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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02. 2016

언니들의 역습

어제 업계의몇몇 지인들끼리 술자리를 가졌다.  

그 중 39살의 스포츠 에이전시의 부장인 <준>은 원래 여성 편력이 심한 걸로 유명했다.  

매우 강력한동안 페이스를 자랑하는 데다가 스포츠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만큼의 스포티한 남성미와 넓은 인맥까지 있으니,  

실제나이에 대비 여성 편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준부장님 결혼 안하세요?’ 물어볼때마다 여자친구가 얼마 전에 바뀌었다는 대답을 적어도 세 번 이상 들은 기억이 난다

.  

그런 그가 어제술자리에서 얘기하기를 “저 내년에는 결혼해요. 부모님께도인사 다 드렸어요”

왠일이래.  

여자친구 어떤분이에요? 무슨 일 해요? 완전 미인인가보다 등등 주변 사람들의뒤따르는 질문공세.

그 어떤 질문에대한 대답도 이 플레이보이가 안정을 되찾게 된 특별한 이유라는 느낌을 못 받던 찰나,  

뭔가 특징적인대답 하나가 나왔다.  

“여자친구 나이가 많이 어려요” 

“몇 살 차이 나는데요?” 

“13살 차이요.” 

옆에 있던 20대 후반 막내가 한마디 한다. 

“헐~ 부장님 완전 도둑놈!” 

“왜! 남자들은 원래 어린 여자를좋아해” 

나의 대학동기인 <현>은 나랑 동갑내기33살. 

그는 대학시절부터나와 절친한 남자동기인데, 포항 출신으로 지방 특유의 걸죽한 유머감각과 나쁘지 않은 외모로 

꽤 여자를잘 만나고 다녔었다. 

서로 사회생활을하느라 연락이 뜸하다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간만에 연락을 하게 되었는데, 

이 녀석이 신천에조그만 실내포장마차를 하나 마련했단다. 

이열~ 쟈식 열심히 살았나본데? 

그래도 친구녀석하는 술집이라 하니, 베프 몇 명 데리고 술 좀 팔아주러 찾아갔다. 

가게는 주방이살짝 보이는 일자형에 테이블 5~6개가 있는 동네 소박한 포차였다. 

창업을 한 기특한친구 <현>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거나하게 술을먹던 무렵, 주방에 안주 만드는 아주머니께 

인사를 했는데친구 <현> 왈, 

“야, 내 여자친구야..” 

뭥미. 이건 왠 사랑과 전쟁 시츄에이션? 

딱 봐도 40대 중반 이상은 되보이는데.. 물론 아줌마 하면 떠올리는 짧은곱슬머리에 뚱뚱한 밥하는 아줌마  

이런 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분명 40대 중반인데. 관리 잘하고 유지 잘한 우리 엄마랑 나이 비슷해 보이는데.. 

너무 충격적인사실을 접한 나는 온갖 호기심을 모두 억누르고, 한참 뒤에야 <현>에게 네이트로 이것 저것 물어볼 수 있었다. 

치키 : 현아, 어찌 된거냐. 

현 : 그냥..어쩌다 그리 됐다.  

치키 : 여자친구분 몇살이셔? 

현 : 마흔일곱.. 다른 애들한테는 얘기하지 마라. 40대 초반이라고 말했어 

치키 : 야, 니 돌았냐 새끼야 

현 : 아 씨바 나도 몰라. 이제 돌이킬 수가 없어. 

치키 : 어떻게 만났는데 

현 : 전에 다니던 회사 선배 통해서 알게 됐는데, 뭐 어찌어찌 한 두번술먹다보니 이렇게 됐어. 

이혼녀고 아들도 둘 있어. 아들은대학생이고.. 

치키 : 그 가게도 그 여자친구가 해준거 아니냐? 

현 : 아예 아니라고 할 순 없고. 내 돈 걔 돈 반반씩 해서 하고 있는거지 뭐 

치키 : 아놔 미친새끼.. 그럼 돈 때문인거야? 

현 : 아니다. 진짜 감정이다. 그래서더 못 헤어지는 거야 가쓰나야. 

치키 : 휘휴휴휴. 알겠다. 진짜감정이라니 할 말 없다만, 나도 니를 아끼는 친구로써 내 의견은 말할 수 있는 거 아니냐.   

         빨 헤어지라. 정신 차리고. 니가무슨 애쉬든 커처냐 병신아.  

현 : 헤어져야지..노력해야지..쩝 

친구에게 간만에할 수 있는 독설은 최대한 날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만약 그 40대의 여자분의 친구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싶다. 

어린 남자친구를사귄다고 부러워하거나, 적극 응원했을까.. 

<준>부장과 같은어린 여자 선호남들이 한 때 퇴물취급을 하던 나이 든 언니들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최근 가수 백지영도38살의 나이로 정석원이라는 29세 연하남과 9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을 했고, 

배우 한혜진(33살)과 축구선수 기성용(25살)의 결혼발표도 연이어 이슈화되면서 

연상연하 커플은실제로 이제 하나의 트렌드조차 되어가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돈 많고 강한남자들이 어린 여자들을 선호했던 것과 같이 

여자들의 사회적, 경제적 능력이 강해지면서 어린 남자를 찾기 시작한 것인가. 

남자들의 사회적, 경제적으로 부담감을 느끼면서 나이가 좀 있어도 여러모로 의지할 수 있는 연상녀에 대한  

의식이 바뀐 것일까.  

이도 저도 아닌, 이제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요라고 외치며 사랑주의에올인한 것일까.  

나도 4년 전 처음으로 3살 어린 연하남을 만나보았는데, 

오빠라고 애교있게 부르지 못하는 아쉬움만 빼고는 여러가지로 매우 만족스러운 남자친구였고, 관계였다. 

어느 정도의나이대가 되면 나이 차이를 통해 경험하는 사회적 위치가 비슷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5살 차이가 난다고 보자.  

어릴 때 나는대학교 3학년인데 남자는 고등학교 2학년생을 사귀고 있는것이고, 내가 사회생활 3년 차 한참 찌들은 직장인일 때 

용돈 받아쓰는 대학생 남친을 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모두 사회인이 되면 과장이 대리랑 사귀고, 대리가 사원이랑  

사귀는 게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 시킬만한 상황은 아닌 것이다. 

어째든 세대가다르다 하더라도, 인생의 어느 시점이 되면 고민하고 겪는 바가 비슷해질 때가 있는 것이고

사람마다 인생의굴곡과 경험 또한 다르니, 모든 연상연하 커플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는 결국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로  

귀결되게되는 것 같다. 

어째든 풋풋한어린 여자들에게 밀리지 않고 자기만의 원숙미와 매력으로 인연을 찾아가는 언니들의 역습을  

나는 멋지게 보고 있다. 

언니들이 나이어린 남자를 만나던, 오빠들이 나이 어린 여자를 만나던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면 진정 다른 사람들의  

말따위는 쿨하게 신경 끄시라. 

다만 함께 할사람에게 원하는 것이 다른 것에 있어 한 선택이라면 결국 자신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지 못한 채,   

아이러니하게도나이가 어린 사람을 만나서 이게 문제야 라는 책망을 스스로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나이에만해당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크게 손가락질받지 않을 정도의 나이 차이(위로든 아래로든) 범주 안에서

진짜 내 사람을 찾았으면 좋겠다라는

나의 바램도 아직은 정말 쿨하게 유연하지 못한 

나의 계산적인 마음인 걸까 하는 

복잡한 생각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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