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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Jun 25. 2021

그가 남긴 단 한 곡의 소나타.

리스트 - 피아노 소나타 b단조

 Liszt - Piano Sonata in B Minor, S.178
리스트 - 피아노 소나타 b단조


 19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리스트의 연주를 듣게 된 관객들은 단번에 그에게 마음을 사로잡혔고 격렬한 환호를 보냈습니다. 관객들은 그가 던진 장갑을 서로 갖겠다고 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리스트가 탄 마차를 쫓는 등 리스트에 대해 열렬한 애정을 보였습니다. 자신에게 큰 사랑을 주는 관객들의 반응에 부응하고자 리스트는 끊임없이 연주를 이어나갔습니다. 리스트는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보다도 훨씬 많은 연주 횟수를 남겼다고 알려지죠.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쉴 틈 없이 연주회를 이어온 리스트는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 몸도 마음도 힘에 부치기 시작하였죠. 이 무렵, 리스트는 '캐롤린 자인 비트겐슈타인'부인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캐롤린은 리스트의 상황을 지켜보며, 힘든 연주는 그만하고 이제 작곡에 집중해보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녀는 그에게 경제적으로 지원해주겠다며 든든하게 말을 건네기도 하였죠. 캐롤린의 애정 어린 걱정에 리스트는 은퇴를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1847년 9월, 화려한 연주 생활을 마감하고 더 이상 연주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죠. 리스트는 독일 바이마르의 궁정 지휘자로 활동하며 작곡 활동을 이어나갔습니다. 가끔 다른 음악가들의 부탁으로 그들의 음악을 연주하거나 초연을 함으로 연주자의 역할을 이어나가기도 하였죠. 



프란츠 리스트(좌)와 그의 마지막 사랑 캐롤린 자인 비트겐슈타인(우) / 출처. wikipedia


 바이마르에서의 리스트는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이 시기 리스트는 대규모의 교향시와 오케스트라 곡들을 작곡하였죠. 그래서인지 이 시기의 완성된 피아노 작품에서는 오케스트라의 풍부한 음악적 특징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의 피아노 협주곡과 그가 남긴 단 하나의 피아노 소나타에서 그 모습을 살펴볼 수 있죠. 

 리스트는 슈만으로부터 ‘환상곡’이라는 작품을 헌정받았습니다. 이에 리스트는 1853년, 슈만에게 자신의 피아노 소나타를 헌정하였죠. 하지만, 리스트가 이 작품을 슈만에게 전달해줄 당시 슈만은 리스트의 작품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몸의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정신병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죠. 슈만을 대신하여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의 악보를 건네받은 아내 클라라는 지나치게 어려운 기교와 현대적인 어법이 가득한 이 곡에 대해 “그냥 소음”이라 평했습니다. 또한 이 곡을 초연한 리스트의 제자 ‘한스 폰 뷜로우’의 연주를 들은 당대 평론가인 ‘한슬릭’은 이 곡에 대해 “이것을 듣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음악을 모른다.”라는 악평을 남기기도 하였죠. 재밌게도 브람스는 리스트가 웅장한 이 곡을 연주할 때, 그 앞에서 꾸벅 잠에 빠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리스트가 남긴 단 한곡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나단조)는 그의 중요한 작품이자, 낭만시대의 중요한 소나타로 손꼽히는 곡입니다. 이 곡은 3악장-4악장 구성의 전통적인 소나타와 달리, 쉬지 않고 30분 동안 연주를 이어나가는 단악장의 소나타로 새로운 소나타의 모습을 등장시켰죠. 리스트는 이 작품에 ‘소나타 풍 환상곡’이라는 부제를 붙였습니다. 소나타 형식을 벗어난 이 곡은 ‘피아노의 교향시’라 불리기도 하였죠. 어려운 기교로 가득한 이 음악은 연주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당시 음악가들과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피아노 앞에서의 리스트. / 출처. reddit


  리스트의 소나타에서는 ‘주제 변형 기법’이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주제 변형 기법은 여러 부분을 가진 단악장이나 분리된 악장에서 지속적으로 주제를 등장시키는 것으로, 주제가 반복될 때 리듬의 변화, 선율적인 장식, 화성의 변화, 빠르기의 변화 등 성격을 변화하여 주제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말합니다. 주제는 작품 전체의 여러 번에 걸쳐 반복되어 나타나지만, 그때마다 다른 성격으로 표현되죠. 또한 곡 전체에 걸쳐 주제 변형 기법을 사용해 음악에 통일감을 부여하였습니다. 


 리스트는 소나타에서 총 5개의 주제적 소재들을 사용했습니다. 이 주제들은 음형과 박자, 빠르기, 리듬, 성격 등 다양하게 변형과 발전을 통해 표현됩니다. 자유롭게 확대와 축소를 넘나드는 리듬의 변화와, 서정적인 선율, 곡의 긴장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기교적인 음형들, 극적인 감정과 셈여림의 변화, 반음계적 진행과 옥타브 진행, 장식적인 분산 화음 등 이 곡에서는 리스트의 음악적 특징이 가득 들어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최고의 기교와 최고의 서정성'이 다 들어간 작품이라 평가받기도 하죠.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b단조를 이끌어가는 5개의 주제적 소재를 살펴보겠습니다. (시간은 조성진 연주 영상 기준입니다.)


주제 A 
(00:09 – 00:27)

 이 곡의 시작과 끝을 나타내는 주제적 요소로 형식의 전환점을 나타나는 곳에 등장합니다. 순차 하행하는 7개의 음으로 구성된 이 주제는 곡 전체에서 확대와 축소, 화성의 변화를 통해 나타납니다. 


주제 B 
(00:53 - 01:04)

 옥타브 도약으로 진행하는 주제 B는 주제 A와 다른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을 보입니다. 5개의 주제 중 5옥타브의 음역대를 넘나드는 넓은 음역으로 표현되며, 제일 많이 활용되는 주제입니다. 


주제 C (01:05 – 01:10)

 5개의 주제 중에서 길이가 제일 짧은 주제로 낮은 음역에서 반복이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주제 D (03:34 – 04:01) 
 왼손과 오른손의 웅장함으로 시작하는 주제로 다른 주제들보다 변화가 적게 표현됩니다. 

주제 E (12:25 – 13:22) 
 A-D까지의 뚜렷한 성격과 달리 서정적인 성격을 갖는 주제로 선율적인 진행이 특징입니다. 

 서로 다른 5개의 주제들은 음악 전체에 등장하여 통일성과 다양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곡은 어려운 기교도 문제지만,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기에도 매우 어려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호로비츠는 이 곡의 이런 점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정신적으로는 물론 육체적으로도 주의해야 하는 악마와 같은 피아노 소나타"

 한 편의 영화 같은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를 감상해보세요. 5개의 주제들이 다양하게 변화되고 발전돼가는 모습에서 단 한 곡의 소나타에 자신의 모든 열정을 불어넣은 리스트의 혼을 살펴볼 수 있을 겁니다. 



https://youtu.be/36SDx8bue08

피아니스트 조성진


메인 출처 : Cr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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