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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02. 2016

사랑의 유형

                                                                                                                                                                                                                                    

며칠 전 기사에서 서울대 의대 김중술 박사가 

<한국 미혼남녀의 사랑유형>을 6가지로 분류해서 2백 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것을 보았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샤 라스웰의 설문방법을 원용하여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누구든지 지니고 있어 

결국은 어느 유형이 가장 바람직하다가 아니라 유형간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한다.

어디 한번 6가지 사랑의 유형을 볼까?

▶ 논리적 사랑 : 남편 혹은 아내로서의 조건을 신중히 따지며 용모, 교육정도, 가정환경 등에서

                       자기 분수에 맞는 배우자를 고른다

▶ 쾌락적 사랑 : 연애자체를 쾌락으로만 여겨 즐기려한다.

▶ 우정 사랑 : 만나면 서로 편한 가운데 언제부터 사랑하게 됐는지 알 수 없고 너무 뜨거운 감정은

                    도리어 이상하게 느껴지는 형제나 친구같은 정을 느끼는 유형.

                    떨어져 있어도 불안해하거나 의침치 않는다.

▶ 낭만적 사랑 : 순간적으로 사랑의 불꽃이 타기 시작하는 형으로 한순간도 헤어져서는 살수 없다고 느낀다.

                       상대방을 주관적인 눈으로만 보고 서로 완전히 드러내 보이기를 원한다.

▶ 희생적 사랑 : 무조건 베풀고 용서하고 사랑을 주는 아가페적인 사랑.

                       행복한 결혼엔 이같은 이타적인 요소가 어느정도씩 포함되어 있다.

▶ 소유적 사랑 : 가장 미숙한 사랑의 유형으로서 배신당하거나 버림받지 않을까 

                       전정긍긍하면서 사랑을 확인하기에 급급하다. 몹시 의존적이고 요구사항이 많고

                       흥분과 절망의 양극을 헤맨다.

사랑을 6가지 유형으로 나누다니 재미지다. 

사람들의 자아개념이나 자존감에 따라 각자 성향이 강한 부분이 있긴 하고

누구냐에 따라 내가 하게 되는 사랑이 상대적으로 다르겠지만...

나의 경험으로 봤을 때 이것은 시간적 흐름에 따라 한번씩은 모두 경험하는 사랑인 것 같다.

나의 첫 사랑은 고등학생 때 교회 오빠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좋아하는 감정 그리고 떨림, 그 사람이 지나가기만 해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그 사람의 못난 모습까지 멋있어 보였다.

이사를 가면서 그 <낭만적 사랑>은 끝이 났고,

난 20대 초반에  대학교 같은 과 선배와 <희생적 사랑>을 했다. 

밀당이란 것도 몰랐고 자존심도 몰랐기 때문에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사랑에 미숙했던 난 이기적으로 의존했고, 내가 주는만큼 받지 못할 경우 괴로워했다.

그리고 혹시나 이 사람이 날 사랑하지 않는건 아닐까하는 두려운 마음에 싸워도 내가 무조건 집으로 찾아가 사과를 했고

그런 나의 자존감 낮은 모습에 선배는 등을 돌린건 아닐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못난 <소유적 사랑>을 했던 거 같다.

그렇게 좋아했던 학교 선배와 관계가 깨진 후 상처를 받은 난 이후로 가볍게 남자를 만났던거 같다.

개중에 꽤 오래 만난 사람들도 몇몇 있었지만 이별의 아픔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기에

언제든지 정을 뗄수 있고 마음을 비울 수 있는 정도만큼만 사랑했다.

심지어 20대 후반이 되면서는 거의 'Enjoy'에  맛을 들일 정도였으니까.

관계를 통해 심각한 건 싫었고 순간의 즐거움만 추구했으니 이것은 아마 <쾌락적 사랑>이었을 것이다.

오랫동안 만났던 한 남자는 <우정 사랑>에 가깝다.

4년 이상을 만나니 거의 가족과 같고 편하고 옆에 없어도 불안하지 않고

이젠 어느정도 성숙하다보니 각자의 영역을 이해해주기도 한다.

나의 친구, 그의 친구끼리도 서로 친하니 때론 친구인지, 연인인지 그 감정이 헷갈릴때도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난 헤어진 사람과 친구로 지낸다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요즘에 아마 난 <논리적 사랑>에 눈을 뜬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결혼 적령기가 되어 결혼에 압박이 시작이 되면 이제 정말 진지하게 'The One'을 찾아야 하는데

10대 20대 처럼 로맨틱한 사랑만으로는 시작할 수가 없다.

혹독한 사회생활도 해보았고, 경제력의 힘도 깨달았고, 교육과 수준의 차이도 경험해보니

이것저것 다 재고 따지게 된다. 내가 행복해지고 싶고 두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짜집기아닌 짜집기를 하다 보니..

어째든 우리는 살면서 참 다양한 종류의 사랑을 하고

또 그 사랑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것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사랑'이란 건 100% 감정인데

어찌 나이를 먹고 성숙할 수록 우리는 감정보다 이성적인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일까.

이 사랑의 유형을 나눈 박사 아저씨가 말한 것처럼 

어느 사랑이 옳고 그른 것은 없기 때문에. 

우리가 성숙하여 논리적인 사랑을 한다고 해서 그게 결코 옳은 것은 아니란 결론이 나온다.

단지 경험과 상처를 통하여 좀더 내가 안전하게

덜 다치고 행복해지기 위한 몸부림일뿐.

그런걸 보면 나도 사랑을 하는데 있어 

점점 비겁해지는 한 나약한 인간일 뿐이란 생각이 든다.

아~~ 이놈의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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