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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규 Oct 04. 2016

예술은 눈물이 난다.

2016.10.3 월요일 by 월세

올 여름 정말 더웠다.  더우면 눈물이 난다. 

 지난 7월 말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향했다. 출장을 제외하고 여행만을 목적으로 유럽을 찾은 것은 거의 20년 만인 듯 하다.

묶인 몸이라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패키지 여행을 선택했다.

수박 겉핡기란 표현이 정확히 들어 맞는 여행이다.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이 없었더라면, 그냥 차를 타고 조금은 낯선 풍광들을 지나는 무심한 여행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유럽여행을 왜 이리 선호할까?

예술의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이라마면, 명품에 환장한 사람이 아니라면,  유럽여행에 드는 비용이나, 기간 (적어도 10일 정도는 필요하다)은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다.

특히나 요즘은 테러와 더위.. 그리고 소매치기까지... 그래도 사람들은 유럽을 찾는다.

유럽은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아름다움과 신비로움.. 갑자기 시간을 건너 거스르는 느낌은 든다. 

한,중,일.. 어떤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묵직함이 현실에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양한 인종은 그들의 문화의 거울인듯 다채롭지만,  유럽의 정신(유럽의 예술/문화 사조)만은 그 정형성이 그대로 살아 남은 것 같다.

어찌보면 동양의 신비로움을 비잔틴이란 문화코드로 녹아 있는 듯 싶기도 하고,

그 많은 성당들의 타고난 아름다움은 종교적 신념을 더욱 강하게 해 줄 듯 싶다.

나 같은 불교 신자도, 그 신비롭고 장엄하며, 아름다운 종교적 유산에 입맞춤하고...고객를 숙이며, 

무언가 절대자 앞에 무릎 끓고 앉아, 내 죄를 토해내고..눈물 흘리며 용서를 빌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유럽은 나에게는 슬픔과도 같다.

나 같은 조그만 동양의 평범하기 그지 없는 수십억 중의 하나의 종자 조차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

알 수 없는 무언가 절대적 범죄를 짓고 살아가는 모든 인류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 같을 깨닫고 그 슬픔에 눈물이 난다.

아마도.. 이는 강자 품안에서 그들의 예술을 꽃피워 왔지만, 인간이라는 작은 존재의 엄청난 양심이 수없이 많은 이를 살상한 그들의 주인이자 강자에 대한 슬픔과 반항 그리고, 약자의 아픔을 몰래 몰래 예술가의 양심으로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유럽의 시가지가 중세의 모습과 다름 없다는 것은, 우리처럼 다 부수고 새로운 "편리함"과 "모던함"으로 바꾸어 내지 않는 것은..

어쩌면 유럽의 그 강자들도 그 슬픔과 아픔을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예술은 그 본질은 눈물을 흘리나 보다..

피렌체 어느 광장의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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