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 교향시 <전주곡>
Liszt - Les Préludes, S 97
리스트 - 교향시 <전주곡>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피아노 연주 실력으로 수많은 팬들을 몰고 다녔던 리스트는 19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비르투오소였습니다. 그는 여러 도시에서 연주회를 열며 여심을 훔쳤죠. 연주자로서 큰 인기를 얻었던 리스트는 1848년부터 순회 연주를 중단하였습니다. 그리고 바이마르 궁정의 음악감독으로 활동을 시작하였죠. 바이마르에 정착한 리스트는 작곡에 매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리스트는 형식에 얽매여 자신의 음악을 표현하는데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그는 관현악 작품에 대한 자신의 새로운 음악적 영감이 전통적인 형식인 ‘교향곡’에 머물 수 없다 생각했죠. 그리하여 리스트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음악을 표현할 수 있는 관현악 장르인 ‘교향시’를 창안했습니다. 단악장으로 이루어진 교향시는 교향곡과 달리 단악장으로 구성되었죠. 또한 회화나 문학, 시, 이야기, 역사 등 음악 외적인 주제가 제목이나 표제로 사용되었습니다. 리스트가 창안한 교향시는 스메타나, 시벨리우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라흐마니노프 등 후대의 작곡가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는 음악 장르로 즐겨 사용하게 되었죠.
리스트는 총 13편의 교향시를 작곡했습니다. 그중, <전주곡>은 그의 교향시 중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자 예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프랑스의 시인이자 정치가였던 ‘알퐁스 드 라마르틴느’의 시 <시적 명상>에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리스트는 이 시의 분위기와 내용이 자신의 음악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하여 작품의 일부분을 총보에 인용하기도 하였죠. 시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전달해줍니다.
‘인생은 죽음에 의해서 시작되는 미지의 세계의 전주곡이다.’
<전주곡>은 느린 서주와 4개의 부분 그리고 코다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리스트는 음악을 4 부분으로 나눠, 시의 표현(젊음과 사랑, 고통과 안락함 그리고 인생의 승리와 투쟁은 모두 죽음 앞에서 전주곡에 불과하다는 것)을 음악을 통해 생생하게 표현하였죠.
1. 젊음과 사랑
2. 인생의 고통
3. 시골생활에서의 안락함
4. 투쟁과 승리
리스트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바로 ‘주제 변형’입니다. 주제 변형 기법은 어떤 동기가 한 작품 전체에 반복되면서 모양과 성격이 다양하게 변형되어 표현하는 기법을 말하죠. <전주곡>에서도 느린 서주에 등장하는 ‘C-B-E(도-시-미)’ 3개의 음을 기본 동기로 이용해 주제 변형 기법을 표현했습니다. 사랑의 감정, 고통의 주제, 즐거움의 분위기 등 동기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며 음악 전체에 걸쳐 등장하게 되죠.
리라를 들고 자신의 뮤즈를 불러들이며 노래를 시작하는 시인의 도입부인 ‘도-시-미’를 따라 가보세요. 사랑과 고통, 두려움과 편안함, 고투와 승리 등 우리의 인생을 한 편으로 그려낸 영화 같은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질 거라 생각됩니다. 아마 그 장면들은 죽음이라는 운명을 잠시 잊고 빛나는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멋진 전주곡일 수도 있겠지만요.
메인 출처 : Gustav Klimt - Death and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