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녀에게 건넨 사랑은,
“잘 익은 복숭아를 베어 문 순간 터지는 과즙보다 달콤한 독”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맥박을 해부학 교과서처럼 분석하며
심장의 근육을 한 올 한 올 풀어헤쳤지.
사랑이란 이름의 실험실에서 증류한 정액과 눈물은
유리관 속에서 “영원히 반응하지 않는 화학식”으로 굳어버렸다.
1. 접촉의 역설: 피부는 기억의 반역자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늑골 사이를 횡단할 때마다
뼈속에 박힌 상처들이 “과거형 현재진행형”으로 피어났다.
키스는 두 개의 혀가 주고받는 전쟁 포로 교환식이었고
밀물처럼 밀려오는 그의 체온은
그녀의 몸을 점령한 제국주의자”처럼 행진했다.
가장 친밀한 거리 0cm에서
그들은 서로를 3차원 좌표계로 해체하는
기하학적 배반을 연습했다.
2. 언어의 함정: 사전을 태우는 동사들
"사랑해"라는 단어가 그의 입술을 떠날 때마다
공기 중에서 “반으로 갈라진 달”처럼 변형되더라.
낮말은 새가 되어 허공을 윤곽 없이 날았고
밤말은 지하철 터널 속 반복되는 메아리처럼
원본을 잃은 채 그들의 귀에 박혔다.
문자 메시지 속 이모티콘들은
감정의 화석이 되어 채집자의 손길을 기다리며
스크린 속에서 “디지털 미라”로 영생을 누렸다.
3. 시간의 배신: 모래시계 속을 거꾸로 흐르는 강
그들이 카페 테이블에 남긴 커피 얼룩은
“미래의 추억이라는 이름의 방사능”을 뿜어냈다.
그가 그녀와 나눈 모든 대화는
녹음기 테이프를 거꾸로 돌릴 때의 전자음처럼
의미를 역주행했지.
생일 케이크 위 초는 꺼질 때마다
불꽃 대신 회색 머리카락을 태우며
“소멸의 화염이 축적되는 역설”을 증명했다.
4. 이별의 형이상학: 부서진 유리관 속 수정화
마지막 포옹은 “두 개의 블랙홀이 서로를 삼키려는 춤”이었고
그들의 헤어짐이 남긴 진공 상태에서는
우주 먼지보다 가벼운 추억들이 중력을 상실했다.
그의 빈자리는 공간의 법칙을 거스르며
소파 위에서 “질량을 가진 유령”으로 확장되었고
그녀의 핸드폰 속 사진들은 픽셀 하나마다
망각이라는 이름의 곰팡이를 키웠다.
에필로그: 부조리의 신전(神殿)에서
사랑이란 유토피아를 건설하기 위해
우주가 인간에게 부여한 원죄라 하더라.
그들은 여전히 상처 입은 은하수를 건너
서로의 맨발에 박힌 별 조각들을
“사랑의 부조리라는 보석함”에 담는다.
모순의 빛으로 물든 이 여정 자체가
결국 가장 완벽한 불완전함이리라.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