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레인캔디 Apr 04. 2024

매혹적인 글쓰기:OTT 콘텐츠를 위한 스토리텔링 꿀팁

3. OTT 시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 제작 전략

최근 몇 년간 OTT 플랫폼의 급부상과 함께 콘텐츠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글로벌 OTT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애플 TV+나 HBO 맥스 같은 후발 주자들도 속속 가세하며 각축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wavve, 티빙 등 국내 OTT 서비스들까지 경쟁에 뛰어들며 콘텐츠 제작과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는 상황이다.

이 같은 OTT 전성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콘텐츠 제작자들은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수많은 채널과 플랫폼 사이에서 시청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최근 흥행에 성공한 OTT 오리지널 콘텐츠 사례들을 통해 그 방법을 살짝 엿보자.


1. 첫인상으로 승부하라: 강렬한 오프닝의 힘

OTT 플랫폼의 특성상 시청자들은 수많은 콘텐츠 사이를 자유롭게 옮겨 다니며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고른다. 그만큼 첫인상이 중요해진 것이다. 몇 분 안에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면 그대로 채널이 돌려질 가능성이 크다.

"종이의 집"의 첫 장면을 떠올려 보자. 달리의 "베르데 죽음의 가면"을 쓴 채 은행을 털어가는 강도들의 모습은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드라마가 어떤 짜릿한 스릴과 서스펜스를 선사할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나서는 주인공 일행의 모습에서 "오션스 일레븐"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마스크 너머 그들의 살벌한 눈빛이 범죄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첫 장면부터 강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법도 있다. "Dark"는 한 남자의 자살로 포문을 연다. 어느 순간까지 절대 보지 말라는 비밀 쪽지와 함께. 그리고 드라마는 본격적으로 아이 실종 사건이라는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이어진다.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은 넷플릭스 히트작 "기묘한 이야기"를 떠오르게 하면서도 그보다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긴다. 시간 여행과 평행 세계라는 장르적 설정도 궁금증을 배가시킨다. 프로이트의 죽음 본능 이론을 인용하는 독백으로 시작하는 오프닝 시퀀스는 이 드라마가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닌 인간 내면의 복잡한 심리를 탐구하는 심오한 작품임을 예고한다.   

"베터 콜 사울"은 브레이킹 배드의 스핀오프로 시작부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변호사 사울 구드먼의 전사를 그린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브레이킹 배드 팬들을 사로잡을 만한 장면들을 내밀었다. 브레이킹 배드의 상징과도 같은 RV 차량, 월터 화이트를 연상시키는 녹색 셔츠를 입은 남자의 뒷모습 등 팬심을 자극하는 이스터에그가 곳곳에 숨어 있다. 변호사가 된 지미 맥길의 실존적 고민을 담은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향후 그가 어떻게 악당 변호사 사울 구드먼이 되었는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1은 광활한 밤하늘 아래 위치한 연구소에서 무언가에 쫓기는 연구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불안하고 음울한 신스 사운드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남자는 괴물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단막에 시청자를 사로잡는 훌륭한 오프닝이다.


2. 개성 있는 캐릭터로 시청자와 교감하라

드라마나 영화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감정이입하고 몰입하게 되는 지점은 단연 캐릭터다. 스크린 속 인물들이 살아 숨 쉬는 존재로 느껴질 때 비로소 시청자들은 그들의 여정에 깊이 빠져들 수 있다. 흥미롭고 입체적인 성격을 지닌 캐릭터, 다양한 욕망과 고뇌 속에서 성장하는 캐릭터는 시청자로 하여금 강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애니메이션 "Bojack Horseman"의 주인공 보잭은 이런 면에서 최고의 캐릭터 중 하나로 꼽힌다. 한물간 시트콤 배우였던 그의 자조 섞인 유머와 우울한 자아성찰,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인생사의 희비극이 실존주의 문학 못지않은 울림을 선사한다. 마약,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며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어두운 현대인의 초상을 본다. 인간이 아니라 말이라는 설정 자체가 주는 아이러니한 웃음도 일품이다.  

"브레이킹 배드"의 월터 화이트는 평범한 중년 남성이 악당으로 타락해 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말기 암 선고를 받고 마약 제조에 뛰어드는 그의 선택이 가족을 위한 것인지 자신의 오만한 욕심인지 끊임없이 되묻게 만든다. 그의 내적 변화와 갈등은 선과 악의 기준이 무엇인지, 우리 안에도 악이 도사리고 있는 건 아닌지 성찰하게 한다.

"The Queen's Gambit"의 베스 하먼도 순탄치 않은 인생 여정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인물이다.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보낸 트라우마가 있고, 약물 중독과 알코올 문제로 인생의 터닝포인트마다 좌절하는 모습이 마치 체스판을 방불케 한다. 그런 그녀가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천재적인 재능과 그에 걸맞은 고뇌를 지닌 캐릭터란 점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를 그린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의 주인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Fleabag"의 주인공 역시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낸 캐릭터다. 극 중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그녀는 가족들과 소원한 관계 속에서 방황하고 괴로워하다 한 신부와 사랑에 빠지며 구원을 찾아간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내뱉는 그녀의 독백은 마치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주어 묘한 일체감을 형성한다. 거칠고 냉소적인 말투 뒤에 감춰진 그녀의 상처와 외로움은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들의 고민을 대변한다.

3. 로컬과 글로벌을 넘나들어라  

OTT 플랫폼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콘텐츠 소비에서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원작 콘텐츠를 기반으로 각국의 로컬 버전을 제작해 문화적 할인율을 낮추는 전략이다. 나아가 단순한 포맷 차용을 넘어 다른 나라 콘텐츠와의 적극적인 협업, 글로벌 공동제작 등 국경을 초월한 콘텐츠 제작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로컬과 글로벌을 자유롭게 오가는 기획력이 요구되는 시대다.

스페인 범죄 드라마 "종이의 집"은 전 세계에 Casa de Papel 신드롬을 일으켰다. 도심 한복판의 조폐공장을 터는 파격적인 설정, 달리 마스크로 대표되는 독특한 아이콘, 주인공들의 숨 가쁜 두뇌싸움은 국적불문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에서 리메이크되고 한국에서도 제작되었다.

반면 한국 드라마 "굿 닥터"는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리메이크돼 시즌4까지 제작되는 기염을 토했다. 자폐 증후군을 앓는 외과의사라는 독특한 설정이 의료 드라마에 신선함을 더했다. 장애를 딛고 재능을 꽃피우는 주인공의 투혼과 도전은 동서양을 아우르는 보편적인 감동을 자아냈다. ABC 제작진은 미국 정서에 맞게 캐릭터 관계와 에피소드를 재구성하되 원작의 골격은 충실히 따랐다.

이처럼 원작의 힘을 빌려 현지화에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처럼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기획도 돋보인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좀비 아포칼립스를 그린 이 드라마는 한국적 소재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액션, 스케일을 결합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사극과 크리처물의 이색적인 만남도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한류 콘텐츠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오징어 게임"은 그 정점에 서 있다. '데드 오어 얼라이브'라는 서바이벌 게임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이 드라마는 자본주의 사회의 양극화와 약육강식의 논리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주인공들, 피 튀기는 살인 게임, 어린이 놀이를 패러디한 미션 설계 등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충격과 공포, 즐거움을 동시 선사했다.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극찬할 정도로 "오징어 게임"은 사회 풍자와 오락성을 절묘하게 결합한 수작이다.

또 다른 K-콘텐츠로 주목받은 애플 TV+ 시리즈 "파친코"는 일제강점기부터 80년대 일본, 현대 미국을 아우르는 디아스포라 가족사를 담았다. 재일교포 4세인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연출과 배우 구성부터 글로벌한 면모를 과시했다. 한국계 캐나다인 코고나다 감독과 한국, 일본, 미국 등 각국 톱배우들이 참여해 역사적 아픔과 가족애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순수 한국 콘텐츠는 아니지만 한국적 정서와 글로벌 감각이 조화를 이룬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4. 기술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콘텐츠 제작자들에겐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기민하게 대처하는 자세 또한 요구된다. 모바일 플랫폼의 성장에 힘입어 스낵컬처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초단편 드라마, 웹툰, 웹소설 기반 콘텐츠가 늘어나는 추세다. 5G 시대를 맞아 더욱 몰입감 높은 실감형 콘텐츠,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이는 기존 영상문법과는 다른 감각을 요구한다.

'레드 우즈'는 호러라는 장르적 특성을 활용해 360도 VR 영상으로 공포 체험을 극대화했다. 집 안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관객이 직접 돌아다니며 탐색하는 형식을 차용해 기존 호러물과는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했다.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는 인터랙티브 무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관객은 주인공의 선택에 관여함으로써 이야기의 흐름을 바꿔나갈 수 있었다. 마치 게임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콘텐츠 기획에서도 빅데이터 분석은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시청 패턴 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타깃층의 니즈를 예측하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강화되는 추세다. 영국 드라마 '맨 인 더 하이 캐슬'은 아마존이 자사 플랫폼의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SF 장르, 역사물, 그리고 필립 K. 딕이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걸 발견하고 제작에 돌입한 케이스다.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가 새로운 기획의 싹을 틔우는 셈이다.



OTT 시대의 콘텐츠 제작은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양면전략이 요구된다. 강렬한 첫인상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개성 있는 캐릭터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로컬과 글로벌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기획력이 관건이다. 아울러 빅데이터에서 힌트를 얻고 5G 시대 신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혁신 마인드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대가 변해도 불변하는 콘텐츠의 본질, 즉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깨우치게 하는 힘을 잃지 않는 것이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또 100년 후에도 위대한 스토리텔링의 힘은 영원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매혹적인 글쓰기: OTT 콘텐츠를 위한 스토리텔링 꿀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