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푸른 숨
낮은 햇살이 담장에 기대어
하루의 숨을 고른다.
바람은 살구빛 이파리를 품고
느린 노래처럼 골목을 지난다.
나는 오래된 기억의 강가에 서서
청록의 물빛을 들여다본다.
그 안엔 흘러간 여름의 얼굴,
그리고 아직 다 지지 않은 마음의 불씨가 있다.
세상은 식어가고
시간은 잎처럼 떨어지지만,
가을의 끝에서 나는 배운다.
잃는다는 것은, 다시 채워진다는 뜻임을.
바람은 내 어깨 위에 손을 얹고
한 줄기 햇살처럼 말한다.
“괜찮다, 지금 이 순간도 살아 있는 봄이다.”
그 말에 내 안의 강물이 다시 흐른다.
가을은, 그렇게 푸르게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