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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02. 2016

워킹맘의 딜레마

                                                                                                                                                                             세상 사람의 절반은 여자이고

그 중의 대부분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기를테고

그 중의 많은 이가 워킹맘 일것이다.

이렇게 대중적이고 누구나 하는 것인데도 나는 궁금하다.

그 워킹맘들은 어떻게 그것을 극복했을까?

회사후배 <혜주>는 26살의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고

계획하지 않았지만 27세에 임신을 하여 올해 28세에 첫 아이를 낳았다.

명문대 출신에 외국어에도 능하고, 일에 대한 욕심과 비전이 컸던 그녀가

갑자기 임신소식을 접했을 때 한동안 매우 우울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 매우 긍정적인 성격과 건강하고 젊은 나이로

출산 직전까지 현장까지 나가서 업무를 무리 없이 처리하는 똑순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출산을 무사히 한 후, 그녀를 꼭 닮은 너무 예쁜 아기 사진을 받아보고

잔뜩 축하를 하고 몇달 뒤, 문득 그녀의 근황이 궁금하여 만나기로 하였다.

삼성동 현대백화점 레스토랑에서 비빔밥과 팥빙수를 먹으며 약 2시간 동안 들은 내용의 핵심은 

'아이 양육과 직장복귀의 딜레마' 였다.

그녀의 친정어머니는 아직도 일을 하시고(논술교사) 시어머니는 개인적으로도 운동이니 여가니 스케줄이 바쁘시기에

아이를 봐줄수는 없다고 딱 잘라 말씀하셨다한다.

그렇다면 아이보는 사람을 써야 하는데 이게 모르는 사람 쓰기도 뭐하고

이제 몇개월 채 되지 않은 베이비를 아는 친척분께 부탁을 드려봤단다.

아쉬울거 없는 분이라 돈을 좀 더 챙겨드려야 하고 그 돈을 계산해보니

대기업에 다니는 그녀의 월급에서 빼서 드리면 100만원도 채 안남는다는 것이다.

아기 걱정도 되지만 그 돈을 벌자고 회사를 나가자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고, 

안나가자니 이렇게 젊은 나이에 애나 키우고 집에 앉아있다 

사회생활 영영 복귀하는게 어려울것 같단다.

"결국엔 여자는 어쩔수 없는 건가봐요...선배"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심지어 그녀의 남편은 제 1금융권 음행에서 근무하고 잠실에 본인들 명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매우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그녀인데도 상황은 그러하다.

얼마전 결혼을 한 <은지>는 34살.

유통업 마케팅부에서 4년간 경력을 쌓았고 작년에 결혼하였다.

얼마전 몸이 안좋아 픽픽 쓰러지고 입원을 하더니 병원에서는 퇴사를 권유했단다.

아이도 낳을 몸을 만들어야 되기도 하지만 남편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생활이 힘들것 같아 버티고 있었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회사가 2시간 거리 경기도로 이사를 간다는 것.

몸도 안좋은데 왕복 4시간의 출퇴근을 견딜 방법이 없어 퇴사를 하자니 이직할 때 

"아이 가지면 또 6개월 휴직할텐데, 34살 아이 없는 기혼여성을 뽑겠어?" 라는게 고민이고

아예 쉬면서 아이를 갖자니 

"돈도 문제고 그렇다고 아기 갖는걸 늦추자니 나이가 압박이야" 라는 것.

게다가 석사를 밟는다고 사회생활을 4년밖에 못한게 아쉽기도 하고

그렇다고 아이가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려면 엄마가 3년동안은 붙어있어야 되는데

그것도 모른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에 그녀의 쟁점은 본인의 건강문제보다 '커리어와 아이를 키우는 것' 이것으로 귀결됐다.

참으로 진퇴양난이다.

세상의 모든 워킹맘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 것일까?

자녀를 낳고 양육하는 중요한 일과 자신의 개인적인 커리어.

이 두마리 토끼는 진정 잡을 수 없는 것일까.

미국 애크런 대학과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진은 

1978~1995년 엄마가 된 2540명의 근무경력과 건강상태를 조사했단다.

그 결과 출산한 뒤 곧바로 직장에 복귀한 여성은 40세가 됐을 때 정신적·육체적으로 

더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신체 기동성이 좋고 에너지가 충만했으며 우울증은 더 적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자녀들은 출산 뒤에 누가 키워준 것일까.

그 아이들은 전업주부의 아이들보다 정서적으로 안정적일까?

결국엔 선택과 집중의 문제일 뿐인건지 참으로 어렵다. 

나도 결국에 저런 문제를 맞닥뜨리고 고민을 하게 될까.

여자가 출산 후에도 언제든지 일에 복귀할 수 있는 전문직이거나

친정엄마가 가까이에서 아이를 봐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는 한

걱정과 죄책감을 가진 채 큰 돈을 들여가며 보육원에 아이를 맡기는 수 밖에 없는데.

과연 내가 그 상황이 되면 "어쩔수 없잖아?"하면서 쿨해질 수 있을까.

이제는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여성의 사회활동은 여느때보다 활발하고

그 위상도 말할 것 없이 높은 수준이다.

우리 회사만 하더라도 작년 회사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도 절대평가로 하니 

여성사원이 남성사원보다 9대 1이라는 압도적인 비율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얘기를 인사팀장으로부터 들었다.

그 90%의 스마트하고 잘난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이라는 장벽을 모두 어떻게 넘을 것인가.

이래서 출산율은 낮아지고 여성의 사회생활을 독려할 수 있는 '제도'에 문제를 삼는 것이리라.

하지만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제도'가 잘 갖추어진 선진국의 경우도 

여성이 겪어야 할 이 딜레마는 마찬가지인 듯 하다.

결국엔 자신의 가치관에 입각하여 균형을 잘 맞추고

둘다 최선을 다하여 슈퍼우먼으로 거듭나는 수밖에.

도입부에 얘기했듯이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이 모두 겪는 문제이며

다양한 형태로 극복하는 수 밖에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 밖에는 못내리겠다.

심지어 나는 그 경험을 해보지도 않았기에 더더욱 그렇다.

어째든 그런 관점에서 보자니

전업주부에 대하여 그동안 내가 가졌던 편견을 버리는 게 맞는 것이고

워킹맘에 대한 슈퍼우먼으로서의 능력을 바라는 주변의 시선도 이기적인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각자 선택한 방법에 대하여 서로 격려하며 축복해주는 애티튜드가 최우선인 듯 하다.

이 문제야 말로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과 수용이 삶의 방향과 그릇을 만드는 것일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몇년 후 내가 이런 경험을 만나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지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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