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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02. 2016

노처녀의 기준

결혼에 대하여 주기적으로 보여지는 통계가 참 흥미롭다.

2011년도만 해도 여자 29세. 남자 32세로 2007년도 대비 4살이 높아졌고

올해 2013년도에 본 기사를 기준으로는 여성 30세. 남자 32세 라고 한다.

남자의 평균 결혼연령은 2년전과 같은데

여자의 평균 결혼연령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

여성들의 결혼이 늦춰지고 있다는 것.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사회적 활동이 활발해지고 의식이 강해지면서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어서.

결혼의 불확실성보다는 성취감이 개런티해주는 자아실현에 대한 니즈때문에.

불행한 부모님의 결혼생활을 답습하고 싶지 않아서.

내 의식수준은 높은데 아직 한국사회에서 여자가 결혼생활을 통해 희생할 부분이 커서.

많이 배우고 눈이 높아지다 보니 배우자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져서.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

이렇게 평균 결혼 연령이 해마다 바뀐다면 '노처녀'에 대한 기준도 변하는 것일까.

노처녀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가.

"아닌척 하지만..솔직히 여자는 서른살 넘으면 무조건 한물 간거지. 

 어느 남자가 동일한 조건에서 20대를 놔두고 30대와 만나고 싶어하겠어."

"요즘은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35살까지는 노처녀가 아니야

  내 주변에도 20대같이 보이는 30대가 얼마나 많은데"

"아무리 얼굴이 이뻐도 나이가 좀 있겠다는 느낌이 드는 싱글이면 그게 노처녀지뭐"

"나이가 중요한게 아닌거 같아요.

  결혼을 못한거냐. 안한거냐. 이 차이가 노처녀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이죠"

"예쁘면 다 용서돼. 피부 좋고 몸매 좋으면 노처녀라는 단어조차 생각이 안나니까"

20대 중반 신입사원으로 회사를 입사했을때

34살짜리 미혼녀 상사가 있었다.

여성스럽기는 했지만 미모가 그리 뛰어난것도 아니었고

일에 대해서는 완벽주의에 가깝고 철두철미하였으며

엘리트에 말도 딱 부러지게 잘했으며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성격이라

본인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스타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자기자신에 대한 방어가 굉장히 강한 여자였고 자존심도 셌다.

나의 눈에는 여유가 없어보였고, 남자가 없으니 일에 더욱 매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일이 없는 주말에는 혼자 기차를 타고 여행을 다녀왔다는 둥.

요즘 사진을 배운다며 나중에는 개인전을 열고 싶다는 둥.

난 그때 그녀를 보면서 

"아...34살 되도록 결혼을 하지 않으면 노처녀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에게 34살은 마지노선의 나이가 되었다.

34살이 되도록 결혼을 안하면 노.처.녀. 

그런데 어느덧 내년이 되면 내가 그 두려운 나이 34살이 되는 것이다. 

난 아직도 내가 예쁜것 같고

난 아직도 내가 젊은것 같고

여전히 힙합음악과 캐주얼이 좋고

아직도 내가 귀엽고 애교가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쒯.

친구의 누나는 39살의 강한 자존심의 소유자인데

왠일로 나에게 남자 좀 소개시켜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떤 스타일의 남자가 좋냐고 물어보니,

지금 그런거 따질 때가 아니라고 하면서 

돌싱도 상관이 없단다. 오히려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 더 나을수도 있다며..

원래 그런 편견이 없었냐고 물어보니 대답은.

"너도 내 나이 되바라"

회사의 41살짜리 언니는

30대 중반 레지던트인 남자친구가 결혼하자는 것을 뿌리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왔다고 한다.

유학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과 지식은 정말 대단하다라고 얘기했지만

술 몇잔이 더 들어가자

"시간을 돌이킬 수 있어 그때로 돌아간다면 절대로 유학을 가지 않았을꺼야"라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그녀를 보면서 

한국사회에서 노처녀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견디기 힘든 팩트인지 짐작이 되었다.

반면에 김태희나 송혜교. 이나영을 두고 노처녀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녀들의 아름다움 때문인가.

결국에 노처녀의 기준은 미모로 점쳐질수 밖에 없는 것인가.

아무리 다른사람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완전히 자유로워질수가 없는 것 같다.

당당하게 타인의 시선을 생까고 My Way를 가자니

어릴적 내가 히스테릭한 언니들을 보면서 '노처녀라 저렇지'하며 비웃고 비난했던 그 기억이 나를 괴롭힌다.

누군가가 분명 나를 보며 또 저렇게 생각하겠지..하며.

노처녀의 기준은 숫자로 매겨지는 게 아니라

사람에 따라 다르구나.라는 평범한 결론 뿐.

아름답고. 재력이 있으며. 초동안 페이스로

자유의지에 의하여 결혼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수 있다면 정말 행운이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그냥 사랑에 또 실패했고. 결혼 타이밍을 놓쳤으며.

노처녀라는 딱지에도 불구하고 내가 결혼하고자 하는 그 기준에 부합한 사람을 일찍 만나지 못했을뿐.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반평생을 같이 살아야하는데

그냥저냥 타이밍되서 결혼할순 없지 않은가.(이 멘트는 대부분의 노처녀들이 하는 멘트임 ㅋㅋ)

이렇게 살다가 어느날 노처녀라는 얘기를 듣고 상처를 받게 되면

이것저것 따지며 높았던 눈이 

이정도라도 상관없어라며 겸손하게 되어

한참 잘 나갈 때 거들떠도 안보던 남자와 사랑에 빠지거나.

운이 좋아 늦게나마 The one을 만나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사랑과 가정을 꾸리거나.

개런티할 수 있는 케이스는 전혀 없다.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하는 리스크는 포기하기도 하고

노처녀로 보일까바 신경쓰며 세월의 무상함에 전전긍긍하기도 하면서

아. 이래서 누구나 자기자신만의 상황과 사연이 있구나하며

남에 대한 평가와 편견을 함부러 가지지 않게 되는 성숙한 인격을 가지게 되는 것에 감사할뿐.

인생 누가 알겠는가.

결혼을 안하든 못하든. 자신의 기준이라고 스스로 칭하는 그 욕심이 바로 인간의 모습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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