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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02. 2016

연애하기 좋은 여자, 결혼하기 좋은 여자

<성현>이라는 30대 중반 싱글녀가 있다. 

그녀는 20대부터 줄곧 남자들이 끊이지가 않았다.

나쁘지 않은 외모에 도도하고 자존심도 세며, 남자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남자를 잘 다룬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튕기기도 하고 남자를 애태우고 안달나게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남자들은 그런 <성현>에게 매력을 느꼈다.

한 마디도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현>은 뚜렷한 자기 주관과 확고한 스타일에 어떨 때는 살짝 양보하는 척을 하며

남자들의 마음을 들었다놨다 한마디로 요~물. 

그러던 그녀가 30대 초반에 만난 한 남자와 왠일로 참 오래 사귀는 것이다.

그 남자는 <성현>보다 1살 위 오빠인데 처음부터 <성현>에게 사귀자고 끊임없는 구애를 했고

<성현>은 그녀의 기(?)에 왠만한 남자들이 혀를 내두르며 나가 떨어질때 

아주 남자다운 모습으로 리드하는 그의 모습에 이끌려 그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문제는 둘다 자존심도 세고 자기 주장이 강했던지라 

그 둘은 사귀면서도 사소한 일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서로를 많이 좋아했던 둘은

그와 4년이 넘도록 교제를 하였다..

싸울때는 죽일 듯이 싸우더라도 좋을 때면 그렇게 죽이 잘 맞을 수가 없다. 

유머코드도 잘 맞아 웃음이 끊기지 않았고, 코드가 잘 맞으니 대화도 잘 통했다. 

그 남자는 말했다.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성현>이가 너무 좋으니까. 어쩔 수가 없어" 

<성현>도 말했다.

"싸울 때는 정말 꼴도 보기 싫은데 또 다른 남자한테 이 정도 감정을 느끼기는 힘들거 같애" 

어느 날은 크게 싸우고 한번 헤어지기도 했는데

결국 그들은 다시 재회할 수 밖에 없었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은 어쩔수 없었던 것이다. 

며칠 전

그 둘 사이에서 결혼얘기가 나왔다.

헤어진 동안 각자 다른 사람도 만나보고 했기에 이제는 서로가 끝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은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해서 얘기를 하게 되었다.

결혼 얘기가 오고나서부터는 더더욱 서로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

그 둘의 애정이 깊어진 만큼 싸움도 잦아졌다. 

남자 : "넌 좀 겸손해질 필요가 있어. "

여자: "아니 새삼스레 왜그래. 그리고 내 속마음이 교만한지 겸손한지 오빠가 어떻게 알어"

남자 : "니가 안그렇다러다로 니 스타일 때문에 남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다구"

여자 :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게 뭐가 중요해. 내 진짜 속마음이 떳떳하면 되는거 아니야?"

남자 : "넌 그게 문제야.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너무 생각안해. 그래서 사회생활이 되겠냐고.

여자 : "참내. 사회생활 전혀 문제없고 남들은 그렇게 안보는데 왜 오빠만 그래. 오빠나 잘해"

남자 : "이봐 넌 내말을 들으면 방어적이고 상대방을 공격하려고만 해"

여자 : "아니 새삼스레 왜그러냐고. 아니 언제는 당당해서 좋다며"

남자 : "그냥 내 의견을 얘기할 수도 있는거 아냐? 넌 정말 한번을 그냥 듣지를 않냐"

여자 :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조언이라야 그냥 듣지. 밑도 끝도 없이 겸손하지 않다는데

          그럼 그걸 기분 좋게 들을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남자 : "에휴 정말 넌 끝까지 그렇게 니가 다 맞구나" 

이제 결혼을 한다고 생각하니

남자는 여자의 행동 하나 하나가 거슬렸던 것이다.

남자는 어릴 적 부모님의 사이가 화목하지 않고 자주 싸우는 것을 보았고 그 고통을 경험했기에

자신의 결혼생활만큼은 정말 화목하고 싸움없는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예전 같았으면 귀엽게 봐주고 넘어가던 일들도 결혼할 여자라고 생각하니 다르게 보였다.

앞으로 평생 이렇다고 생각하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예전에는 <성현>이 술을 함께 잘 먹어주는 것도 좋았는데

결혼하고 나서도 얘가 이렇게 밤 늦게까지 술먹고 다니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생기고

예전에는 <성현>의 뚜렷한 주관이 당당해보였는데

결혼하고 나서도 얘가 절대 한마디도 안질거 생각하니 본인이 받을 스트레스도 걱정이다. 

<성현>은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자신의 단점을 지적하며 고쳤으면 좋겠다며 말하는 남자에게 서운했다.

자신도 그 남자에게 마음이 들지 않는 부분은 분명 있었지만

모든 사람이 장담점이 있는 거라 생각했고 그 부분은 말 한마디로 고치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함부로 얘기하지 않았고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그 단점들도 감싸안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예전에는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좋아해주던 

이 남자가 이제서야 자신의 단점을 이것 저것 지적하며 가르치려고 드니 이제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고

열이 받는다. 

남자들은 말한다.

연애하기 좋은 여자와 결혼하기 좋은 여자는 다르다고. 

연애할 때는 좀 싸가지 없어도 예쁘고 튕기고 애태우고 같이 놀기 재미있는 화려한 여자가 좋다고 하다가

결혼은 여성스럽고 순하고 착하며 잘 챙겨주는 사람과 하고 싶다고 한다.(그래도 예쁜건 빠지지 않는다. ㅋㅋ) 

나는 궁금했다. 

어쩌면 세상의 여자는 2가지 타입으로 나뉘어지는 것이 아닐까. 

연애하기에 즐겁고 재미있는 여자.  vs 결혼하기에 안전성을 보장해주는 여자. 

남자는 어릴 때에는 전자의 스타일에 매력과 호감을 강하게 느끼다가 

사회에 치이고 NO라고 말하는 기쎈 여자들에게 상처를 받으면서 너덜너덜해지고 나서야 모든 것을 내려놓고  

YES라고 말해주는 착하고 결혼하기에 좋은 여자를 찾는 것일까? 

그래서 한때 정말 인기가 많고 자존심 세고 콧대 높았던 여자들이 결혼이라는 시장에서는

주가를 높이지 못하고 노처녀로 외롭게 전락하는 것일까?

대한민국에서 결혼을 하려면

30대가 되면서 우리의 자존심과 독립성, 무조건 말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논리, 주량은

저 밑에 숨겨두고 결혼하기 무난한 여자인척 한다면 쉬워지지 않을까? 

내가 하는 한 오빠는 화려하게 생기고 주장이 강한(?) 언니와 7년을 연애했는데

결국에는 외모는 뛰어나지 않지만 내가 봐도 참한 독실한 기독교 언니 한명을 만나 6개월만에 결혼했다.

그런데 자극적인 여자의 매력을 포기하지 못한 오빠는 와이프를 겨드랑이에 끼고

밖에서 연애하기 좋은 여자와 바람을 피고 있다. 

연애하기 좋은 여자가 무조건 기 쎄라는 법도 없고

결혼하기 좋은 여자의 미모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그저 대한민국에서 '결혼하기 좋은 여자'라는 타이틀은 정형화된 요소들이 있고

그 수요는 남자들이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적이고 똑똑하고 잘난 여자들에 대한 남자들의 두려움.

주관이 뚜렷하고 그것을 당당히 요구하는 여자들에게 '기 쎈 여자'라는 타이틀을 붙여가며

결국에는 사람의 매력과 그 사람에 대한 사랑보다도

자신을 잘 맞춰줄 수 있는 착한 여자들과 결혼해서 마음 편하게 케어받고 스트레스 덜받고 살고 싶은

그 이기적이면서도 용기 없는 못난 심보 또한 자기 삶이고 자유의지인데 어찌 욕할 수 있으랴..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 자신을 바꾸려고 하는 남자친구와 헤어진  <성현>에게 물었다.

"그럼 넌 어떤 남자와 결혼하고 싶니?"

"난 목소리 크고 외향적인 남성스러운 남자보다는

 자상하고 가정적인 남자를 원해"

<성현>도 결국 남자친구의 남성스러움에 끌려서 만났지만

결혼은 정 반대의 남자와 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남자친구를 바꾸려고 잔소리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일을 핑계로 그 남자친구와 헤어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남자친구와 <성현>은 둘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비슷한 스타일을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들이 원하는 결혼하고 싶은 보편적인 여자 타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자들이 원하는 결혼하고 싶은 보편적인 남자 타입도 있었던 것이다.

남자들이 결혼하고 싶어하는 여자.

여자들이 결혼하고 싶어하는 남자. 

나 또한 내가 결혼에 있어 보편적인 타입이 아니다 보니

얌전 빼는 여자와 결혼하려고 하는 남자들을 싸잡아서 혀를 차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도 결혼을 한다면 점잔 빼는 자상한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한다는 속은 숨긴채 말이다. 

결국에는 우리 모두 미래를 알지 못하기에 두려워하는 존재이고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다보니

가장 안전한 길을 택하려고 하는 연약한 존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맞다고 얘기하는 착한 여자. 자상한 남자와 결혼하면

적어도 '이혼'이라는 두려운 존재에 대한 에어백이 터질 확률이 그나마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의 비슷한 면에 끌리면서도 서로의 정반대되는 면에 끌린다고 한다.

어쩌면 <성현>은 자신과 비슷한 남자에게 끌렸으면서도 

결혼은 자신과 정반대되는 남자를 만나야 안전하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시도 때도 없이 싸우면서도 이혼하지 않는 부부들의 관계가 조금은 더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들이 싸운다고 해서 그들이 서로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리라. 

단지 결혼하기 좋은 남자. 결혼하기 좋은 여자를 만나는 그 안전한 길을 택하지 않은

어리석지만 용기 있는 사랑을 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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