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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Jan 07. 2022

달구지 가는 소리는 산령을 도는데

조두남 - <산촌>

조두남 - <산촌> (arr. 김택수)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혹시 저 글을 읽으면서 여러분도 모르게 멜로디가 흥얼거리시진 않나요? 위에 적힌 가사는 학창 시절 음악시간에 배웠던 <선구자>라는 노래의 한 구절입니다. 이 가곡은 한국의 작곡가 '조두남' 선생님께서 지으신 음악이죠. 


 1912년, 평양의 가톨릭 가정에서 출생한 조두남은 6세부터 미국 출신의 신부 ‘조지프 캐논스’에게 음악을 배웠습니다. 그에게서 작곡과 서양음악을 배우기 시작하였죠. 조두남은 11세에 가곡 <옛이야기>를 작곡하여 작곡가로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16세부터는 뛰어난 피아노 실력으로 여러 교회에서 오르간과 피아노 연주자로 활동했고, 17세에는 첫 가곡집을 출판하기도 하였죠. 
 
 우리나라가 일제의 탄압을 받았던 당시, 조두남은 만주로 넘어가 그곳에서 음악활동을 하며 지냈습니다. 그리고 1945년, 광복을 맞은 서울로 돌아와 자신의 창작 활동을 이어 갔죠. 6.25 전쟁으로 인해 마산으로 피난을 갔던 조두남은 그곳에 정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작곡보다는 피아노와 음악교육에 집중하여 후학들을 양성하였죠. 조두남은 수많은 가곡들과 교성곡 ‘농촌’, 오페레타 ‘에밀레종’, 피아노곡 ‘환상 무곡’ 등 민족 고유의 풍류를 느낄 수 있는 수많은 음악들을 우리에게 남겨주었습니다. 
 

조두남(1912 ~ 1984)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로베르트 슈만이 자신의 가곡에 ‘뤼케르트’, ‘하이네’ 등 시인들의 시를 가사로 이용했던 것처럼, 조두남의 가곡에도 많은 시인들의 시가 가사로 사용되었습니다. 그중, 가곡 <산촌>은 시인 이광석의 시에 음악을 입혀 탄생하였죠. 


 1958년 이광석 시인은 노랫말을 작곡했습니다. 그 해 가을, 조두남은 멜로디를 작곡해 <산촌>이라는 음악을 발표하였죠. 작곡가는 아름다운 전원 풍경에 대한 감탄과 감동의 감정을 담아 음악을 써 내려갔다고 알려집니다. 조두남은 이 곡의 탄생에 대해 이렇게 말을 남겼죠. 


 ‘이 곡이 작곡된 것은 1958년 가을 마금산 온천에서 요양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 내가 투숙한 방 앞으로 시원스레 평야가 트이고 그 멀리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농가가 평화로운 정경을 이루고 있었다. 길을 따라 줄 지은 플라타너스와 마을을 둘러싼 나무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고 저녁노을에 물들 때면 그 아름다움이란 비길 데가 없었다. 나는 이러한 평화로운 전원 풍경의 아름다움에 깊은 감동을 느끼고 이 곡을 만들게 된 것이다.’

출처. 슬기로운 산촌생활 Tvn

 

 조두남의 <산촌>은 국내 수많은 성악가들에게 애창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곡가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을 고취시켰죠. 현재,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 출신의 작곡가 ‘김택수’는 이 곡을 편곡하여 현대적인 한국의 가곡을 표현했습니다. 민요풍의 선율과 서양악기의 만남, 당김음의 리듬 속에서 읊어지는 농촌의 아름다움 그리고 현대적인 화성을 뚫고 시원하게 흘러나오는 피리의 소리로 <산촌>은 더욱 신선한 매력을 우리에게 선사해주고 있습니다. 

 헨델의 파사갈리아를 편곡했던 할보르센의 음악처럼, 오늘은 조두남의 <산촌>과 김택수 편곡의 <산촌>을 비교하며 즐겨보세요. 어려 분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산촌이 떠오르시나요? 조금은 현대적으로 변한 산촌의 모습일지, 아님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목가적인 모습의 산촌 일지 궁금해집니다. 
 
+조두남은 만주에서 활동 당시, 일본의 국민음악 창조를 목적으로 조직된 만주작곡가협회의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의 친일 행동은 오랜 뒤에 발견이 되었고, 그의 친일 행적의 이유로 마산에 지어진 '조두남 기념'관은 현재 '마산 음악관'으로 이름이 바뀌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작곡가 김택수 관련이야기는 여기를 참고해주세요!:)

https://brunch.co.kr/@brahms/201



*김택수 편곡
https://youtu.be/S0d2z_Z4b2A

소프라노 홍혜란, 편곡 김택수

*조두남 원곡
https://youtu.be/5FpfWZNHLVc

테너 정의근 

*가사 (이광석 시)


달구지 가는 소리는 산령을 도는데
물 긷는 아가씨 모습이 꽃인양 곱구나
사립문 떠밀어 열고 들판을 바라보면
눈부신 아침 햇빛에 오곡이 넘치네 
야아~ 박꽃향내 흐르는 마을
천년만년 누려본들


싫다손 뉘하랴
 
망아지 우는 소리는 언덕을 넘는데
흐르는 시냇물 사이로 구름은 말 없네 
농주는 알맞게 익어 풍년을 바라보고 
땀 배인 얼굴마다 웃음이 넘치네
야아~ 박꽃향내 흐르는 마을
천년만년 누려본들
싫다손 뉘하랴 


참고 자료 : 경남 일보 
(48) 가곡 `산촌' 여담 :: 경남신문 (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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