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불순물 05화

7: 신의 주사위, 인간의 변명

by 브레인캔디

문을 열면 늘 그 숫자가 나를 맞닥뜨린다. 냉장고 우측 서랍, 세 번째 칸. 7시 7분 7초에 얼어붙은 요거트의 유통기한.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 쳐진 7일은 영원히 수영장 청소일이다. 신은 우주를 7일 만에 창조했지만, 나는 7분 만에 삶의 질서를 붕괴시킨다. 티셔츠에 묻은 커피 얼룩을 7번 닦아내던 아침, 문득 생각했다. 이 불편한 완전체는 대체 누구의 농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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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주가 속삭이는 불완전한 마법

7은 신화 속에서 신의 손가락 자국이다. 고대 바빌론은 7개의 행성으로 우주를 묶었고, 힌두교는 7층 천국을 쌓았다. 그러나 현대인에게 7은 주사위 던지기의 변명이다. 월요일 아침, 알람을 7분씩 미루는 건 시간과의 줄다리기다. 7번의 스누즈 버튼은 잠의 노예가 된 인간의 족쇄를 땅딸막하게 짤랑 인다. 커피에 설탕 7방울? 그건 당뇨의 전주곡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맞추기 위한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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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뇌가 포도당을 삼키는 숫자

심리학자는 웃으며 말한다. "7±2, 이것이 인간의 기억 한계"라고. 내 지갑 속 영수증 더미가 증명하듯, 7가지 장보기 목록은 17개의 불필요한 구매로 변한다. SNS 해시태그 7개 첨부는 현대인의 존재론적 외침이다. "보라! 내 하루는 이렇게 #다채로웠다" 7층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우리는 무의식 중에 신에게 청원한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인간다움을 증명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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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7그램의 우주 먼지

천문학자는 은하수 너머 7광년 떨어진 별을 가리킨다. "저기서 오는 빛은 당신이 7살 때 떠난 것" 수학자는 종이 위에 7 각형을 그리며 중얼댄다. "이 불규칙한 아름다움,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각도가 바로 삶이지" 어린 딸이 7색 크레파스로 그린 무지개는 냉장고에 영원히 걸려 있다. 그 아래엔 7일 전의 치즈 조각이 유통기한과 씨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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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당신의 7번째 바다는

밤 11시 7분, 창밖을 스치는 구급차 사이렌이 7초간 울린다. 나는 7번째 메시지를 읽고도 답장하지 않은 채, 7% 남은 배터리로 이 글을 작성한다. 7층 아래 편의점에선 7번째 커피를 산 남자가 문을 밀친다. 그의 유일한 행운은? 7번째 로또 번호가 7이었다는 사실. 당신이 오늘 마주칠 7의 변주곡은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신이 던진 주사위가 아닌, 우리가 신에게 건네는 편지 봉투의 우표일지 모르겠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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