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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02. 2016

여자의 미모는 무기

                                                                                                                                                                            어릴적 초등학생 4~5학년 때쯤 작은 동네 교회를 다닌 적이 있었다.

그 교회를 다닐 적 나는 꽤 인기가 있는 편이었다.

하얀 얼굴에 큰눈. 짙는 눈썹에 예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 편이었고

교회 오빠들과 남자 형제(?)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곤 했다.

그 중에 유난히 기억나는 한 H 오빠가 있었는데 

아예 주변 남자들에게 "나는 치젤(본인)이 좋다"라고 공표한 바 있었다.

소심하고 말 못하는 다른 남자들에 비해 대놓고 챙겨주고 항상 내 곁에 붙어있었으며

진심반 장난반으로 다른 남자들의 접근을 위협했다.

어째든 그 오빠를 포함한 나의 인기를 내심 뿌듯해 할 무렵..

교회 여동생이 자기의 친구를 전도했다며 새로운 신자를 한 명 데리고 왔다.  

긴 생머리에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봐도 예뻤다.

기억이 정확히 나지는 않지만 속으로 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던거 같다.

그 파란색 원피스女 가 우리 교회에 등록을 하고 몇주가 지나고 어느날.

예배를 시작하기 전

H오빠가 파란색 원피스女에게 다가가는 걸 난 보았다.

안보는척 하느라 무슨 말을 정확하게 하는지는 안들렸지만

함께 하하호호 웃으며 이야기를 했고 나는 H오빠가 파란색 원피스女의 손에 과자를 쥐어주는 걸 보았다.

순간 난 묘한 기분을 느꼈다. 뭐지? 이 유치하면서도 열받는 기분은?

그때 난 자존심이 상했고 화가 났던거 같다.

그래서 그 이후로 H 오빠가 나에게 말을 걸면 난 대꾸도 안하고 아주 차갑게 돌변하였고

이유를 모르던 H 오빠는 이유도 모른채 쩔쩔 매며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리는 멀어졌다. 

그때가 풋풋한 어릴적 질투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그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결국 세상에는 나보다 예쁜 사람들이 참 많구나. 남자들이란 예쁜 여자들에게 빼앗기는 거구나" 

그 이후에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여자의 미모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이 체감하였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미모가 업그레이드 될 수록

남자들의 태도와 대우는 달라졌고 

사회생활을 할 때에도 미세하지만 외모가 얼마나 많은 요소에 영향을 미치는지.

아니 미칠수 밖에 없는지 수많은 모먼트가 있었다.

내 스스로가 느끼는 것도 참 많았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정말 '외모'에 열광하고 집착하고 심지어 숭배하는

 '외모 지상주의'의 정점을 달리는 것 같다.

성형공화국이라는 타이틀. '성괴(성형괴물)'라는 신조어의 등장.

작년에 이미 7조원을 넘어버린 다이어트 시장.

심지어 개그우먼도 이제 예뻐야 성공한다는 얘기까지.

여자의 미모는 얼마나 중요한 걸까.

예쁜 여자들은 우리의 위협이 될 수밖에 없는 걸까.

"한마디로 말하면 말그대로 무기야. 예쁘다는게 상대방을 이길 수 있는 무기라는 거지.

 남자는 예쁘면 다 용서되거든"

"이젠 예쁘고 잘생긴 애들이 지 할일도 더 잘해.

 못생긴 애들이 공부잘하고 성공한다는 말도 다 옛날 말이라니까"

남자가 여자의 외모에 집착하는 이유는 '종족번식'이라는 말도 있다.

인간의 본성에는 '종족번식'이 있고 이를 위해는 성관계가 필요조건이며

성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남자는 여자에게 강한 이끌림을 느껴야 한다.

아름다운 외모와 건강은 남성에게 성적으로 어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자가 자녀양육을 위해 남자의 경제력에 집착하듯이 말이다.

본능이기 때문에 탓할 필요도 없다는 것.

그런건가. 어쩔 수 없는건가.

결국 가장 아름다운 여성들이 갑(甲)인 것인가.

그렇다면 세상 남자들이 열광하는 아름다운 '미란다커'를 와이프로 두고도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올랜드블룸'은 더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것인가?

우리는 동물이기에 본능이 있고, 아름다운 것을 보면 원하고 열광한다.

그렇기에 분명 미모는 무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미모는 우리의 여러가지 무기 중의 하나.

결국엔 나보다 더 강력한 무기를 가진 사람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나의 어릴적 파란색 원피스女 처럼 말이다.

아무리 뜯고 고치고 해봐도 결국엔 항상 더 예쁜 여자들이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온 인류중에 가장 예쁜 여자가 될 수 없다면 다른 무기 아이템을 강화해보는 건 어떤지.

미모. 지성. 인성. 능력. 가치관. 성격. 자세. 유머. 매력 등등

이 모든 것이 하나하나 모두 무기.

어떤 사람은 미모 60% + 유머 3% + 성실 45%

또 어떤 사람은  미모 10% + 인성 90% + 매력 80% 이렇게 말이다.

그래서 똑같은 무기를 갖고 있는 세상에 단 한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

적재적소에 나의 무기들을 알맞게 꺼내어  

'나'를 구성하고 있는 이것들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 그게 관건이다. 

그 조화를 잘 이루어 무기들을 잘 쓰면 

그만큼 더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고, 

분명 그 요소들을 중요시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사랑도 빠질 수 있다.

길을 가다가 예쁘지 않고 뚱뚱한 여자가 꽃미남과 손잡고 걸어가는 커플을 본적이 있는가.

그녀는 바로 미모가 아닌 다른 강력한 무기를 썼기 때문아닐까.

내가 보고 경험한바로는.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좋아하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은 항상 외모 그 이상의 것으로 성공을 누리고 평가를 받는다. 

분명 이 시대에서 외모란 중요한 경쟁력이라

어느정도 관리해줘야 하지만

잊지말자.

한가지 무기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그 파란색 원피스女는 지금쯤 어떤 모습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완전 망가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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