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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캔디 Apr 23. 2024

9가지 포인트로 이야기 짜기

1. 스토리텔링의 시작을 장식하는 훅(HOOK)의 매력

소설의 첫 페이지를 읽거나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완전히 사로잡힌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겁니다. 강렬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기대감을 불러일으켜 이야기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훅(Hook)'의 힘입니다.

훅은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요소로,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서 독자나 관객의 주의를 사로잡는 역할을 합니다. 소설, 영화, 드라마, 광고 등 모든 스토리텔링 분야에서 사용되는 이 기술은 작품 초반에 독자나 청중의 주의를 집중시키는데 의도적으로 사용되는 요소를 의미합니다.

소설의 첫 문장, 영화나 드라마의 오프닝 시퀀스 혹은 첫 장면에서 인상적인 대사, 강렬한 이미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건 등으로 구현되곤 합니다.

만약 작품이 한 개의 큰 식사라면, 훅은 그 식사의 첫 번째 요리, 즉 애피타이저라 할 수 있습니다. 독자나 청중의 기대감을 높이고, 이야기의 나머지 부분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인 것이죠. 더 나아가 훅은 이야기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도 합니다. 이야기의 흐름과 결과를 결정하는 첫 번째 단추와 같아서 여기서 실수를 하면 전체 이야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훅은 작가가 이야기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독자의 관심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도구입니다. 더욱이, 우리는 수많은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시청자의 80%가 콘텐츠 시작 후 90초 이내에 계속 볼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이런 치열한 환경에서 콘텐츠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단 몇 초 만에 관객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이때 훅의 힘이 빛을 발합니다. 

훅은 스토리텔러와 청중의 첫 만남이자 작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이야기의 초반 몇 문장 혹은 장면에서 독자나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스토리라도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면, 흥미로운 훅으로 청중을 즉시 사로잡는다면, 끝까지 함께 여행할 동반자를 얻게 되는 셈이죠. 이렇게 훅은 이야기의 성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다양한 훅의 유형과 사례

효과적인 훅은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구현됩니다. 상황과 장르,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유형의 훅을 활용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훅의 유형과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인상적인 액션/갈등 도입

이야기 첫 장면에서 극적인 사건이나 갈등을 제시하는 것은 독자의 호기심과 긴장감을 단번에 끌어올리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007 시리즈 영화의 오프닝은 그 좋은 예죠. 영화는 언제나 숨 막히는 추격전, 격투씬, 폭발 장면 등으로 시작해 단숨에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소설에서도 죽음, 전쟁, 재난 등 강렬한 사건으로 도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액션으로 시작해 독자를 혼란과 긴장 속으로 밀어 넣었다가, 이어지는 전개에서 그 계기와 배경을 하나씩 설명해 주는 식이죠.


2. 참신한 캐릭터/대사로 시선 사로잡기 

매력적인 캐릭터의 등장이나 인상적인 대사로 훅을 제시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은 “Call me Ishmael(이쉬마엘이라 불러다오)”라는 유명한 첫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정체불명의 화자가 갑자기 등장해 자신을 이쉬마엘이라 소개하는 이 간결하고 인상적인 한 문장은, 독자들에게 강렬한 궁금증을 안겨주죠. 

J.D.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 역시 “If you really want to know about it, I'll tell you the truth. But first I have to tell you about my lousy childhood. 정말 궁금하다면 사실을 말하겠다. 하지만 먼저 내 형편없는 어린 시절에 대해 말해야 한다.”라는 독특한 어조의 독백으로 시작해 열여섯 살 소년 홀든의 목소리를 생생히 들려줍니다.


3. 호기심 자극하는 미스터리/질문 제기 

수수께끼 같은 장면이나 질문을 제기해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 역시 훅의 흔한 방식입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4월의 밝고 차가운 날이었다. 시계는 열세 시를 향해 똑딱거리고 있었다."라는 모호한 문장으로 시작해, 독자로 하여금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듭니다.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 역시 “Jacques Saunière, the renowned curator of the Louvre, staggered through the vaulted archway of the museum's Grand Gallery. 루브르 박물관의 저명한 큐레이터 자크 소니에르가 박물관 그랑드 갤러리의 아치형 통로를 비틀거리며 걸어갔다.”라는 오프닝으로 의문의 사건을 암시하며 시작됩니다.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며 서사의 문을 여는 경우가 많습니다.


4. 웃음, 공포 등 감정 자극 

유머러스하거나 오싹한 장면 묘사로 독자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도 훅의 한 방식입니다. 

영화 '펄프 픽션'은 레스토랑에서 만담을 주고받는 남녀의 대화로 시작해 웃음을 자아내다가, 갑자기 권총을 꺼내 들며 블랙 코미디로 전환됩니다. 

영화 '스크림'의 오프닝 시퀀스가 떠올려볼까요? 한 여성이 심야에 걸려 온 정체불명의 전화를 받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장난 전화로 여기지만, 곧 상대의 음성이 점점 위협적으로 변하고 그녀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죠. 결국 언제, 어디서 들이닥칠지 모르는 익명의 살인마에 대한 공포에 휩싸인 채 그녀가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오프닝은 단번에 관객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갑자기 닥친 위험, 정체를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결국 닥치고 마는 잔혹한 최후까지. 공포 영화의 전형적인 서사가 단 한 시퀀스에 모두 압축되어 있죠. 무엇보다 "저 상황이 나에게 닥친다면?"이라는 감정 이입을 통해 관객의 공포심을 자극합니다.


5. 강렬하고 독특한 이미지/장면 연출 

인상적인 영상미나 상징성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훅도 있습니다. 마르케스의 소설 '백 년의 고독'은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처형대 앞에서 그 먼 오후를 떠올렸다. 그때 아버지는 그를 데리고 얼음을 보러 갔었다."라는 기억에 잠긴 듯한 묘사로 시작해 마법적 사실주의의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영화에서도 오프닝 장면의 인상적인 영상미나 상징성이 관객을 사로잡곤 하는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웅장한 우주 장면이 좋은 예시죠.


이렇듯 스토리텔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창의력을 발휘해 독자를 매료시키는 훅을 선보입니다. 상황과 장르에 따라, 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분위기에 따라 알맞은 훅의 유형을 취사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효과적인 훅의 창작 팁

이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독자를 사로잡는 훅을 만들 수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훅 창작에는 정해진 공식이 없지만, 다음의 팁을 참고하면 보다 효과적인 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타깃 독자 분석하기 

훅을 만들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글을 쓰는지 명확히 아는 것입니다. 독자의 연령대, 관심사, 취향, 배경지식 수준 등을 면밀히 분석하여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훅을 제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면 그들의 언어와 감성을 반영한 훅이 효과적일 것이고,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한다면 해당 분야의 최신 트렌드나 화제를 활용하는 것이 좋겠죠. 독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훅을 창조하는 토대가 됩니다.


2. 독창적인 아이디어 발굴하기 

가장 인상적인 훅은 독자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것에서 나옵니다. 진부하고 식상한 클리셰를 피하고, 독자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참신한 발상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가능성을 탐색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합니다. "만약에...?"라는 질문을 통해 익숙한 소재를 낯선 방식으로 조합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해 보세요. 관습을 깨는 실험정신과 창의적 사고가 독창적인 훅의 원천입니다.


3. 함축적이고 강렬한 표현 활용하기 

훅은 단 몇 줄 안에 독자의 주의를 사로잡아야 하므로, 간결하고 임팩트 있는 표현이 필수입니다. 장황하고 꾸밈 많은 문장보다는 함축적이고 직관적인 언어가 더욱 효과적이죠. 독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생생한 묘사, 호기심을 부추기는 역설적 표현, 감정에 호소하는 은유와 비유 등을 적극 활용해 보세요. 또한 강렬한 이미지를 환기하는 단어의 선택, 리드미컬한 문장 리듬의 연출 등 문체의 예술성을 살리는 것도 훅의 몰입도를 높이는 좋은 방법입니다.


4.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 설정하기

훅은 이야기 전체의 핵심 주제나 메시지를 함축해야 합니다. 훅에 담긴 화두나 질문이 서사 전개를 이끌며 끝까지 독자의 궁금증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따라서 본격적으로 훅을 쓰기 전에 이야기 전체의 테마와 방향성을 면밀히 설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엔딩을 염두에 두고, 그 결말로 독자를 이끄는 최적의 출발점을 고민해 보세요. 훅과 결말이 서로 매끄럽게 연결되고, 그 안에서 일관된 주제 의식이 흐를 때 비로소 훅의 존재감은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5. 독자와 감정적 유대감 형성하기 

무엇보다 훅은 독자나 청중과 감정적 교감을 이뤄내야 합니다. 웃음, 분노, 공감, 호기심 등 보편적 감정을 건드리되, 독자나 청중 자신의 경험을 투영할 수 있는 구체적 디테일을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죠. 청중이 훅에 담긴 인물, 사건, 정서에 깊이 공감할수록 이야기에 더욱 몰두하게 됩니다. 나아가 독자의 마음에 의문을 던지고, 삶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훅이라면 금상첨화겠죠. 청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을 넘어, 존재의 본질을 건드리는 훅. 그것이 바로 위대한 스토리텔러가 지향해야 할 경지가 아닐까요?


훅의 함정과 유의사항

효과적인 훅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훅을 둘러싼 함정을 피하는 일입니다. 주의하지 않으면 훅이 오히려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실망시킬 수 있거든요. 훅을 창작할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1. 지나친 과장이나 선정성 경계하기 

훅에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요소를 사용하면 독자의 주의를 끌기는 쉽지만, 오히려 작품의 품격을 떨어트리고 독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습니다. 지나친 폭력, 선정성, 자극적 언어 등은 독자를 혼란스럽게 할 뿐 아니라 작가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만들죠. 독자의 눈높이에 맞는 적절한 수위를 찾되, 작품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절제와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2. 훅과 본문 내용의 괴리 주의하기 

훅에서 제기된 질문이나 기대가 본문에서 충분히 해소되지 않으면 독자는 실망하기 마련입니다. 훅에서 던진 복선이 나중에 빈번히 언급되지 않거나, 훅과 무관한 이야기로 전개된다면 독자는 배신감을 느끼게 되죠. 훅은 어디까지나 작품 전체의 방향성과 일관성 있게 기획되어야 합니다. 훅과 본문의 긴밀한 연계성을 유지하여 독자의 몰입과 신뢰를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3. 진부하고 뻔한 클리셰 경계하기 

"그날은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렸다." 같이 식상하고 진부한 훅은 독자의 흥미를 오래 붙잡아두기 힘듭니다. 너무나 많이 사용된 클리셰적 표현과 전형적인 전개는 신선함과 개성을 잃게 만들죠. 물론 클리셰를 창의적으로 변주하거나 패러디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뻔한 공식과 틀에 갇히기보다 새로운 문법과 관점을 끊임없이 모색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4. 첫 문장에만 집착하지 않기 

훅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어도 그 이후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독자의 실망만 안겨줄 뿐이죠. 그러므로 너무 훅에만 매달리지 말고, 전체 이야기의 완성도와 짜임새를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훅의 임팩트보다는 서사 전체의 유기성과 완결성을 우선하는 거죠. 작품 내내 훅에 담긴 메시지와 정서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쉴 때, 비로소 훅은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위대한 스토리텔링의 출발점이자 필수요소인 훅

지금까지 스토리텔링에서 훅의 개념과 중요성, 다양한 유형과 사례, 효과적인 훅을 만드는 방법과 주의사항 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 모든 내용을 아우르는 한 가지 결론은 바로 이것입니다. 훅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위대한 스토리텔링의 필수 요소이자 출발점이라는 사실입니다.

훅은 독자를 작품의 세계로 초대하는 마법의 열쇠이자, 작가의 창의성과 개성이 응축된 첫인상이에요. 단 몇 줄 만에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정을 움직이는 힘을 지닌 훅은, 이야기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죠. 강렬하고 독창적인 훅으로 시작된 작품은 독자를 단번에 사로잡아 끝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토리텔러에게 훅 창작 능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끊임없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표현을 연마하며, 클리셰를 피하면서도 보편적 감정을 건드리는 훅 만들기.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독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관문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훅 창작은 단순히 글쓰기 테크닉을 넘어, 인간 내면에 대한 통찰과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 특유의 시선이 녹아든 작업이에요. 독자의 마음을 읽고,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화두를 던지는 것. 이는 테크닉을 넘어선 작가적 감수성과 철학을 필요로 하죠. 그런 의미에서 진정 강력한 훅은 뛰어난 문장 실력뿐 아니라, 작가의 예리한 통찰력과 따뜻한 휴머니즘이 어우러질 때 탄생합니다.


이제 훅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셨나요? 훅의 중요성을 잊지 말고, 여러분만의 매력적인 훅을 창조해 보시기 바랍니다. 첫 문장을 쓰는 순간, 여러분은 이미 위대한 스토리텔러로 향한 여정을 시작하신 겁니다. 앞으로 펼쳐질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를 떠올리며, 독자를 단번에 사로잡을 그 압권의 한 방을 고민해 보세요.

우리는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가 쏟아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콘텐츠, 변함없는 휴머니즘의 가치를 담아내는 스토리텔링의 힘은 더욱 빛날 것입니다. 그 위대한 스토리텔링의 시작, 바로 여러분이 써 내려갈 그 매혹적인 훅에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펜을 들고 여러분만의 최고의 오프닝 신을 써 내려가 보세요. 저는 여러분 모두가 독자의 영혼을 사로잡는 최고의 스토리텔러로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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