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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02. 2016

미션 임파서블, 나 자신을 속여라

디자이너인 신은 최근 회사를 옮겼다. 

신은 새로운 회사에서 만난 소장으로부터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신이 오기 전 신의 업무를 하던 33살 여자 과장 B에 대한 이야기.

여자 B는 10년 사귄 남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 남자는 여자보다 한 살 많은 34살(80년생)으로 카이스트 교수. 

요즘에야 어릴 적부터 해외에서 공부를 하는 경우에는 젊은 나이에도 교수를 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러려니 했는데, 소장이 본인 남친과 B양의 커플과 함께 만나 저녁을 먹던 중 

B의 남자친구는 해외에서 석사, 박사를 밟아 일찍 교수가 되었고, 2년 만에 그 모든 학위를 수료했다고 한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지만 2년 만에 석사, 박사를 다 수료했다는 점이 아무래도 이상하기도 하고,

어떻게 그렇게 빨리 수료했냐는 질문에 수업만 해외에서 듣고 일찍 귀국해서 논문을 써서 보내기만 해서 수료했다는 

미심쩍은 답변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단다.

B양은 그닥 뛰어난 미모를 가진 것도 아니고,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려워 본인이 생활비를 책임져야 했다. 

작은 회사에서 연봉 3천 5백 만원 정도를 받으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우울하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에 남자친구에게 심신을 의지하여, 오랫동안 사귀고 있었지만 

소장의 눈에는 B양의 남자친구가 자꾸 의심스러워 보였다. 

미국에서 개최하는 물리학 관련 학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2명만 수상한다는 상을 탔다며, 미국에 간다고 하더니 1주일 미뤄졌다. 바빠서 학생을 보냈다.라는 이해 안가는 사건이 있지를 않나.

여자친구에게 차를 선물하겠다며 랜드로바 차량을 함께 보고 골라놓고, 차가 늦게 나온다는 둥. 미루고 미루더니 결국 차를 가지고 여자친구에게 오는 길에 3중 추돌사고가 나서 차를 정비소에 맡겼다는 둥. 차가 위험한 것 같으니 이 차는 환불하고 미니쿠퍼를 사주겠다.

(결국 B양이 퇴사할 때까지 소장은 그녀가 선물 받은 차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계속 무언가가 의심쩍은 소장은 오지랖이라는 것도 알지만 본인의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수사를 해보기 시작한다.

카이스트 대학 홈페이지를 보니 B양의 남자친구는 없었다. 

정규 교수가 아닐 경우에는 홈페이지에 없을 수도 있겠다 싶어, 행정실에 전화를 걸었다. 

“네, 카이스트 행정실입니다”

“아네, 혹시 거기 김만식이라는 교수님 계신가요?”

“음, 아니오 없는데요.”

“정규 교수님이 아니라거나, 행정실에서 모르는 교수님이 있을 수도 있지 않나요?”

“그런 일은 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혹시나 싶어 전화를 한번 더 한다.(끈질긴 소장 ㅋㅋ)

“네, 인사팀입니다”

“네, 혹시 거기 김만식이라는 교수님 계신가요?”

“아니오, 김만식 교수님은 없구요. 김만석 교수님은 있습니다.”

“아네, 김만식 교수님은 확실히 없구요?”

“네, 김만식 교수님이란 분은 없습니다.”

“그럼 김만석 교수님은 담당 전공이 뭔가요?”

“김만석 교수님은 물리학이시구요. 나이도 젊으신데 얼마 전에 OO 물리학회에서 수상을 하신 저명하신 교수님입니다.”

헐.

전화를 끊고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소장은 B양에게 거듭 남자친구의 이름을 확인했고,

결국엔 B양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B야~ 기분 나빠하지는 말구, 내가 너 걱정이 되서 그런건데 말이지.

 내가 카이스트에 전화를 해보니 말이야.. (블라블라)”

말을 들은 B는 짐짓 놀란 표정을 하더니, 주말동안 남자친구와 얘기를 해봐야겠다는 정도의 말을 했다. 

주말 동안 어떻게 얘기됐을까. 

호기심천국에 궁금증이 두근반 세근반이 된 소장은 월요일이 되자마자, B양을 불러놓고 “B야~ 남자친구랑 얘기해봤어?? 뭐래??”

그렇게 착하기 그지 없던 B양은 입사 이후로 처음으로 버럭 화를 내며

“소장님! 제발 그만 좀 하세요! 저와 제 남자친구 일 제가 알아서 할께욧!!”

헐..결국 소장은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한 채 B양을 떠나 보내게 되었다.

신으로부터 이 얘기를 들은 나는 단순히 “남자놈, 사기꾼 아냐??” 이렇게 얘기했는데

얘기하자마자, 머리 속에 그 둘은 10년 넘게 사귀었다라는 사실이 스쳐 지나갔다.

뭥미..

신은 나에게 말했다. “내가 봤을 땐 말이야…”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게 있단다.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ㅡ라고 한다.

좀더 쉽게 생각해보면 

 맷 데이먼이 출연한 영화 <리플리>, 이다해가 열연한 드라마 <미스 리플리> 등 실화를 중심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생각해보면 된다.

본인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인물로 신분을 속여 대신 살아가는...

일종의 정신병이라면, 본인도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을까? 아니면 본인이 거짓을 저지르고 있는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까. 

세상의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의 정신적 질환을 겪는 부분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의 생각이란 정말 끝이 없도록 무서운 것 같다.

처음에는 이상에 대한 순수한 소망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다 그 소망이 너무 강렬해지고 욕망으로 바뀌는 순간 그것이 나의 것인'척'을 하게 되고,

남에게 거짓을 말하게 되고 어느순간 나도 그 거짓을 믿어버리게 되는 뭐 이런 플로우 아닐까 싶다.

이제는 나 자신조차 속이게 되는 이 혼란스러운 멘탈월드. 우리가 온전히 정상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거짓은 항상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꼬리를 물고, 물어

어느 순간 수습하지 못할 정도의 상황을 만들지 않는가.

잠깐의 두려움, 질책, 조롱을 피하기 위하여 우리는 얼마나 수많은 거짓, 가면을 쓰고 사는가. 

거짓은 때로 나의 마음을 잠시 편하게 할수 있기도 하지만

진실이 드러났을 경우 더욱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기도 하다.

하지만 거짓으로부터 멀어져야 하는 가장 큰 이유를 나는 알고 있다.

아무리 뻔뻔하고 합리화된 상황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입에서 나온 거짓이 나가게 되면 

결국에 나 자신의 정직하지 못한 모습에 스스로 환멸을 느끼게 된다.

자신만 진실을 알고 남들을 속였다 생각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바로 '내가 나를 속이는' 행동인 것이다. 

안다. 

정직하기만 한 모습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또 때론 손해인지를.

하지만 조금만 더 정직해지자. 조금만 노력하자.

다른 사람에게 속아도 분통이 터지는데, 

내가 나를 속이는 명청한 짓을 할 필요 있겠는가.  

얼마전 TV 강의에서 누군가가 한 말이 생각이 난다.

“본인의 콤플렉스와 단점을 숨기지 않을 때처럼 섹시한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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