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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02. 2016

술 먹는 남자, 술 먹는 여자

                                                                                                                                                                                                                                                                                                                 

'알리'는 술을 좋아하는 여자친구다.

주량은 소주 1병 반정도. 아주 센편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평균 3회 정도는 술을 마신다.

주중에는 회사사람들과 1~2회. 주말에는 남자친구나 베프와 1~2회.

술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그녀는 사람 만나는 것을 참 좋아했고

좋은 사람들과 만나 술 한잔하며 인생에 대해.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그녀는 주사는 과음할 경우 기분이 좋아져 조증 폭발하면서 까불까불대고

웃음이 많아지고 과할 경우 춤까지 추기도 한다. 단, 편하지 않은 자리일 경우 몰래 집으로 도망가는 정도.

그래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의 주도는 스스로 익히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녀의 알콜 사랑은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인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술을 통해 사람들과 친해지고 가까워지며 진솔해질 수 있다고 믿는 그녀에게도

술에 관한 한가지 트라우마가 있다고 한다.

대학교때 1년 반 정도 사귀었던 남자친구의 술버릇이 개진상.

보통때는 그렇게 자상하고 점잖고 다정다감한 남자친구가 술만 과하면 기분이 좋든 안좋든

남에게 시비를 걸고 막말을 했다. 어린 나이인지라 야심차게 본인이 그걸 고쳐보겠다며 1년 반이나 만났나보다.

하지만 그 대학시절 남자친구는 술에 잔뜩 취해 알리의 자취방에 와서 작은 미니 밥상을 부메랑처럼 던지지를 않나.

3층 빌라였던 그녀의 방 창문에서 커튼을 잡고 창문밖으로 오바이트를 하다가 커튼이 우두두둑 뜯어지지를 않나.

그 수위가 점점 심해지고 있었고 다음날이 되면 싹싹 빌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며 동정심을 유발하니

알리는 정말 술문제 말고는 단점 하나 없는 그 남자친구를 쉽게 내치긴 힘들었다.

술에 취한 그 남자친구의 행동이 너무 답답하고 속상해 울면서 그만하라고 소리치기도 하고 

안만나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했지만 술이 깨면 양처럼 온순해지는 그 남자친구에게 마음의 병이 있나하는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고 한다. (물론 술 취했다고 알리에게 손찌검을 하는 일은 없었다)

결국 그 남자친구가 술에 취해 학과내 선배들이 다 있는 곳에서 여자친구인 그녀에게 폭언을 한 것으로

그들의 관계는 끝이 났다.

헤어진 이후로도 그 남자친구는 무려 3년간을 알리에게 전화했다. 돌아와달라고. 아직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 전화도 술취한 상태 (ㅡㅡ;)

결국 몇년 뒤, 그 남자친구는 다른 이해심 강한게 분명한 여자와 결혼을 했고 딸까지 낳아 잘 살고 있든가 말든가.

그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알리는 여러 남자를 몇번 더 만났고 3년 전에는 한 연하남을 만나 1년 정도를 사귀었다.

그 연하남은 술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타입이라 그런지 알리의 술문제로 그들은 종종 싸웠다.

연하남ㅡ

"너 술만 먹으면 연락안되는거 나한테 너무 스트레스야.

 무슨 여자애가 그렇게 술을 좋아하냐.

 집엔 잘 들어갔는지 누구랑 술먹는지. 딴놈한테 해코지 당하는건 아닌지.

 내 속이 얼마나 타들어가는지 알기나 하냐고"

그때 알리는 말했다.

"아니 내 나이가 지금 몇인데 술 먹는 거 같고 걱정을 해.

 어짜피 내가 완전 꽐라될때까지 먹는 것도 아니고 

 그래봤자 회사사람들이나 친구들이랑 술먹는 건데 뭐가 그리 걱정이야.

 술 마시다보면 전화온걸 못볼수도 있고 그렇지 뭐..어떻게 전화기를 계속 보고 끼고 술을 마시냐.

 같이 술 마시는 사람들 앞에서 전화 붙들고 있는 거 예의도 아니야.

 니가 날 못믿는거 가지고 이렇게 구속하기 시작하면 나도 힘들지"

뭐 다른 여러가지 이유들도 있었겠지만 결국 알리와 연하남은 

아이러니하게도 알리의 '술 문제' 때문에 이별을 하게 되었다.

알리가 최근에 최근에 그녀의 연애사에서 가장 오래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 한명이 있다.

다행인지 뭔지 , 현재 남자친구도 술을 꽤 즐길 줄 아는 남자라 

둘이 데이트의 대부분을 맛있는 음식에 술한잔 하는 걸로 보내곤 한다. 

알리는 이제 나이도 있겠다 그 남자친구와 결혼생각도 은근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결혼하기 전 한가지 걸리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바로 술문제ㅡ.

알리는 새로운 길을 위해 얼마전에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를 하고 있고 

남자친구는 얼마전에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직장에서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있는 회식날만 되면 연락두절이 되는 것이다.

남자친구는 알리를 사랑해주고 착한 남자긴 했지만 워낙 우유부단하고 사람들한테 휘둘리는 스타일이라

허허실실 주는대로 다 받아먹고 골뱅이가 되는 건 비디오.

심지어 평일에 회식을 하게 되도 출근시간이 8시라 새벽 6시에 일어나야하는데도 

새벽 3시, 4시까지 술을 먹고 연락도 안된다.

심지어 남자친구와 같이 사는 남자친구의 여동생도 걱정이 되서 알리에게 카톡이 온다.

'알리 언니 늦은 시간 죄송해요. 

 아직 오빠가 집에도 안들어오고 

 전화도 안받아서요...혹시 언니랑은

 통화하셨는지 해서요ㅠㅠ'

그래도 사회생활인데 너무 취하는 건 안좋다며 늦게까지 놀더라도 주량은 좀 조절해가면서 마시라고

회식전부터 당부당부 그렇게 당부해도 "알겠어~걱정마~"하는 말뿐.

9시쯤부터는 아예 연락두절이 되고 새벽 4시쯤이 되어야 혀꼬부라진 목소리로 

"이제 집에 가~우리 팀장님이~어쩌구 저쩌구~"

1주일된 몽블랑 지갑을 통째로 잃어버려서 난리를 치질 않나.

알리랑 같이 산 30만원짜리 안경 2개 세트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핸드폰도 몇번을 택시에 두고 내린다.

어느날은 아예 연락이 두절되고 

걱정과 분노에 가득찬 알리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채 전화를 받은 건 다음날 아침 9시.

너무 취했는데 지각할까봐 히터도 안나오는 사무실에서 잠을 잤다는 것.

알리는 자신도 술을 좋아해서 술을 마시지 말라는 얘기는 안하지만

이건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조금만 조절하고 절제하라며 부탁도 했고 똑같이 해주겠다며 협박도 했지만..

어제 또 남자친구는 이번주 토요일 알리와의 약속을 잊고 금요일에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시고 뻗어있느라

알리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알리는 빡이 쳐서 남자친구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나는 궁금했다.

알리는 대학시절 술주정이 심한 남자친구의 술버릇을 못견디고 헤어졌는데 

결국 술에 대한 안좋은 행동이 학습되어 연하남에게 까인걸까.

그리고 그땐 알리도 연하남의 컴플레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구속하지마라ㅡ고 자신의 자유를 외쳤는데,

왜 그녀는 지금 반대입장이 되어 남자친구에게 컴플레인하는 것일까.

알리가 지금 남자친구와 헤어지면 또 지금 남자친구의 행동을 배우게 되어

다음 남자친구는 또 컴플레인하게 되는 것인가...

아니면 그 연하남이 구속하는 모습이 학습되어 지금 남자친를 구속하는 것일까.

우리는 연인에게 서로 싫어하는 부분을 나도 모르게 닮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어릴 적 엄마. 아빠의 싫어하는 모습을 나도 모르게 똑같이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또 나는 궁금했다.

남자친구가 술먹고 개되면 쿨하게 나도 똑같이 술 마시고 연락안받아서 복수를 하는게 맞을까.

그렇게 서로 같은 고통을 주면 그들의 문제가 해결이 될까.

서로 입장이 되어보는게 맞다면 알리는 왜 그때 연하남에게 요구했던 것처럼 지금 남자친구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남자는 술먹고도 위험할 일이 없지만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신체적으로 위험요소가 높으니 

남자는 이해해주고 여자는 이해해줄 수 없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쿨하게 만날 때는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되 그 이외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노터치하는 것이 속편한 것일까.

연인사이에 각자의 영역을 이해해주고 존중해줘야 하는 선은 어디까지일까.

각자의 연인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를 만드는 것일까..

내가 보기엔  알리의 모순도 있고. 남자친구도 여자친구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같다. 

알리도 연하남이 알리의 술 문제로 스트레스 받아할때 좀더 귀기울였어야 했고

지금 남자친구도 알리의 절제해달라는 부탁을 한번은 들어줬어야 했다.

나라고 완벽하게 잘하지는 못한다.

어떻게보면 난 곱절의 모순 덩어리에 자기합리화의 지존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또 한번 깨닫는다.

우리가 살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일일이 귀담고 살 수는 없다.

오히려 나는 그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판단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문제가 있는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누가 나를 싫어하든 뭐라고 비난하든 뒷담화를 하든

신경 끄고 살자라는 타입이다.

그런데 가끔 생기는 오류는 여기서 발생한다.

나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은 좋은데 가끔 우리는 주관과 아집을 혼돈하곤 한다.

내 스스로 내 행동을 봐도 이건 아니다 싶은데, 나니까. 내 스스로 마음을 편하게 하려고 

나에게는 아량 폭발하는 핸디캡을 주곤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나에게 조언하는 얘기는 내 귀를 쏘옥 통과해 버려지거나. 아예 반사."지가 먼데. 지나 잘하지"

그런데 보통은 이런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진심 부탁을 하거나 조언을 할때 

자신의 의견이 묵살당하면 눈알 회전된다. 이게 바로 아집이라는 것 같다.

남들이 나에게 하는 모든 얘기가 다 맞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 스스로는 알고 있다.

다만 나 자신을 속이는 것 뿐.

연인 사이의 영역을 지켜주는 것에 대한 정답은 결국 각자에게 있고 그것은 모두 다 다르다.

내가 상대방에게 기대하고 이렇게 해줬으면 하는 것을 자기 자신도 충분히 할 수 있느냐.

스스로에게 질문했을 때 아무런 아집없이 Yes! 하다면 구속도 할 수 있는 거고

내 스스로도 No! 한다면 상대방에게도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기준이 서로 귀에 들리는 사람들끼리 만나고 사랑하는 것이리라.

나는 되고 남은 안되고.

그것이야 말로 가장 비합리적이며 유치한 아집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자친구가 술 먹고 연락이 안되서 개빡도는가.

만약 내가 반대입장이 됐을 때 남자친구가 어떻게 해줬으면 하는지...그대로 해줘보자.

그리고 내가 술 먹고 연락이 안될 때 남친의 행동을 보자.

이것에 대한 절충을 대화와 행동으로 지지고 볶고 하는게 바로 연애 아닐까? 아 싫음 때려치구.

토요일밤, 선물로 받은 알밤 막걸리 한잔이 술술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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