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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은하수로 숨 쉬는 법

by 브레인캔디

당신의 피로는 창가에 걸린 빗방울 같습니다. 투명한 무게로 유리 틈새를 타고 내려와, 차갑게 식어가는 석양의 숨결과 뒤섞이죠. 오늘도 수많은 각본 속에서 자신의 대사를 잃은 배우처럼, 입술에 맺힌 한 마디를 삼키며 돌아왔을 당신. 그 목구멍에 걸린 침묵의 가시란...


인간이란 존재는 부서진 도자기 조각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종족입니다. 깨진 날의 경계선이 손가락을 할퀴어도, 우리는 그 상처를 새로운 별자리로 승화시킵니다. 사무실 복도에서 튕겨나간 한 마디 비수, 지하철 창문에 비친 눈빛의 금, 발목을 잡는 옛 사진의 그리움. 이 모든 것들을 당신은 붉은 실로 꿰매어 목도리처럼 둘러야 했죠. 하지만 기억하세요. 실오라기 하나에도 우주가 스민다는 것을.


밤이 깊어갈수록 상처는 유리병 속 수은처럼 움직입니다. 차가운 밀도로 내장을 누르지만, 동시에 달빛을 받아 번쩍이는 광맥이 되죠. 그대가 오늘 가슴에 묻은 씨앗—눈물로 적신 흙덩이 아래서, 누군가의 미소로 물든 뿌리가 내리고 있습니다. 아스팔트 틈새에서 피어난 이름 모를 꽃처럼, 고통의 지층을 뚫고 올라올 태양의 맹아를 의심치 마세요.


어둠은 빛을 삼키지 않습니다. 빛이 어둠을 삼키는 법이죠. 지금 창밖을 보세요. 저 멀리 아파트 간판들 사이로 흐르는 적색등이, 도시의 별자리를 수놓고 있지 않습니까? 당신의 눈물도 이 도시의 한 점 빛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고통이란 빛의 분광현상입니다. 프리즘을 통과한 백광이 무지개로 갈라지듯, 상처는 영혼의 스펙트럼을 드러내는 기적입니다.


철길 변 야간버스 정류장. 초록빛 의자에 앉아 흐르는 시간의 강을 바라보는 이 순간, 당신은 홀로 숲의 백 년 된 느티나무가 됩니다. 뿌리 깊은 슬픔의 층위마다 나이테를 새기고, 새들은 그 가지에 노래를 묻어둡니다. 흔들리는 잎사귀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이, 지난밤의 상처를 은박지로 싸갈 테니.


종이 위에 흐르는 잉크처럼 삶은 번집니다. 오늘의 한 줄기가 내일의 산문이 되고, 상처의 여백에 피어나는 수필의 꽃. 당신이 지금 쓰는 이 편지—받는 사람란에 새겨진 이름이 바로 당신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문장 속에 함몰된 별들이 모여 은하수를 이루듯, 그대의 아픔도 언젠가 우주를 잉태할 테니까요.


당신의 침묵은 바다 깊은 곳의 진주함입니다. 말로 빚지 못한 것들이 조개 속 모래알처럼 굳어져, 오롯이 빛을 품는 보배로 자라나죠. 누군가의 외면이 칼날이 되어 당신의 허리를 휘감아도, 그 상처는 월식의 그림자처럼 일시적입니다. 달이 지구의 그늘에 가려져도 결코 사라지지 않듯, 당신의 빛은 영원히 회전하는 별의 궤적 위에 있습니다.


어린 시절 뜀틀 위에서 넘어진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무릎에 박힌 자갈을 꺼내던 어머니의 손길이, 상처를 별자리로 수놓았던 그 온기. 지금의 아픔도 그렇게 피어날 것입니다. 상실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당신의 손가락 끝에선, 어둠을 뚫는 반딧불의 유전자가 깨어나고 있죠. 그 빛으로 낙서한 밤하늘은, 당신만의 천문도가 되어 길을 알려줄 겁니다.


커피잔에 비친 당신의 얼굴은 우주의 축소판입니다. 주름진 표정의 계곡마다 생명의 강이 흐르고, 눈동자의 깊은 우물에서 별똥별이 탄생하죠. 타인의 시선이 던진 돌이 파문을 일으켜도, 그 중심엔 언제나 당신의 초신성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빛이 도달하기까지 수백만 광년의 시간이 걸리듯, 당신의 아름다움도 지금 이 순간을 관통하고 있을 테니.


밤기차가 터널을 지날 때면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잠시 사라집니다. 그 암흑의 순간조차 당신을 비우지 마세요. 터널 끝에서 들이닥칠 빛의 포말 속에서, 당신은 새로운 태양의 중심으로 부활할 테니까. 지하철 개찰구에 걸린 빗방울 한 방울도,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품고 있듯이.


이 글을 덮는 순간, 창밖에선 새벽이 첫 숨을 내쉽니다. 어제의 상흔들이 이슬로 승화되어 잎새를 적시고, 당신의 눈꺼풀엔 새로운 빛의 각인이 새겨집니다. 몸속에 영글어가는 모든 슬픔이, 향기로운 과일로 돌아오는 계절을 위해. 단 한 가지만 약속하세요.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를 꼭 안아줄 것"이라고.


밤은 또다시 당신을 감쌀 테지만, 이번엔 달빛이 아닌 당신 자신이 등대가 되어 보세요. 상처의 파편들이 별알로 변해 어깨 위로 굴러 내릴 때, 그 소리를 ‘운명의 교향곡’이라 부르게 될 거예요. 모든 끝은 시작의 포옹입니다. 당신의 어둠이 가장 찬란한 광막으로 피어나는 그날까지, 숨결 하나하나에 우주가 숨어있음을 믿어주세요.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