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E. 바흐 - 플루트 협주곡 라단조
Carl Philipp Emanuel Bach - Flute Concerto in D minor, Wq 22
C.P.E. 바흐 - 플루트 협주곡 라단조
헨델과 바흐는 바로크,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은 고전시대의 작곡가로 분류가 됩니다. 스타일이 다른 두 시대의 중간지점엔 누가 있었을까요? 바로 ‘전고전주의’ 작곡가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음악엔 어렵게 들려오는 바로크 음악 대신 귀에 쉽고 즐겁게 들려오는 음악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죠. 음악의 아버지 바흐의 자식 중 한 명인 ‘칼 필립 엠마뉴엘 바흐’도 전고전주의 작곡가로 알려집니다.
바흐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칼 필립 엠마누엘 바흐(C.P.E. 바흐)는 아버지에게 직접 음악을 교육받으며 자랐습니다. 그는 많은 형제들 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로 성장하게 되었죠. 사실 C.P.E. 바흐는 라이프치히와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법을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음악가의 인생을 위해 방향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죠. 그리고 1740년, 프리드리히 2세의 베를린 궁정 실내악단에 들어가 음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프리드리히 대왕으로 알려진 ‘프리드리히 2세’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영향으로 많은 문화 활동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군사력 확대에만 집중했을 뿐이었죠. 자신이 거느릴 수 있는 궁정이 생긴 프리드리히 2세는 뛰어난 음악가들을 자신의 실내악단으로 불러들였습니다. 그중엔 C.P.E. 바흐도 포함되어 있었죠. 궁정에서의 일은 승진도 없고, 급여의 인상도 없었지만 C.P.E. 바흐는 30년 가까이 프리드리히 2세의 궁정에서 봉직했습니다. 그는 왕이 플루트를 불 때 반주를 하며, 그와 궁정, 대중을 위한 음악을 작곡하였죠.
사실 C.P.E. 바흐는 건반 음악에 대가였습니다. 그는 <올바른 피아노 주법에 관한 논문>을 써내서 건반 음악계에 확고한 위치를 다질 수 있었죠. 당시 사람들은 그의 아버지 J.S. 바흐가 아니라, C.P.E. 바흐를 가리켜 ‘위대한 바흐’라 부를 정도였습니다.
바로크와 전고전시기의 플루트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플루트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플루트는 ‘가로 플루트(Traverso flute)’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죠. 당시 ‘플루트’는 ‘라코더’를 지칭하는 말이었기에 ‘트라베소 플루트’라고 따로 명시를 해야 했습니다. 가로 플루트는 아마추어들에게 굉장히 인기가 많았습니다. 왕족과 귀족을 넘어 중산층까지, 그들의 여가 활동으로 큰 사랑을 받는 악기였죠. 프리드리히 2세도 플루트를 굉장히 사랑했습니다. 그는 300여 곡이 넘는 레퍼토리를 연주해온 아마추어 플루트 연주자로 알려지고 있죠. C.P.E. 바흐는 프리드리히를 위해 6곡의 플루트 협주곡을 만들어 그에게 선물을 하기도 했죠.
C. P. E. 바흐가 남긴 6개의 플루트 협주곡 중, 라단조는 가장 잘 알려진 음악입니다. 당시 나무로 만들어진 플루트가 강약의 표현이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 음악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음악과 폭발하듯 감정을 내뿜는 매력이 가득하죠. C.P.E. 바흐는 2악장에 감정을 충분히 표현했던 작곡가로도 알려집니다. 바로크의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1악장과 우아하고 아름답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2악장, 고조된 감정으로 빠르게 나아가는 3악장을 들어보시며 바로크와 고전시대를 연결해줬던 시간들에 푹 빠져 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