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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02. 2016

사랑과 돈

모성애가 강한 친구 <진아>는 집이 유복했다.

학생일 때에도 부모님이 혼자 타지에 사는 딸을 걱정해서

좋은 거 먹고 좋은 거 입고 다니라며 카드를 주셨다.

그런데 그녀의 연애패턴을 보면

항상 그녀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남자를 만나,  

물질적으로 금전적으로 많이 써포트를 해주었다.

그녀는 돈을펑펑 쓰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사귀고 있는 남자에게는 아낌없이 퍼주는 편이었다. 

대학교 때 사귀던 동갑내기 남자친구가 

군대 갔다 와서 취업을 못해 빌빌대고 있을 때도

데이트 비용 다 내고

남자친구 기 죽을까봐 용돈도 쥐어주었다.

심지어 그녀가 미국에 어학연수를 가 있는 동안에도 
<아르마니>, <디젤>과 같은고급 또는 명품 브랜드의 티셔츠, 벨트 등을  

주기적으로 남자친구에게 소포로 보냈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내 동기놈이기도 했는데

그가 여자친구에게 선물받은 티셔츠와 소품들을 걸치고  

예쁜 후배들의 밥을 사주러 가는 것을 

난 몇 번 목격한 적이 있다.  

<진아>는 결국 그 남자와 헤어졌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주로 착하고 성실한데 경제적 여유가 없는 남자를 만났고

그 정점은 고아원에서 자라 고등학교 졸업을 하지 못한

연하남을 우연히 만난 것이었다.

<진아>는 그 연하남이 가정적으로 환경을 잘 못만난 것 뿐이라며

성실하고 착한 아이기 때문에

써포트만 잘 해준다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더니 그 남자가 고등학교 졸업을 하지 못한 것이 걸려

공부를 시키겠다며 

검정고시 책을 사다 주고, 용돈을 주기도 했다.

사실 요즘 같은시대에 남자의 돈을 좇아 가는 여성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진아는 참 훌륭한 여성이다.

본인이 받고자 하는 것보다

주고자 하는 마음이 컸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다면

돈의 개념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녀의 능력과 그릇이 커보이기도 했다.

난 그럴 경제적 여유도 없었고

있다하더라도 저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점점 자신의 모순에 빠지고 있었다.

남자친구가 공부를 하다가 가끔 

머리를 식힌답시고 게임을 하거나

오늘 술을 먹고 싶다고 말을 하면 

그녀는 불같이 화를 내곤 했다.

"아니 지금 놀고 싶은 마음이 드냐고.

성실하게 해도 모자랄 판에

꼼수를 부리다니.

정말 실망이야.."

<진아>는 그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었고

그는 그 기대를 채워주지 못함에

그 둘은 점점 싸우는 시간이 많아졌다.

결국 한참 서로를 힘들게 하던 그 둘은

너덜너덜한 감정과 검정고시 책만을 남기고

끝이 났다.

결국 그 연하남은 <진아>에게 빌린 돈 

300만원은 갚지 않은 채 헤어졌고

<진아>는 300만원을 받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진아>는 말했다.

"다시는 남자한테 돈 빌려주거나 써포트해주지 않을꺼야"

그녀는 남자친구를 도운 것일까.

아니면 아들을 키운 것일까.

 

<지윤>은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어릴때부터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였고

그래서 경제관념이 남달랐다.

계획된 돈 안에서만 사용했고, 쓸데없는 돈은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남에게 신세 지는 것도 싫어하는

자존심 센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친구와도 적정선을 지켰다.

남자친구가 영화를 보여주면 자신은 밥을 사주고,

남자친구가 밥을 사면

자기가 커피 정도는 사는 정도였다.

그런데 <지윤>보다는 돈을 여유있게 쓰는 남자친구는

한푼한푼 야무지게 쓰는 <지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너..좀 궁상인 면 있는거 알어?

알뜰한 건 좋은데

나한테 돈을 너무 아끼는 것 같아서 서운

내가 뭘 바래서 그러는게 아니라

니 마음이 그것밖에 안되나 싶어서 서운하다구"

해줘도 지랄.

안해줘도 지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돈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친구관계에서도 돈이란 참 민감한 문제인데

연인간의 돈 문제는

사랑과 돈이라는 묘한 단어의 조합처럼

그 관계가 모호하다.

사실 돈이라는게 빌리기도 하고, 빌려주기도 하는 거라지만

다른 관계는 몰라도 연인관계에 있어서는 

민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친구든. 가족이든. 친척이든

돈을 빚진 사람은 갚기 전까지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돈일 빌리지 않았던 때와 심리적 상태가 100% 똑같기가 힘들다.

특히나 부유하게 자란 사람은 돈 그까이꺼 갚으면 되지-라고

쉽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낮았던 사람은

그 미안함과 자존심의 스크래치가 더욱 크다.

 

작은 금액일지라도 돈 몇 푼 왔다갔다 하다가

마음 상하고 관계 꺠지는 커플을 꽤 봤다.

심지어 결혼한 부부사이도 싸우는 문제의 대부분이 '돈' 때문이라

하지 않는가.

그만큼 돈은 사랑이라는 이상적인 개념과는

거리가 먼 현실적인 문제이고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그 현실을

마냥 회피할 수만도 없는 것이다.

정말 뜨겁게 사랑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경제적으로 힘들 때 

돈 몇 백 빌려주는 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단, 만약 돈 몇 백 못 받는상황이 되었을 때에도 

전혀 아까운 마음 없이 

그 이상의 것으로 보답해줄 그 사람에 대한 뜨거운 믿음을

전제로 한다.

성인이나 고수가 아닌 우리 같은일반인들에게는 

각자를 위해서도 한번 더 생각해 보는 신중함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받는 자도 염두해야 할 것이다.

여유 있는 사람의 돈이라 해서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다.

여유 있는 사람의 돈이라 해서

갚지 않아야 되는 건 아니다.

내것이 아닌 것에 욕심을 부리지 말 것이며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단순히 돈 자체가 아닌 나에 대한 신의를

함께 보여주는 고마운 행동이다.

너무나 당연히 고마워할 것에 대해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당신의 연인이 금전적으로힘들어 하는가?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돈을 못 받는 상황이 되도,  

관계가 깨지지 않을 정도의금액을 생각하고 빌려주라. 

힘을 내라는 진심 담긴 말과 함께. 

그리고 그 사람이 나의 The One이라는 확신이 들고 

부부라는 타이틀을 붙이게 되었다면 

아무리 현실이 각박하고 욕심에 안차더라도 

적어도 돈 때문에 자존심을 긁는 일은 안생기도록 

최선을 다해 지혜를 발휘하라. 

돈으로 사랑도 살 수 있는 세상이라고하지만,

 언제나 항상. 

돈보다는 사람, 그리고 그 관계가 소중한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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