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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rahms의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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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Jan 21. 2022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라흐마니노프 - 피아노 소나타 2번

Rachmaninoff - Piano Sonata No.2 in b-flat minor, Op.36
라흐마니노프 - 피아노 소나타 2번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 러시아의 음악계는 두 가지 흐름으로 나눠졌습니다. 서유럽의 영향에서 벗어나 러시아의 민속적 요소를 가지고 독립적인 러시아 음악을 만들어갔던 ‘러시아 5인조’와 서유럽의 낭만주의 어법을 이용해 음악을 작곡한 ‘루빈스타인’과 ‘차이코프스키’ 등 정규적인 음악을 공부했던 작곡가들이 대조를 이루고 있었죠. 라흐마니노프가 활동한 20세기 초, 작곡가들은 새로운 어법을 시도했습니다. 조성을 벗어나는 무조성 음악 등 실험적인 작품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죠. 하지만 라흐마니노프는 루빈스타인을 뒤따르며 19세기 낭만주의적 어법을 이용해 음악을 작곡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서는 러시아의 정취와 서유럽 낭만주의 기법이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죠.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Sergei Rachmaninoff / 1873. 04. 01 - 1943. 03. 28 ) / wikipedia

1913년, 라흐마니노프는 로마에서 피아노 소나타 2번을 작곡했습니다. 먼저 작곡된 복잡한 구성의 1번에 비해, 2번은 간결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작곡되었죠. 하지만 이 작품은 굉장히 장황하고 복잡한 화성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는 평을 듣게 되었습니다. 많은 성부가 동시에 움직이고, 곡의 연주 시간도 길었기 때문이죠. 이에 라흐마니노프는 18년이 지난, 1931년에 이 소나타 작품을 대폭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복잡한 화성 진행과 리듬, 반주 부분은 과감하게 삭제하고, 불필요한 음들을 생략하여 전체적으로 명료한 선율이 매끄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수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화려하고 기교적인 부분들을 대폭 수정하여 연주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죠.

하지만 초판의 화려하고 극적인 표현을 선호하는 피아니스트들도 있습니다. 초판과 개정판의 장점을 다 얻고 싶었던 피아니스트 ‘호로비츠’는 라흐마니노프의 동의를 얻고 초판과 개정판을 섞어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냈죠. 호로비치는 1943년부터 자신이 만든 새로운 버전을 무대 위로 올렸습니다. 대부분의 피아노 연주자들은 개정판의 악보로 연주를 하지만, 소수의 피아니스트들은 초판 혹은 호로비츠의 버전과 조금씩 변형된 버전으로 연주를 해오고 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와 월드 디즈니 그리고 호로비츠

피아노 소나타 2번은 빠르고 깊게 하강하는 멜로디로 시작합니다. 곧이어 왼손에서 F-E-E flat-D flat-B flat-F (파-미-미b-레b-시b-파)의 멜로디가 나타나죠. 이 선율은 이 곡의 주제 동기입니다. 이 동기는 1악장에서 여러 모습으로 나타날 뿐 아니라, 전악장에 걸쳐 나타나는 순환 주제로 사용이 되었습니다. 전악장에 걸쳐 나타나는 주제 동기의 모습에 이 곡은 단악장의 소나타처럼 들려오기도 하죠.

주제의 선율에 따라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배회해 보세요. 가끔은 복잡하고 화려한 모습에 어지러울 수도 있지만, 그 속에 담긴 매혹적이고 인상적인 선율과 강렬한 에너지에 푹 빠져버리게 될 거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