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 갑작스레 마주쳐 당황해버리고는 어버버거리며 밥은 먹었냐는 둥 잘지내냐는 둥 뭐하고 지내냐는 둥 그런 간단한 안부인사조차 못 건내는 머저리. 그런 바보천치라 '어? 안녕!'라는 인사만큼이나 짧은 스침에 아쉬워. 뒤돌아 붙잡을까. 붙잡아 물어볼까. 마주하고 있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져. 그 상상에 빠져있다가 벌써 어디론가 가버렸는 지. 정말로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지.
또 당황해버릴 상상을 했을 뿐인데, 미소 짓고 있는 나는. 그런 나로서는 마음을 전하긴 커녕 말도 제대로 못 할게 뻔해. 지나가다 마주쳤는데, 좋아한다고 말해버리면 그것도 곁눈질하며 피할 듯 하니 편지를 쓰기로 했어. 고백편지. 집에가서 읽어보라는 말 정도는 하겠지싶었으니까.
내가 어떤 가방을 멜 지 어느 외투를 입을 지 몰라 여러 장을 썼고, 다 똑같은 것도 웃긴 거 같아 여러 장을 썼어. 아무리 빼곡히 적어도 내 마음 다 옮기진 못한 것 같아 눈물 흘리고 나면 가득 차곤 했던 편지. 그렇게 편지마다 가득 채우고 나니 전해줄 수 있는 편지는 없어. 자꾸 썼지. 그러다 고백편지랑 연애하고 있는 날 발견했어.
수개월 마주치지 못하고 매일을 주머니 가득히 지냈더니, 이제는 터지나봐. 빛이 차단된 밤, 이 터짐도 너로부터는 차단되었으리. 어떤 밤인지도 모르고 잠들 너가 미울 만도 한데, 아직인가보다. 주머니에 있는 츄팝츄스를 건내지 못해 꼼지락 거리고 있는 애 마냥 입술을, 연필을 꼼지락.
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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