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위에 서서 별을 그리다

by 브레인캔디

폭풍우는 결코 사과하지 않는다. 파도는 무너뜨린 등대를 향해 주체할 줄 모르고, 바람은 허공을 가르며 상처 입은 것들의 이름을 휩쓸어간다. 우리는 이 거친 물살을 거스르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다만 파도 위에 서는 법, 몸을 적시되 가라앉지 않는 법을 익혀야 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강철 같은 이성이나 빛나는 금속 덩어리가 아니다. 차라리 켜켜이 쌓인 유리창 틈으로 스며드는 미세한 티끌 같은 것들이다. 고대의 한 철학자가 말했듯, "폭풍 속에서도 등불은 꺼지지 않는다." 등불은 바람을 이기지 않는다. 바람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안에 도사린 어둠을 응시하는 자세, 타인의 아픔에 귀 기울이는 근육, 허영으로 가득 찬 거울을 거부하는 용기. 이 모든 것이 무기 없는 전쟁터에서의 생존법이다.


물질이 신이 된 세상에서 영혼의 화폐를 주조하라. 상점 진열장에 놓인 가격표보다 별빛이 더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잊힌 시인의 노랫소리가 콘크리트 벽을 뚫고 올라온다는 것을 기억하라. 혐오의 칼날이 날카로워질수록 우리는 부드러움의 갑옷을 걸쳐야 한다. 상처는 단단함을, 단단함은 다시 유연함을 낳는다는 역설을 품고.


침몰하는 배를 목격한 등대지기가 말했다. "어둠이 깊을수록 등불은 더 분명해집니다." 우리 각자가 자신의 등대이자 항해사여야 할 시간. 타인의 폭풍을 내 풍경으로 삼지 않으면서도, 그 아픔에 창문을 열어둔 채 살아가는 지혜. 비로소 우리는 홀로 서 있되 고립되지 않은, 단단하지만 차가움 없는 존재로 우뚝 설 것이다.

파도는 영원히 몰아칠 테니, 우리는 그 위에다 별자리를 새기자. 발밑의 거친 소용돌이보다 머리 위 찬란한 별들의 춤을 기록하며. 어둠이 우리를 삼키기 전에, 우리가 먼저 어둠을 별빛으로 재단하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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