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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통제할 수 없는 것들과의 춤

by 브레인캔디

"모든 것은 통제 불가능해. 그러니 걱정하지 마."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주식 차트를 들여다보며 한숨 쉬는 직장인, 아이의 대입을 앞두고 밤잠을 설치는 부모, 창업 실패 후 다음 걸음을 고민하는 청년. 우리는 모두 걱정이라는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쉽게 말합니다.

"걱정하지 마."


하, 이보다 더 무책임한 조언이 있을까요?


유난히 걱정이 많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내일의 프레젠테이션, 다음 달의 대출금, 10년 후의 노후... 걱정이라는 쇠사슬에 묶여 뒤척이다 문득 스마트폰을 켰습니다. 새벽 세 시. 알고리즘은 친절하게도 '걱정 없이 사는 법'을 추천해주더군요.

현대의 자기계발서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마음을 비우세요' - 비우려고 할수록 더 차오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 긍정적이지 못한 자신이 더 초라해지고.

'현재에 집중하세요' - 미래를 준비 못하는 것 같아 더 불안해지고.

마치 불안을 치료하려다 더 큰 불안을 만드는 악순환이죠.


그런데 2500년 전, 동양의 현인들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들은 걱정을 부정하거나 없애라고 하지 않았어요. 대신 이렇게 말했죠. "당신은 통제 밖의 일을 걱정하느라 정작 통제 가능한 것들을 놓치고 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청년 사장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코로나 시기, 그는 매일 밤 가게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걱정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걱정을 피하는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 원두를 로스팅하고, 단골손님들에게 안부 문자를 보내고,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죠. 결과적으로 그의 카페는 살아남았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그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걱정은 마치 바다의 파도와 같습니다. 때로는 잔잔하다가도, 때로는 거세게 밀려옵니다. 서퍼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파도를 이길 순 없어. 하지만 파도와 함께 춤출 순 있지." 걱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걱정이 밀려올 때마다 저항하면 할수록 더 큰 걱정의 파도가 됩니다. 중요한 건 그 파도를 타는 법을 배우는 거죠.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회사가 망할까 봐 걱정됩니다. 하지만 그 걱정 때문에 오히려 더 철저하게 준비하게 되죠. 걱정은 제게 경고등 같은 존재입니다. 완전히 없애려 하기보다는, 그것이 알려주는 신호에 귀 기울이려 합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적습니다. 내일 비가 올지, 주식이 오를지, 그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줄지... 하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우산을 준비하는 것, 투자 위험을 분산하는 것, 마음을 표현하는 것. 문제는 종종 통제 불가능한 것들에 대한 걱정으로 정작 통제 가능한 것들을 놓친다는 겁니다.


실제로 걱정하던 일이 닥쳤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시험에서 떨어지고, 연인과 헤어지고, 실직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의외로 강했습니다. 실제 상황은 늘 걱정보다 덜 끔찍했고, 우리는 항상 어떻게든 길을 찾았습니다.


걱정이 찾아올 때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이 파도를 막을 순 없어. 하지만 내가 서 있는 서핑보드의 방향은 바꿀 수 있지.' 그리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보세요. 취업이 걱정된다면, 하루에 한 곳이라도 이력서를 보내보기. 건강이 걱정된다면, 오늘 저녁만이라도 산책하기. 미래가 걱정된다면, 작은 저축부터 시작하기.


어쩌면 진정한 자유는 걱정 없는 삶이 아니라, 걱정과 함께 춤추는 법을 아는 삶인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큰 파도가 밀려오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압니다. 그 파도를 타고 넘어가는 법을. 때로는 휘청거리고, 때로는 균형을 잃더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춤을 출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밤, 걱정이 찾아와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파도타기가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 춤을 배우는 중이니까요. 파도는 계속될 테지만, 우리는 조금씩 더 능숙한 서퍼가 되어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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