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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Apr 09. 2021

'몰다우'말고 '블타바'라 불러주세요

스메타나 - 교향시 <나의 조국> 중 2번. 블타바

Smetana - <Má Vlast> No.2 Vltava (The Moldau)

스메타나 -교향시 <나의 조국> 2번. 블타바(몰다우)


 프랑스혁명 이후, 유럽에서는 나폴레옹이 퍼트린 프랑스혁명의 이념인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박애와 민족주의가 뿌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동유럽의 여러 민족들은 독자적인 국가를 이룩하려는 열망에 휩싸였죠. 반면 유럽의 열강들은 ‘혁명이 일어나기 이전의 구체제로 돌아가야 한다.’ 주장했습니다.  주장에 맞서 1848 프랑스에서는 2 혁명이, 오스트리아에서는 3 혁명이 일어나게 되었죠. 유럽 전역에 이어진 혁명의 영향으로 당시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보헤미아의 프라하에서도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혁명 세력의 일원이었던 체코의  작곡가는 <국민의용군 행진곡>, <자유의 노래> 등을 작곡하며 혁명에 적극 동참하였죠.  작곡가의 이름은 '스메타나'입니다.

자유, 평등, 박애의 이념을 남긴 프랑스혁명(좌), 1848년 프라하 혁명(우) / 출처. wikipedia

 
 보헤미아 출신의 스메타나는 독일화가 진행되었던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독일어를 배우며 자랐습니다. 당시 합스부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보헤미아는 정치적 자치권을 포함해 언어, 풍습,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독일화가 진행되었죠. 1848년, 프라하에서 일어난 반 오스트리아 혁명은 실패로 끝이 났습니다. 이에 오스트리아의 탄압은 더욱 거세졌죠. 예술적 표현까지 자유를 박탈하게 된 체코에서 스메타나는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었습니다. 스메타나는 스웨덴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그곳에서 지휘자와 연주자로 활동하며 작곡 활동도 이어나갔습니다.

 1859년, 오스트리아는 이탈리아와의 전쟁에서 패했습니다. 힘이 빠진 오스트리아는 보헤미아에 대한 탄압을 누그러트렸고, 이에 보헤미아에서는 민족 부흥 운동이 일어났죠. 민족 부흥 운동은 예술분야까지 넘어왔고, 이를 알게 된 스메타나는 곧바로 프라하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스메타나는 문인들과 함께 보헤미아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 <팔려간 신부>를 작곡하며 체코의 민족성을 알리는 체코 국민 오페라를 창안했습니다. 또한 보헤미아의 역사적 사건과 전설, 자연 풍경 등을 묘사한 민족음악인 <나의 조국>을 작곡하였죠.

  <나의 조국>은 역사적인 장소와 아름다운 자연, 전설과 역사를 그린 교향시입니다. 6곡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첫 번째  곡인 ‘비셰흐라드’에서 보헤미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장소를 표현했으며, 두 번째 곡인 ‘블타바(몰다우)’, 네 번째 곡인 ‘보헤미아의 목장과 숲에서’는 보헤미아의 아름다운 자연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 번째 곡인 ‘샤르카’와 여섯 번째 곡 ‘블라니크’는 보헤미아의 전설을 이야기하고, 다섯 번째 곡인 ‘타보르’와 여섯 번째 곡인 ‘블라니크’는 보헤미아의 역사를 나타내었죠. 그중 두 번째 곡인 ‘블타바(몰다우)’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현재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스메타나 - 교향시 <나의 조국>
1번. 비셰흐라드
2번. 블타바(몰다우)
3번. 샤르카
4번. 보헤미아의 목장과 숲에서

5번. 타보르

6번. 블라니크


 블타바(몰다우)는 남부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길이 430km의 체코에서 가장 긴 강입니다. 보헤미아 지방을 가로질러 흐르는 블타바 강은 체코시를 지나 엘베 강과 합류하여 독일로 흘러가죠. 스메타나는 농부들의 결혼식, 숲 속에서의 사냥, 신나는 춤, 달빛 아래 춤추는 요정 등 이 강물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들을 이 곡에 담아냈습니다.

보헤미아의 역사를 담고있는 비셰흐라드(좌)와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체코에서 가장 긴 강인 블타바강(우) / 출처 wikipedia, visitvltava.cz


 스메타나는 강물을 따라 달라지는 배경들에 대해 악보 앞에 표제를 적어 놓았습니다.


 ‘이 곡은 강물의 물줄기를 묘사한다. 두 개의 작은 수원(水原, 물의 근원)에서 시작하여 하나로 합류한 몰다우 강은 숲과 초원을 지나 농촌의 축제가 열리고 있는 전원을 지난다. 물의 요정이 달빛 아래 춤을 춘다. 하늘로 치솟은 부근의 바위들은 황폐한 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성 요한 여울에 이르러 급류가 휘몰아친 후 몰다우는 프라하 시로 흘러든다. 이어서 비셰흐라드(높은 성이라는 의미)를 지나 마침내 멀리 엘베 강으로 도도하게 흘러 멀어져 간다.’


 플루트와 클라리넷으로 시작하는 음악은 두 개의 물줄기를 나타냅니다.(영상 기준 시간 0:00) 현악기가 더해져 진 강물은 더 힘찬 강물로 표현됩니다.(1:11) 갑자기 달라진 리듬은 숲 속의 사냥을 묘사하며(3:14) 보헤미아의 민속춤인 폴카풍의 선율로 농촌의 결혼식이 표현됩니다.(4:16) 점점 흐려지는 결혼식의 풍경은 목관악기의 선율과 함께 물의 요정들의 춤을 표현됩니다.(5:50) 점차 확대되는 음악은 강물의 선율로 다시 표현되고, 강물은 급류로 변화하게 됩니다.(10:06) 프라하시로 흘러들어온 강물은 서서히 속도가 누그러지며 비셰흐라드를 지나 멀리 흘러갑니다. (12:45)

프라하를 가로지르는 블타바 강 /출처. pixabay


 블타바라는 이름보다 몰다우로 알려진 이 강의 이름은 독일어로 읽으면 ‘몰다우’로, 체코어로 읽으면 ‘블타바’라고 발음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곡을 스메타나의 '몰다우'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메타나는 ‘블타바’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음악과 보헤미아의 주체성이 알려지길 원했을 겁니다. 흐르는 블타바의 강물을 따라 가보세요. 거대한 강물을 배경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삶의 모습과 스메타나가 널리 알리고 싶었던 보헤미아의 자부심을 함께 느끼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6kqu2mk-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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