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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Apr 08. 2021

찹~싸아알~떡!

김택수 - 찹쌀떡

Texu Kim - 찹쌀떡 [tʃapsaltɔk]
김택수 - 찹쌀떡


  심한 도약과 극단적인 음역, 조성이 느껴지지 않는 선율, 불협화 음정들의 끊임없는 사용, 복잡하고 어려운 리듬, 실험적인 음향 등 20세기 현대음악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또한 추상적인 주제에 음악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죠. 이에 사람들에겐 ‘현대음악은 어렵다.’라는 편견이 깊게 박혀있습니다. 하지만 작곡가 김택수의 음악은 ‘어렵다’라고 느껴지는 현대음악을 ‘재밌다’라는 마음으로 바꾸어줍니다. 그의 음악엔 일상의 소재와 유머가가 들어있기 때문이죠.


 작곡가 김택수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과 함께였습니다. 4살부터 피아노를, 10살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다고 알려지죠. 하지만 그에겐 특이한 이력이 있습니다. 예술고와 음악대학을 졸업한 음악가들과는 달리, 그는 서울과학고를 졸업해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였죠. 고등학생 때는 국제 화학 올림피아드에 나가 은상을 수상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화학과 학생으로 재학할 당시, 1년 동안 음악대학 작곡과 수업을 청강했다고 알려집니다. 그리곤 화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작곡과로 다시 입학하여 음악에 몰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수헬리베붕탄질산’의 화학도에서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이야기하는 음악학도로 변신을 하게 되었죠.

작곡가 김택수 / 출처. texukim.com


 작곡가 김택수는 ‘일상에서 출발하는 음악이 내가 갈 방향이라는 생각을 했다’라는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음악적 소재를 찾고 영감을 받는다고 알려지죠. 그래서일까요. 그의 음악에서는 구체적인 묘사와 함께 그의 재치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농구공의 튕기는 소리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바운스 Bounce’는 공을 주고받는 모습을 음으로 표현하였고, 공이 튀어 오르고 내려오는 모습을 음형으로 표현하기도 하였죠. 이 음악에서는 운동화가 바닥에 스치는 ‘끼익’ 소리까지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민학교 환상곡’에서는 호루라기와 함께 시작하는 국민체조의 구령과 배경음악을 사용하기도 하고, 우리에게 친숙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무슨 꽃을 찾으러 왔느냐~ 왔느냐~’의 멜로디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빨리빨리’라는 제목의 바이올린과 첼로의 2중주곡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기도 하였죠.


 작곡가 김택수의 작품 중 ‘찹쌀떡’은 어릴 때 들었던 정겨운 소리를 생각하며 작곡된 합창곡이라 전해집니다. 작곡가는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기대와 배고픔이 커졌던 경험에 대한 것’이라는 설명을 남겼죠. 이곡은 2013년 2월 인디애나 대학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추운 겨울바람을 묘사하듯 ‘휘~’ 불어오는 바람 소리 속에서 멀리서 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찹쌀떡 아저씨의 존재도 모르고, 목소리를 들어 본 적 없을 것 같은 금발의 파란 눈의 성악가는 멀리서부터 ‘찹~싸아알 떡! 메~미이일 묵!’을 외치며 무대 쪽으로 다가옵니다. 무대에 가까워질수록 찹쌀떡을 외치는 목소리도 점점 가까워지죠. 그리고 ‘찹쌀떡’과 ‘메밀묵’의 단어를 이용해 아름다운 합창이 이어집니다. 찹쌀떡 아저씨와 그 시절이 바로 떠오르게 되는 부분에서 웃음이, 음악적 표현에 대한 김택수 작곡가의 재치에 미소가 지어지는 음악이라 생각됩니다. 배고프지 않아도 배고파지는 그 소리. ‘찹~싸아알 떡!’의 즐거움을 음미해보시길 바랍니다.



*김택수 작곡가의 ‘짠!(Zzan!)’은 2021년 4월 9일 금요일 2021년 교향악축제 부산시향의 연주로 연주됩니다. 2021년 교향악 축제는 네이버 TV에서 무료 중계가 되오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함께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김택수 작곡가의 여러 인터뷰를 참고해 작성된 글입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정보가 있다면 댓글이나 메일로 알려주세요.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https://youtu.be/0OYW4Vl3xTQ

인디애나 대학교 심포닉 합창단, 김재은 지휘, 바리톤 Connor Lid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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