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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02. 2016

술, 도박, 여자

                                                                                                                                                                                                                                                                               

시대를 막론하고

남자들의 삶을 파멸로 이끈 3대 요소

바로 술. 도박. 여자이다.

 

여기서 '여자'란 관계(relationship)라는 개념보다

성욕이나 성적 취향의 개념이 더 크다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3가지의 공통점은 바로 

'쾌락의 중독성'이다.

즐겁고 유쾌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그 쾌락의 중독성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요즘 새삼 느낀다.

국내 탑스타이자, 헐리우드에서도 인정받는

배우 이병헌이 최근,

여자모델과 아이돌그룹 여자와의 소송사건에

휩싸였다.

그는 예전부터 여자관계가 난잡하다.

성적 취향이 변태스럽다는 루머가

종종 돌곤 했었는데

미모의 여배우 이민정과 결혼한 이후

(심지어 오래되지 않아)

불거진 사건이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경위의 진상이 밝혀진 바는 아니나,

네티즌들의 반응은 

-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랴.

- 역시 소문이 맞았다.

- 꼬리가 기니까 밟히지..와 같은 반응들이다.

 

네티즌 수사대까지 출동하여

이병헌과 여자모델이 내연의 관계였다는

증거물까지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헝미진진한 지금..

 

만약 이 모든 것이 국민들의 예상이

사실대로라면,

혹은 아니라 하더라도 

자꾸 이런 가십에 휘말리는

이 배우의 정신세계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잠시 생각하게 되었다.

 

 

문득 4년 전 있었던 

한 사건이 생각 난다.

 

명한 모기업에 근무하는 

40대 중반인 한부장은 업계에서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집안이 유복하여 해외에서 엘리트코스를 밟고

아름다운 와이프와 결혼하였으며 

사랑스러운 초등학생 딸 두명이 있고

강남의 50평대 아파트를 소유한..

사회적으로 나름 많은 것을 이룬 중년이다.

 

그런 그의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여자문제'

표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이지

그가 15년간 다닌 그 회사 및 업계에서

그가 여자를 아주 밝힌다는 소문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는 영악하고 치밀한 면이

있었기 때문에 주도면밀하게 작업을 했다고 한다.

타겟은 20대 후반~30대 초반 미혼 여성.

                                                                                                                                                                                                                                                                                                                                                                                                                                                                                                                                                                                                                                                                                                                                                                                                                                                                                                                                                                                                                                                                                                                                                                                                                                                                                                                                                                                                                                                                                                                                                                                                                                                                                                                                                                                                                                                                                                                                                                                                                                                                                      

그는 아주 다정하고, 차분한 스타일로

같은 회사 여자 직원이나 협력사 여자직원들과

엄청난 친화력을 자랑했으며,

편안한 느낌으로 '선배'로의 자리매김을 했다.

그렇게 여성들의 고민을 들어주거나

함께 이야기를 하다가, 

직접적인 대시 없이 자연스럽게

밖에서 따로 차를 마시고 드라이브를 하는

패턴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몇몇 여성들이

그의 편안함과 유머에 빠지게 되었고,

그 확률은 높지 않았겠지만

꾸준히 그런 관계가 지속되었다. 

회사 동료가 해외 출장을 갔다가

미혼 여성과 손을 잡고 가는 걸 목격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같은 회사의 신입사원에게 작업을 건 한부장.

주말 밤 10시에 그녀의 집앞에 찾아가

잠깐 얘기하자며 자신의 차로 그녀와 드라이브를 한 뒤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는 모호한 문자 메시지.

신입사원이 너무 깜짝 놀라 왜 이러시냐고 하자,

왜 혼자 착각하느냐며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갔다고 한다.

그 신입사원은 그 일을 회사에 알렸고,

소문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회사의 임원측에서 한부장을 불러, 

경고를 주었고 그의 능력과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믿고 한번 더 기회를 주었다.

그 시기에 그는 

회사에서 잘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매우 힘들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일이 있고 6개월 후,

그는 해외 출장을 갔고,

함께 출장을 간 협력업체의 27살짜리 여자직원에게

한밤 중에 

- 내 방에 지금 올 수 있니.

- 너 왜 나한테 차갑기 구니. 등의 

애매모호한 카톡을 보낸 것이다.

이를 알게 된 협력업체의 사장이 뒤집어졌고,

회사측에 정식으로 도전을 함에 따라,

그는 15년 만에 결국 회사에서 해고 당했다.

소문이 그리나자,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난 회사에서 여자 문제때문에 잘렸다는 

얘기를 듣고 누가 그를 고용하겠는가..

그렇게 그는 와이프에게 진실을 말하지도

못한 채 1여년의 시간을 방황했고

살이 10키로가 넘게 빠졌다.

 

그러다 최근 지인을 통해 

그의 근황을 듣게 되었다.

1년 6개월만에 겨우 한 회사의 계약직 임원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는데,

근무하게 된 4개월만에

미혼인 회장 여비서에게 추파를 던지다 걸려,

징계를 받았다는 이야기.

난 박수를 쳤다. 짝짝짝.

정말 ㄷㅐㄷㅏㄴㅏㄷ ㅏ..

(그래..뭔가 할려면 이정도는 해야지..ㅋㅋ)

난 그의 심리가 궁금했다.

아니..그렇게 괴로운 상황을 겪고도

왜 그는 같은 잘못을 또 반복하는 것일까.

15년 다닌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잘리고

업계에서 불명예를 안게 되었으며,

취직이 안되는 그 긴 과정이 힘들었으면서

왜 또..그러는 것일까...

그가 사람들의 비난 따윈 신경도 안쓰는

희대의 카사노바가 될 그릇도 아니고,

이제와 진정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시한부 삶을 사는 사람도 아닌데..

그는 대체 어떤 마음으로 그러는 것일까.

 

 

 

 

경기도 광주에 거주하는 38세 일성씨.

1남 3녀 중 막내이자 외동아들.

그는 10여년 동안 스포츠 토토에 빠져

칠순이 훌쩍 넘은 부모님의 노후자금까지

다 날려 먹었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어릴 때부터

해달라는 건 다 해주며 금이야 옥이야 키웠다.

멀쩡하게 대학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오래 못버티더니 

사업을 하겠다 했다.

그에게 목을 매는 그의 어머니는 

집 평수를 줄여가면서까지

하나 있는 아들을 위해 

사업자금을 마련해 주었고,

결국 그는 2번의 사업을 통해 

돈을 깔끔하게 날려 먹었다.

결국 도박에 손을 대더니 

여기저기 돈 꾸기 바쁘고,

심지어 17살 어린 어린 조카의 

용돈에 손을 대기도 하고,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돈을 빌리려 

전화를 하기도 했단다.

상태가 심각해지자, 그의 큰 누나는

그가 상담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 

정신과에 데려갔고,

정신과에서 하는 얘기론 다음과 같다.

 

순수하고 착한 사람일수록 도박에 많이 빠져요.

  일성씨는 막내 아들로 엄마 뿐만 아니라 3명의 누나 모두

  그의 행동을 제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의 사고처리를 해주는 든든한 엄마가 4명이나

  있는 셈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일성씨는 본인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방법을 모른채 성장한거에요. 

  그는 지금 인생역전을 위해 일확천금을 얻고자 하는 

  욕망 이외에 단순히 도박을 할 때의 그 쾌감.

  돈을 딸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오는 쾌락에 빠진

  중증 상태입니다 " 

일성씨는 내가 봐도 

싫은 소리 한번 못하는 참 선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도박 중독에 빠지다니

믿기가 힘들었다.

 TV나 건너 건너 들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아는 그 일성씨가 도박 중독이라니...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한스 브라이터 박사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도박에서 이기기를 기대하는 심리상태에 반응하는 

  뇌 부위가 코카인과 모르핀 주사에 반응하는 

  뇌 부위와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병헌도.

징계당한 한부장도.

도박에 빠진 일성씨도.

아마 쾌락이라는 강력한 마약에

빠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술이든 여자든 본인의 행동의

콘트롤을 하지 못하는 상황은

도박와 같은 매커니즘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스스로도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

그만 둬야 한다는 걸 알면서

멈출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스스로를 콘트롤 하지 못하여

중증에 가까운 사람들을 단순히 

 '우리와 다른 세상 사람' 

이라고 욕하고 넘겨버리기에

이제 그런 이야기들은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도

목격하게 된다.

나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술, 도박, 섹스, 게임 등

나약한 정신세계로

자신의 의지를 내동댕이 쳐 버리는 

사람들을 나는 아주 혐오했다.

이해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고,

그런식으로 자신의 삶의 가치를

저버리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케이스를 통해

그들의 상황이 '의지'의 문제보다 

'질병'에 가까운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고 보니 혐오나 배척과 같은 감정을 

100%  지울 수 없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비난하기 이전에 그들에게 치료의 도움을

주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색다른 관점이 생긴다.  

 

여러가지 쾌락에 대한 중독.

그 원인은 다양한 각도에서 밝혀지고 있고,

대부분은 어릴 적 환경에서 기인하는 것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절대 부여할 수는 없을 것이리라.

세상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문제점이 있고

쾌락을 추구하는 본능이 있으며,

완벽한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다.

 

남의 이야기에 조금만 더 귀를 기울이고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고

세상을 배우려는 마음만 가졌더라면

이렇게 추악하고 비참한 중독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구나 남의 이야기를 쉽게 하다가

본인이 그런 문제점에 빠질 수 있을 만큼

인간은 나약하고 삶은 예측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나약한 존재로 삶을 살아갈 것인가

용 쓰며 노력이라도 해 볼 것인가.

이 선택이 바로 우리의 삶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아닐지. 

뿌린대로 거둔다ㅡ는 

이 오래된 말 속에 보이는

노력의 희망과 선택의 두려움을 

우리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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