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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Jun 24. 2021

슈베르트의 즉흥곡

슈베르트 - 즉흥곡  D.935, Op.142 中 2번


 Schubert - Impromptu D.935, Op.142 No.2 in A flat Major
슈베르트 - 즉흥곡  D.935, Op.142 2번 

 
 베토벤은 자신을 찾아온 젊은 작곡가에게 '빛나는 음악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이 젊은 작곡가는 31살이라는 어린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살아생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슈베르트'의 천재성은 그가 별이 되고 나서야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죠. 그의 작품들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 40년이 지난 이후부터야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19세기 후반, 그의 작품들이 출판되기 시작하였고 브람스, 브루크너, 말러 등 독일 작곡가들을 중심으로 그의 작품들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였죠. 

 '가곡의 왕'이라는 별명답게 슈베르트의 음악에서는 노래하는 듯 자유롭게 흘러가는 아름다운 선율이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이 특징은 피아노 작품에서도 확연히 드러나죠.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곡을 가리켜 '가사가 없는 노래'라 칭하기도 했습니다. 

프란츠 슈베르트 (Franz Peter Schubert, 1797. 1. 31. - 1828. 11. 19.) / 출처. wikipedia



 슈베르트는 기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을 표현한 피아노 작품을 작곡했습니다. 바로 '소품'이라 불리는 <악흥의 한때>과 두 개의 <즉흥곡>을 작곡하였죠. 짧은 길이의 음악으로 구성된 이 작품들은 간결함 속에서 풍부한 표현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낭만시대의 대표적인 장르였던 성격 소품의 선구적인 작품이 되어주었죠. 


'즉흥곡(Impromptu)'는 '준비되어 있음'이라는 뜻의 라틴어 'In Promputu'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연극 상연에서 쓰인 즉흥곡은 19세기 낭만시대의 피아노 작품의 한 종류로 사용되기 시작하였죠. 즉흥곡은 순간의 발생하는 감정과 즉흥적인 악상을 기본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슈베르트의 즉흥곡은 서정적인 긴 선율로 자유로운 감정을 표현하였습니다. 


 슈베르트는 생애 마지막 해에 두 개의 <즉흥곡>을 작곡했습니다. 두 곡 모두 각각 4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 두 번째 즉흥곡(D.935, Op.142)은 형식적으로나 구조적선율의 전개 방식, 조성적인 부분까지 4곡이 모두 치밀하게 계획되고 구상되어 만들어진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로베르트 슈만은 이 4곡을 가리켜 '소나타'의 모습이라 분석하였죠. 


슈베르트 <즉흥곡> D.935, Op.142의 구성


No. 1 in F minor 
No. 2 in A♭ major 

No. 3 in B♭ major
No. 4 in F minor
-

구스타브 클림트 - <피아노 앞의 슈베르트> / 출처. wikipedia


 슈만은 즉흥곡의 2번 곡을 가리켜 소나타의 느린 2악장이라 비유했습니다. 여리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음악은 여유 있는 느린 템포로 시작이 됩니다. 주제 선율은 꾸밈음으로 장식이 되면서 변형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죠. A-B-A'의 3 부분 구조로 나눠지는 이 음악에서는 큰 분위기 전환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곧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분위기의 A부분과 강한 타건으로 강렬한 클라이맥스를 보여주는 B부분의 대조적인 모습에서 감정의 깊은 폭을 느낄 수 있습니다.

 느린 슈베르트의 음악에서는 투명한 아름다움이 전달됩니다. 슈베르트와 함께 숨을 죽이며 하나하나 선명한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


그의 작품들은 출판사에서 출판된 순서대로 작품 번호(Op.)가 붙어있습니다. 슈베르트의 곡들 대부분이 슈베르트 사후에 출판이 되어, 출판 번호에서는 작품들이 언제 작곡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1951년 ‘오토 에리히 도이치(Otto Erich Deutsch)’가 1000곡 가까이 되는 슈베르트의 전작품 목록을 연대순으로 정리하는 중요한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도이치의 약자 D를 이용해 D(도이치, Deutsch) 번호로 슈베르트의 작품을 칭하게 되었죠. 현재, 슈베르트의 작품은 도이치 번호와 출판 번호 두 가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 중에는 출판이 되지 않아, 출판 번호가 없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https://youtu.be/66saQMea0kI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




'2019년 9월, 파리 생쉴피스 성당에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장례식이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방문한 기자들과 유명 인사들이 어색하게 정렬해 앉은 곳, 무거운 침묵을 깨고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다니엘 바렌보임이 슈베르트의 즉흥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성당의 돌벽을 치고 울리는 근본부터 투명한 소리, 슈베르트의 <즉흥곡>. 생의 마지막 순간에 즉흥곡이라니. 장례 미사에서 합창도 오르간도 아닌, 너무나도 세속적인 피아노의 울림이라니 불경스럽지 않은가. 죽음의 순간 절대자를 대면한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듯 한 음 한 음 내려놓는 노장 바렌보임의 피아노 소리는 겸허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가장 연약한 속살이 드러날 때만큼 신이 돋보이는 순간은 없으니 말이다.'

 P.17<음악의 언어>, 시간과 흐름, 2021, 송은혜.


메인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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