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 첼로 소나타 3번
Beethoven - Sonata No.3 in A Major for Violoncello and Piano, op.69
베토벤 -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3번
중후한 음색과 깊은 울림으로 우리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첼로는 사실 주목을 받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주도적으로 음악을 이끄는 피아노와 바이올린과는 달리 첼로는 단지 음악의 반주를 담당하는 악기였죠. 바흐는 미처 발견되지 못했던 첼로의 잠재력을 <무반주 첼로 모음곡>으로 이끌어 냈습니다. 첼로 음악 역사상 최초의 무반주 첼로 곡이었죠. 하지만, 이후 작곡가들에게서는 첼로의 매력을 찾아볼 수 있는 곡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베토벤에 이르러 다시 한번 첼로의 독자적인 음색에 주목하기 시작하였죠.
바로크 시대가 지나고, 고전시대에 이르렀어도 첼로의 위치는 여전히 단순한 반주 역할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베토벤과 함께 고전시대 대표적인 작곡가였던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음악에서도 첼로의 비중을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았죠. 하지만 베토벤은 이전 작곡가들과는 달리, 첼로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그리고 첼로의 특성을 살려내어 5곡의 첼로 소나타를 작곡하였죠.
사실, 베토벤도 초기에는 첼로의 독자성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습니다. 그의 초기 작품으로 분류되는 1, 2번 첼로 소나타는 ‘첼로 소나타’이지만 피아노의 역할이 첼로보다 더 컸으며, 첼로는 피아노를 꾸며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죠. 시간이 흐른 후, 음악에 대해 늘 발전과 실험을 아끼지 않았던 베토벤은 첼로 소나타에서도 변화를 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첼로 소나타 3번에서 처음으로 독주 악기로서의 첼로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죠. 첼로 소나타 3번에서 첼로를 피아노와 동등하게 힘을 나누며, 첼로라는 악기의 예술성을 화려하게 수를 놓았습니다.
이 작품은 베토벤이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하던 시기였던 1807-1808년에 작곡된 음악입니다. 이 시기의 베토벤은 청각을 잃어 죽음까지 생각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의 상황을 극복했던 시기입니다. 이 작품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은 교향곡 5번 <운명>과 교향곡 6번 <전원> 그리고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고 있었죠. 그의 음악 예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던 시기 작곡된 이 곡 또한 넘치는 에너지 속에서 정열과 고뇌가 동시에 느껴지기도 합니다. 베토벤은 이 작품의 악보에 이렇게 적어두었습니다.
‘눈물과 슬픔 사이에’
1악장은 첼로의 독주로 시작됩니다. 곧이어 피아노가 이 멜로디를 이어받아 연주를 하게 되고, 첼로와 피아노는 더욱 정교하게 맞물리며 힘찬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합니다. 이어 음악은 깊고 풍부한 첼로의 선율에서부터 화려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까지 발견할 수 있죠. 일반적으로 느린 템포로 연주되는 2악장과는 달리, 이 음악에서는 빠른 스케르초 악장으로 시작되는 2악장은 당김음의 리듬으로 긴장감과 활발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3악장에서는 느린 서주를 시작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게 되죠.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구약성서로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는 신약성서로 불리기도 합니다. 첼로 소나타 중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이 곡은 단지 ‘저음 악기’의 역할만 해왔던 첼로의 모습을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 밝은 빛을 향하는 모습부터 숨죽여 속삭이는 모습까지 베토벤이 이끌어낸 변화무쌍한 첼로의 매력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