지만 차이코프스키는 결국 피첸하겐이 편곡한 곡으로 출판을 허락하였죠. 피첸하겐의 손을 거친 이 곡의 초연은 큰 성공을 이루게 되었고, 피첸하겐은 연주여행에서 이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피첸하겐의 연주를 듣게 된 사람들은 이 곡에 매료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현재, <로코코 변주에 의한 협주곡>의 대부분 연주는 피첸하겐의 편곡으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독일 태생의 첼리스트 '빌헬름 피첸하겐' (1848 - 1890) /출처. 러시아 국립 음악 박물관 이 곡의 제목에 적힌 것과 같이 이 음악은 ‘로코코’ 음악 양식으로 작곡되었습니다. ‘로코코(Rococo)’는 ‘장식이 많은 조개껍데기’를 일컫는 ‘로카이유(rocaille)’에서 유래된 말로, 17세기 말 프랑스에서 발전한 양식을 말합니다. 로코코는 밝고, 경쾌하고, 가볍고, 즐겁고, 섬세한 요소들이 가득한 양식으로, 음악에서의 로코코 양식은 음악적 깊이보다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즐길 수 있는 장식적이고 외향적인 내용을 추구하는 음악을 말합니다. 로코코 양식의 음악들은 다성부의 바로크 음악과는 달리, 밝고 화려한 요소들이 가득한 음악으로 표현되었죠. 또한 꾸밈음과 트릴 등 장식적인 요소가 많은 것도 특징으로 알려집니다.
차이코프스키의 첼로 독주곡은 몇 개의 소품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습니다. 협주곡 형식의 독주곡은 이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하나뿐이죠.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피아노 협주곡과 더불어 협주곡 형식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또한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경쾌한 분위기로 시작한 주제는 관현악과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하고, 다양하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변주되어 나타납니다. 깊은 감정을 꺼내어 보이기도 하고 아울러 첼로의 기술적인 요소가 가득 담겨 우아한 열정이 나타나기도 하죠. 화사하고 우아한 로코코의 분위기 속에 묻어 나오는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매혹적인 음악적 색채에 푹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로코코 양식은 프랑스 루이 14-15세에 크게 유행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