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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뇌오리 Oct 20. 2016

제자리걸음

어느 하나 헛수고였던 게 없다.

 제자리 걸음에도 신발에 흙이 묻는다고 쓴 적이 있다. 돌아오는 당신의 신발을 본 날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쓴 글이었지싶다. 나아진 건 없지만 아무것도 안한 건 아니었음을 너무 늦게 알았던 거 같다. 이제서야 당신의 신발을 보기 시작했다는 고백의 말이었다. 당신의 신발에 묻은 흙을 인정한다는 혼잣말이었다. 누군가의 인정이, 아니 나의 인정이 당신에게 힘이 되었으면 했다.

 쫄보인 나는 늘 그랬듯 면전에 대고 이런 이야길 하지 못한다. 흙투성이가 된 당신의 신발에 감사를 드린다. 그것을 기꺼이 감내한 당신의 수고를. 나아가지 못했다는 슬픔을. 조용히 숨죽여 보겠다. 이건 소심한 응원의 눈길.


 그사이에 다져진 바닥을 기억해주라.

흙 묻지 않고 그 땅을 딛고 일어선 나를 기억해주라. 어느 하나 헛수고였던 게 없다.


 나를 위한 일이었든 그렇지 않았든

심지어 그게 당신 스스로를 위한 일이었든

나는 그 땅 위에 서 있다.


 제자리 걸음에도 빗겨감이 있듯 당신도 흔들렸음을 안다.

이제는 그 끝없는 걸음, 나도 흔들려보겠으니

이제부터 당신의 신발은 제발 깨끗하길.

내 땅 위에 당신이 서 있는 날이 부디 오길.


 고생했다, 당신.

당신에게 이 모든 말 숨기고 신발 하나 사주려.



#감성포르노 #감성의배설

#ㅁㄴㅇㄹ #무뇌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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