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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02. 2016

연애와 직장

                                                                                                                                                                                                                               

불경기라고들 한다.

역사상 취업준비생들은 가장 치열하다고들 하고

최첨단의 스펙으로도 모자라 취업성형. 취업학원까지 다니기도 한다고.

며칠 전 박람회가 있어 코엑스에 다녀 오는 길에

옆 컨퍼런스홀에서 꽤 큰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면접이 진행 중이라는 배너를 얼핏 보았다.

바로 옆 커피숍에 앉아 아메리카노 한잔 때리고 있는데 

검은 정장을 입고 단정해보이며 꽤 애뗘보이는 사람들이 우루루 나왔다.

면접이 끝났나보다...하고 응시하고 있는데

그 중의 한 남자.

울면서 나온다....헐.

안보는척 계속 보는데

바깥 흡연구역쪽 사람 없는 곳으로 가더니 어깨까지 들썩이며 서럽게 운다.

압박면접을 봤나..그래도 그렇지 뭐 울기까지해..사내놈이..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눈이 시뻘개진 그 남자. 진정하더니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지하철역 방향으로

다시 걸어가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난 생각했다.

어쩌면 그의 눈물이 치열한 취업전쟁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가 실수를 해버린

스스로에 대한 원망일수도 있겠다..

취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 힘들 수도 있겠다..

사회생활 8년차 되다보니

우리와 같은 일반 직장인. 기업에 들어가 직장생활을 하고 월급을 받는 샐러리맨들의 회사와의 관계는

연애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대체 괜찮은 남자는 죄다 어디있는거야ㅡ라는 질문처럼

정말 괜찮은 회사를 찾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저 이름이 유명하고 매출이 높다고 해서 그 회사생활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마치 조건 좋은 남자를 만났다고 해서 연애생활이 모두 즐거운건 아닌것 처럼.

우리가 연애를 할 때  

처음에는 설레이고 손만 잡아도 좋고 단점도 좋아보이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일상은 단조로워지고

사소한 오해로 갈등이 생기고 불만이 생기고 싸우기도 하고 지치고

서로 추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내성이 생기고

헤어질까 말까 고민도 하다가 그래도 이만한 사람 못만나겠지 싶어 계속 만나다가

결국에는 헤어지고. 

한동안 허전하기는 하지만 또 다른 사람이 생기고.

회사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너무 너무 입사하고 싶어했고 설레였는데

막상 입사해서 다니다 보니 예상보다는 나의 일이 하찮아보이고

업무도 단조롭게 느껴지고

월급을 좀 적지 않나 하는 불만도 슬슬 쌓이고

확 때려치까..하다가도 이만한 회사 또 있겠어 싶어 계속 다니다가

참고참고 참다가 그만둔다.

한동안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다 또 여기저기 알아보다 다른 회사로 간다.

단 한가지 차이점은 있다.

회사는 갈아탈 회사를 알아보고 봐로 갈아타는게 현명하고.

남자친구는 마음에 안든다고 만나는 도중에 갈아탈 남자를 찾는 건 유치하다. ㅋㅋ

연애와 직장생활을 비교하는 것이 다소 곡해일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한 회사에 평생을 바치고 목숨을 걸고 일하는 것은 옛말.

그러고보니 가끔 회사가 요구하는 자격요건에 내가 못미칠 때가 있다.

경력 OO년 이상 

MBA 출신 선호

마케팅 관련 전공자 우대

Native 영어 구사 능력 필수

그래도 운이 좋게 입사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입사해서도 자신의 능력대비

완수해야 할 업무의 난이도에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딱히 들어가고 싶던 회사가 아니었는데 입사하고 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만족스럽고 괜찮은 회사라는 것을 깨닫는 경우도 있다.

연애도 똑같지 않을까.

입사하는데 필요한 스펙처럼 연애하는데도 필요한 스펙이 있다.

그것은 현실적인 조건 외에도 성품. 인성. 성격. 외모. 가치관 등등 아주 다양하다.

나의 스펙이 자격요건이 되지 않는데도 

내가 원하는 남자를 마냥 만나 자존심과 생활수준의 차이에서 허덕이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리고 처음에는 시덥잖아 했는데 만나고 보니

남자가 생각보다 너무 진국이고 괜찮은 사람이라 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회사도. 남자도.

내가 더 좋은 회사. 더 좋은 남자를 만나려면

나의 스펙에 노력을 쏟아붓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스펙이 좋아도 인성과 비전. 성품. 태도 등이 좋지 않으면 나가리다.

남자도 그렇고 회사도 그렇다. 

인생은 그런 것 같다.

남자도 회사도 내 삶의 동반자로서 최적의 선택을 하려면

나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공부해야 하고. 노력해야 하고

그래서 우리는 성숙해야 하고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없듯이

세상에 완벽한 남자도 완벽한 회사도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그때마다 남자와 회사를 바꿀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남자도 회사도.

우리의 삶의 큰 부분이고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하나의 관계이다보니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자신의 삶의 비전과 가장 부합하고.

코드가 잘 맞으며.

서로 교환할 수 있는 가치가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남자/회사를 

신중하게 잘 고르고. 여러 남자/회사를 만나보고

나에게 가장 적합한 남자/회사를 찾아 가치와 행복감을 공유하는 것.

이것이 그토록 행복한 연애와 행복한 직장생활이 어려운 이유이지 싶다.

그 과정을 해쳐나가면서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노력하고 남자와 회사를 바꾸면서도

내가 한번 선택한 남자/회사를 만나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남자와의 관계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은 것이 되고

회사와의 관계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무능력한 것이 된다.

둘다 시간을 낭비한 것이 된다.

최선을 다하면 새로운 출발을 위해 이별을 할 때

남자가 바지가랭이를 잡거나

회사가 월급 올려준다고 잡아도

연민이나 돈에 대한 욕심으로 순간적인 판단력을 상실하지 않는다.

온전히 미래의 행복을 위한 나의 선택임을 스스로 알수가 있다.

작년 가을.

나에게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고, 나의 목표를 위한 포지션으로 난 점프해야 했다.

나는 양다리를 걸치지 못한 채

새로운 회사를 찾지도 못한 채 

회사를 그만 두기로 결심했다.

회사사람들에게 편지를 쓴 내용은 이러하다.

그토록 설레여하고 좋아하던 OO회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짝사랑 같았는데 이렇게 잡아주시니 참으로 뿌듯합니다.

비록 더 오랫동안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4년 동안 저는 OO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OO회사와 함께 한 시간동안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사실 남자든 회사든

다음번에 기다리고 있을 그 Next 남자와 회사가 이전 남자/회사보다 더 낫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저 내가 괜찮고 매력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뿐.

어째든 나의 좌우명처럼 

이 모든 것은 경험이 될테니까.

두렵지는 않다.

눈물을 흘리던 그 취업준비생도

더 자신과 잘 맞는 회사를 만나기 위해.

더 자신과 잘 맞는 여자를 만나기 위해.

겪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다시 한번 힘내기를 바란다.

내가 사회인이 된 이후로 경기가 좋다ㅡ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난 없다.

한방에 나한테 딱 맞는 여자를 만나는게 힘들듯

회사도 마찬가지다.

수없는 실패와 경험을 통해 앞으로 나가면 그만이다.

울지마라.

세상에 널린게 여자고, 널린게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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