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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02. 2016

매력의 수명주기

                                                                                                                                                                                                                                                                                                                 

영국 출장을 갔을 때 차를 타고 도로를 지나가면서

인상적인 광고 문구를 본적이 있다 'Silver Wise'였나...'Silver Wisdom'이었나..

암튼 '노인의 지혜'라는 메시지였다.

나이를 먹으면 경험과 노하우가 많아지면서 지혜로워진다고 말을 한다.

그렇다면 16살때부터 18년간 연애를 해 온 내 나이 34살.

이제는 남자를 보는 지혜가 생겨야 하는 것 아닐까.

더 괜찮은 남자, 더 괜찮은 사람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겨야 하는 것 아닐까.

30대를 훌쩍 넘기게 되면서 내 주변의 싱글들 중

어떤 사람은 점점 사람 만나는게 점점 어렵다고 말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이제는 적당히만 맞으면 다 괜찮다는 말을 한다.

"이제는 연애도 많이 해봤으니, 어떤 사람이 나한테 잘 맞는걸 아는 거지

 그러니 이상형과 조건이 명확해지는거지"

"남자 별거 있니 뭐. 이제는 착하기만 해도 무조건 만날꺼야

 우리 나이에 뭘 조건을 따져"

"솔까말 나이 먹으면 이제 다 보이는데 어떻게 아무나 만나냐.

 직업. 성격. 경제력. 인성 이런거 다 보고 최선의 선택을 해야지."

"그냥 연애라도 좀 하고 싶다.

  난 솔직히 완전 오징어만 아니면 내가 맞춰줄 자신 있거든."

"20대 처럼 이놈 저놈 다 만나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해.

 어렵더라도 이것저것 재서 딱 맞는 사람 만나서 빨리 결혼하는게 능사지."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눈이 높아지는 것일까. 눈이 낮아지는 것일까.

분당에 거주하는 싱글녀이자 아는 언니인 <진희>.

그녀는 유복한 가정환경으로 첼로 전공을 하고 해외 유학까지 다녀왔다.

늘씬하고 예쁘장한 외모, 여성스러운 매력으로 

그녀는 주변에 늘 남자들이 끊이지가 않았다. 

그녀는 도도한 편이었고 자기 기준에 조금이라도 부합하지 않는 남자가 대시하면 단칼에 거절했다.

- 얘는 다 좋은데 직업이 좀...

- 얘는 다 괜찮은데 외모가...

- 얘는 같이 있으면 지루할 거 같애

그래도 남자들은 줄을 섰고 그녀의 선택권은 다양했다.

그래서 만나는 기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이렇게 남자를 많이 만나고, 연애를 하다보면 자신에게 딱 맞는 누군가를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그녀.

그러던 그녀에게서 카톡이 왔다.

<진희> 

- 미스박...오랜만..잘지내지?

  오랜만에 연락해서 이런 부탁하기 미안한데

  혹시 주변에 괜찮은 남자 없니? 나 소개팅 좀 시켜줘.

  너가 그래도 인맥이 넓잖아. 좀 부탁할께....

<미스박>

- 어..언니 오랫만.ㅋㅋ

   글쎄..한번 찾아보긴 할께.

   그런데 뭐 어떤 분으로 찾아봐야할까나..

<진희>

- 응. 나이는 내 또래나 연하가 괜찮을거 같애.

   키크고 덩치 있고 좀 착한 스탈??ㅋㅋㅋ

   활발하고 유머도 좀 있으면 좋겠구..

   분당살면 더 좋구. 성실하면 더더 좋구.

   너의 안목을 믿어~!! ^^

그녀의 민망하면서도 처절한 이 카톡은 그녀 나이 37세가 된 올해 초에 온 내용이다.

선릉역에 거주하고 있는 39세 싱글남 <규식>

얼마전 그의 생일이라 지인들끼리 생일파티를 했는데

술자리에서 그에게 소개팅을 해주겠다는 한 친구의 와이프.

<친구 와이프>

- 그래서 ...규식씨. 소개팅 할꺼에요 말꺼에요.

   규식씨도 장가 가야죠??

<규식>

- 나 소개팅 체질 아니던데...

<친구>

- 야. 체질이고 나발이고 감사합니다 하고 해야지

  니 나이를 생각해라

<규식>

- 에이 알겠어 알겠어. 할께...

<친구 와이프>

- 규식씨는 어떤 스탈 좋아해요? 

<규식>

- 에이. 이 나이에 좋아하는 스타일을 어떻게 찾아요

  전 그냥 여자사람이면 다 좋습니다. 치마만 두르면 되요..

  급하다 보니 따질 때가 아닌거 같아요..

얼마 전, 한 친구<지수>는 결혼에 대한 압박을 매우 심하게 받고 있었다.

여자나이 34살.

절대 35살은 넘기지 않겠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그녀는 소개팅, 선을 열심히 보았지만

별 수확을 얻지 못하는 상황.

그러던 어느날, 지방에 있던 자기 선배가 서울에 오니 얼굴 한번 보자는 전화를 받게 된다.

그 선배는 대학시절 <지수>를 좋아하며 구애를 했었는데

작은 키에 못생긴 얼굴, 맞지 않는 유머코드 등

여러가지 요소 때문에 <지수>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선배였고 

그들은 그냥 선후배 관계로 남게 된 사이였다.

선배가 서울에 올라온 날.

선배는 여전했다.

당연히 작은 키에

여전히 못생긴...실은 더 못생겨진 얼굴.(노화)

선배와 꼼장어에 소주 한잔을 하며 옛날 얘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수>

- 선배 나 예전에 엄청 쫓아다녔잖아 ㅋㅋ

<선배>

- 야야. 말도 하지마. 그때는 진짜..으 쪽팔려

<지수>

- 칫!! 왜 후회되냐?

<선배>

- 아 후회되는건 아니지. 근데 그땐 니가 너무 상대도 안해주니까 상처 많이 됐지.

<지수>

- 그래서 요즘은 만나는 사람 있어?

<선배>

- 썸타는 여자가 한명 있긴 한데...뭐 잘 모르겠어. 아직은

<지수>는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남자로 봤을 때 그리 나쁘진 않은데...

결혼하면 엄청 잘해줄 것 같긴 한데..

한번 다시 확 꼬셔봐 그냥??

뭐 다 그렇지 않겠지만...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패턴을 기준으로..

20대 초반까지는 풋풋하고 어리숙한 사랑을 하다가

20대 중반이 되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학생에서 오피스걸이 된다.

미모가 업그레이드 되고 인간관계의 스킬도 익히게 된다.

돈과 사회적인 위치가 어느 정도 형성되는 사회생활 안정기 즉, 20대 후반이 되면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로 터득한 연애의 룰과 원칙들이 딱딱 맞아 떨어지면서 

우리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그러다 30대가 되면 우리는

상상 속 남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고

난 아직 괜찮아. 죽지 않아ㅡ라는 자기 위안을 하며

30대 중후반 또는 40대 노처녀라는 그 무시무시한 타이틀에 대한 압박을 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동안의 경험으로 지혜를 얻은 '괜찮은 남자' 찾기에 

혈안이 되지만..

그런 남자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싱글 시장을 시장이라 보고,

이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한 여자의 매력을 상품 가치라고 가정을 해 본다면,

혹시 우리에게도 여자로서 PLC(제품수명주기)가 있는 건 아닐까.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

그렇다면 쇠퇴기가 시작되는 그 시점은 언제일까. 

사람마다 그 쇠퇴기가 다른 것은 아닐까.

우리는 스포츠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 스포츠의 의미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경기나 게임을 할 때 우리가 목표를 한 것이 생각보다 쉽게 오지 않는다라는 것을

많이 목격하고 경험한다.

지금 당장 '트로피'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스포츠의 목적은 '멋진 승부와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다.

그 자세로 경기에 임했다면 트로피를 받지 못하더라도

어짜피 자신의 선택과 노력에 의해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했고

100% 통제될 수 없는 승부의 세계에서 

그에 따른 결과와 상황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믿고 믿는다면 

언젠가 받게 될 트로피를 향해 더욱 노력을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인거 같다.

인생이라는 경기에서 

우리가 결혼이라는 트로피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조급하고 초조한 나머지 판단력이 흐려져

반칙이나 술수로 트로피를 손에 쥐면 뭐하겠는가.

진정한 스포츠 정신, 진정한 행복에 대한 삶의 자세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트로피'도 '결혼'도 모두 가짜인 것을.

수천가지. 수만가지를 선택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 피곤한 삶과

내가 반평생을 함께 해야 할 사람을 선택하는 중요한 선택에 있어

행복이라는 것을 조금 더 높은 확률로 보장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어하는게 사람이니까.

뜰채로 안맞는 사람은 탈탈 털어내고

건더기로 남아 있는 사람들 중에 고르면

좀더 실한 알갱이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이것이 우리에게 훨씬 쉬우니까.

그래서 우리는

외모는 이래야 되고

연봉은 이정도였으면 좋겠고

성격은 이런게 좋고

등의 기준을 만드는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연애에 대한 지혜란

이러한 규정을 만들어 놓고 

사람을 선택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어짜피 제품수명주기처럼 우리는 모두 나이가 들어가며, 

주름이 생기고, 

돈이 없어질수도 있는,

인생이라는 수만가지의 가능성과 변수가 존재하는 곳에서

쇠퇴기를 피할 순 없다.

외모나 물질. 영혼없는 스킬 등의 외적인 요소로 인한 자신감은 늘 한계가 있다.

연애의 지혜란

내가 원하는 것을 좀더 명확히 알면서도

있는 그대로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력과 이해심이 발전하는 

인격과 자세의 성숙을 말하는 게 아닐까.

그런 맥락에서

나이가 들면서 눈이 높아지는 것은 취향이 좀더 명확해진 것 뿐이고

나이가 들면서 눈이 낮아지는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커졌다고 

표현해두자.

얼마 전 '마녀사냥' 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홍진경이 출연해 자신있게 한 멘트가 생각이 난다

"전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 사람의 장점을 찾아낼 수 있어요"

알다시피 우리는 완벽한 사람과 연애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누구나 장단점이 있고 내가 사랑할 수 있을 만한 장점을 가진 사람을 만나

그의 단점을 모른 채하는 것이 사랑이니까.

그래서 말인데

취향이 좀더 명확해졌든 이해심이 커졌든

일단 연애를 쉬지 말자.

경험을 하는 것이 우리가 트로피에 가까워질 수 있는 노력 중 하나이니..

쇠퇴기가 아무리 늦게 온다하더라도

트로피가 간절하지 않다하더라도

내면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하늘을 봐야 

수많은 저 별 중에 내 별을 따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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