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이 산등성이를 삼키는 저녁, 대장간의 쇳소리가 사그라진다. 망치와 모루 사이에서 탄생하는 검은 아직 형체가 없다. 쇳덩이는 백 번을 달구어도, 천 번을 두드려도 끝내 부러지지 않는다. 타는 숯불 속에서 피어나는 푸른 광택이 외친다. 고통은 빛을 낳는 자궁이라고.
인간의 등뼈도 그러하다. 하늘이 내린 짐을 지기 전에 스스로 휘어져야 한다. 바람에 쓰러진 나무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지만, 폭풍을 온몸으로 받아낸 솔송나무는 지하에서 철근 같은 뿌리를 뻗는다. 고대 그리스의 영웅들은 올림포스의 번개를 가슴에 새기고 인간의 탑을 쌓았으며, 이순신의 나무꾼들은 쓰러진 전선을 다시 일으켜 철갑선의 갑판을 만들었다. 허기진 창자에서 울려 퍼지는 공명이 바다보다 깊은 용기를 낳는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았다.
현대의 대리석 광장을 걷는 우리 발밑에는 여전히 가시밭길이 깔려 있다. 실리콘 밸리의 창업자는 409번째 투자 거절 편지를 접는 순간에야 혁신의 빛을 보았고, 북극 해저를 누비는 과학자의 눈동자는 영하 40도의 암흑 속에서 생명의 파장을 포착했다. 실패를 새기는 망치 소리가 가장 완벽한 교향곡이 되는 순간이 있다. 고통의 단층이 쌓일 때마다 영혼의 지층은 두터워진다.
별이 되려는 모래알은 조개 속에서 백 년을 견뎌야 한다. 가혹한 현미경 아래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단 하나의 세포가 인류의 유전자 지도를 바꾼다. 메시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메시아가 될 각오를 다지는 것이 인생이다. 대임(大任)은 하늘이 주는 선물이 아니라 땀으로 구입하는 영업권이다.
석양이 지고 나면 대장간의 불길이 다시 타오른다. 부서진 쇳조각들이 용광로 안에서 춤추며 속삭인다. "다시 달구어라, 다시 두드려라"라고. 인류의 진보는 항상 상처 입은 손바닥에서 피어났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의 가슴을 가로지르는 가시밭길이 내일의 성스러운 길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불꽃 속에서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